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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Apr 11. 2022

당신은 결혼생활에 만족하나요?

[에세이] 사랑할 때 가장 행복한 당신의 이야기 : 24번째 편지

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지만,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번 글은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된 20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



당신에게


쉿, 조심해요. 아이가 깨지 않도록 숨죽여 걸어야 하니까요. 날이 저문 밤이 되어서야 당신은 소파에 앉아 숨을 고를 수 있겠지요. 당신의 앳된 얼굴이 눈에 들어와요. 스물넷 어린 신부가 되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신부 대기실에서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뭇 긴장된 표정으로 맞아주던 그날 말이에요. 하객들은 우렁찬 박수와 웃음소리로 손을 꼭 잡고 퇴장하던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했지요. 활짝 웃는 당신의 모습에 감정이 북받쳐 살짝 눈물이 날 것 같더군요.


그런 당신이 스물여섯에 엄마가 되었다니 그저 놀랄 수밖에요. 당신이 엄마라는 사실이 아직 낯설어요. 아이와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 같대요.

"안 돼!"

당신이 요즘 가장 자주 하는 말이에요. 다급한 당신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네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당신의 아이는 온 집안을 누비고 다녀요. 서랍을 열어 손 닿는 대로 물건을 꺼내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물어뜯어요. 엄마와 한 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화장실도 못 가게 방해해요. 갑자기 조용해졌다면 더 의심해야 한다고 했어요. 어디선가 찾아낸 종이를 입에 넣어 씹고 있을 테니까요.

육아는 사실 힘들어요. 혼자 마음 내키는 대로 홀연히 여행을 떠날 수 도 없고 맥주 한 잔 편히 마실 수 없어요. 때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고요.


인터뷰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하지만 엄마라고 불러주는 딸의 목소리를 들으면 지친 마음이 사르르 녹아요. 당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 빛나고 그걸 보는 당신의 눈도 아름다워요. 아직은 너무 작아서 매 순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를 보며 언제쯤 다 자라서 어른이 될지 막연한 상상을 한대요. 더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거든요. 능숙하게 걷게 되면 더 멀리 떠나려고 해요. 남편과 연애할 때 여행한 곳을 데려가서 세 사람의 추억을 새로 쌓고 싶어요.

당신이 일찍 가정을 이룬 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어린 시절 따뜻한 기억이 참 많았으니까요. 그중 하나는 저금통이에요. 당신의 가족은 동전이 생기면 저금통이 아니라 장롱 밑으로 넣었대요. 무려 4년 동안 너무 열심히 넣은 탓에 장롱이 기울어질 즈음 돈을 꺼내 세어보았어요. 가족들이 다 같이 동전을 세던 기대감과 그동안 모은 돈으로 먹었던 대게의 맛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어요. 마침 크리스마스였으니 산타의 선물 같은 순간이었을 거예요.

중학생 때부터 당신은 부모님께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고민했어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어머니의 생활비로 보탰지요. 열심히 모은 돈을 건네자 웃음이 번지는 어머니의 얼굴에 당신이 되려 행복했대요. 20살이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한결같은 마음이었어요. 세 자매를 지키는 존재인 엄마에게 힘이 되고 싶었을 뿐이지요.

가족에게서 행복을 찾는 일이 제일 좋았던 아이는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돼요. 남편에겐 당신의 고민을 맘 편히 털어놓을 수 있어요. 첫 만남은 당신의 19살이 끝날 무렵이었대요. 아끼던 사람에게 받은 상처와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기였지요.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엇나가자 친언니가 지금의 남편에게 당신을 만나서 조언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는 가치관이 옳은 사람처럼 보였고 그를 만나는 동안 당신의 상처는 조금씩 나아져 이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점점 가까워져 서로를 응원하는 아침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던 밤이 쌓이고 어느새 그를 사랑하고 있었대요.
 
시간이 흘러 24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혼식장이었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신랑 신부 대신 어머니들이 나서서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을 준비했어요. 남들이 이르다고 말하는 결혼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이미 오래전부터 당신은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고 그의 사랑에 확신이 있었대요.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게 충실한 그의 모습을 보며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 믿었어요.


인터뷰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누군가가 걱정하며 당신에게 결혼을 빨리해도 될지 묻는다면 그 사람의 손을 꼭 잡고 '그렇다.'라고 답할 거래요.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당신과 그는 한 번 더 서로를 새로운 변화로 이끌었어요. 부부에서 부모가 되었으니까요. 처음으로 아이의 존재를 알던 순간을 하나도 빠짐없이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더군요. 여느 때와 같이 일을 하던 중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며 몸살 기운이 느껴졌대요.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갔으나 의사 선생님은 5주가 지나야 아기집이 보일 거라고 했지요.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자 진한 2줄이 보였어요. 당황스러웠대요. 언젠가 아이를 낳을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시기가 빨라서요.


인터뷰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엄마가 되니 당신의 어머니가 느꼈을 고통을 알 수 있었지요.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입덧을 했고 다리는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쉽게 쥐가 났어요. 잠이 많아져서 제대로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웠지요. 10개월의 기다림 끝에 찾아온 출산 예정일도 상상 이상이었어요. 솔직히 평소에 겁이 없는 편이라서 출산일에도 덤덤할 거라 생각했었대요. 


하지만 막상 아이를 직접 보 눈물을 펑펑 쏟아냈어요. 갓 태어난 아이가 큰 소리로 우는 데도 예쁘기만 했어요. 힘든 시간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존재가 생긴 거예요. 여전히 당신은 가족을 위해 매일 고민요.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족과 행복한 추억을 쌓을 수 있을까?'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대요. 하나의 생명을 낳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에게 화를 내요. 차별과 편견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쓴소리를 내뱉지요. 당신의 사랑으로 바르게 자란 아이가 커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공부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인터뷰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어린 신부가 훌쩍 자라 엄마의 단단한 마음을 지녔네요. 딸에서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된 당신에게 20대는 놀이동산 같대요. 학생의 본분을 지키는 10대와 열심히 살아내야 하는 30대 사이의 잠시 들려가는 즐거운 시간이요.

당신의 말이 맞아요. 바이킹처럼 사랑을 주고받던 20대 초반의 연애와 결혼을 지나서, 롤러코스터 같이 혼을 쏙 빼놓는 임신과 육아를 겪고 있네요. 이제 퍼레이드를 즐길 밤이 찾아왔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며 환하게 웃고 춤추듯 즐겁게 하루를 살아가겠지요. 마침내 20대의 끝자락에 다다르면 관람차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지난 시간을 둘러보세요. 당신의 놀이동산은 분명 행복의 빛으로 반짝 빛날 거예요.



당신의 모든 시간을 사랑하는
제이드인엑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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