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지만,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번 글은 나태한 마음에서 벗어나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20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운'을 소재로 쓴 글인 만큼 읽는 분들에게도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라요. :)
당신에게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도시의 소란스러운 카페가 진공 상태의 우주로 변했을 만큼요. 당신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들으면 주변이 뿌옇게 지워지고 소리는 웅성거림으로 변해요. 그러니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해요. 지금까지 나의 물음에 군더더기 없는 사실만 말했잖아요. 당신이 겪은 일을 원인과 결과만 설명해도 충분하지만, 그보다 깊은 속마음을 알고 싶어요. 그 순간의 세세한 과정과 솔직한 감정을 알려줄래요? 무엇을 말하든 당신 편이 되리라 약속할게요.
당신은 여러 차례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어요. 스스로 가진 능력보다 많은 걸 해냈고 쏟은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좋은 편이라고요. 꼬마 시절부터 운이 좋았어요.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나간 반장선거에서 바로 당선되었어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대요.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잘하는 모범생이자 친구들에게 재밌는 성격이었거든요.
그 뒤로 누군가를 이끌고 책임지는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성적은 꽤 괜찮았어요.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게다가 누군가를 세심하게 챙기는 성격이 아님에도 소중한 사람들과 인연을 쌓을 수 있었어요. 두려울 게 없었지요. 언제든 노력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작은 믿음 하나가 자연스럽게 당신의 마음속에 파고들었어요.
'난 열심히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어.'
운으로 얻은 결과는 당신을 나태하게 만들었대요. 대충 해도 평균 이상을 해낼 거라고 생각하면 굳이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어요. 악착같이 공부해서 받은 A+의 뿌듯함과 달리 뜻밖에 행운으로 생긴 B+은 꽤 달콤한 것처럼요. 적당한 노력과 나쁘지 않은 결과가 이어질수록 당신은 끝없는 매너리즘에 빠졌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운의 흐름이 달라졌어요. 당연히 이룰 거라 믿었던 목표에 실패했고 갑작스럽게 연인과 이별을 겪어야 했지요. 외롭고 고독한 시간이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당신이 누구와도 연락하고 싶지 않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요.
다른 또래에 비해 뒤처지는 기분마저 든대요. 취업과 관련된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은 이미 준비된 상태였어요. 전공을 살린 활동과 자기소개서를 채운 다양한 경력을 보니 자꾸 비교된다고 했어요. 당신은 전공이 맞지 않고 어떤 직업도 매력적이지 않으니까요.
예전엔 당신도 여러 가지에 꽂혀 몰입하느라 밤을 새우곤 했었어요. 공들인 시간과 흘린 땀방울이 아깝지 않은 성취감을 느꼈었지요. 지금은 집중하고 싶은 존재가 없어서주어진 상황에 맞춰 학교의 비대면 수업과 아르바이트로 일상을 보내요. 일주일 내내 특별한 사건 없이 아르바이트와 집을 쳇바퀴 돌 듯 반복하니 기분은 괜히 무기력해져요.
어느새 가까워진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당신을 불안하게 해요. 당신보다 어린 사람은 늙었다고 하지만, 정작 당신보다 나이 든 사람은 너무 어리다고 말해요. 당신은 그런 말이 억울한 듯 속상해하다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며 고개를 끄덕여요. 뚜렷한 결정을 내리거나 무엇이든 도전하기에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한대요. 훌쩍 늘어난 나이 앞에서 미래의 방향을 쉽사리 잡을 수 없어요.
당신의 미래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릴까 걱정이에요. 당신은 항상 자신감 있고 맘대로 행동하는 성격처럼 굴지만, 실상은 남의 시선에 신경 쓰잖아요. 당신이 바라는 방향과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다를 때 늘 망설였어요. 그렇게 고민하다가 나중에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생겨 후회해요. 과거를 후회하는 당신의 눈빛이 슬퍼 보여요.
당신은 무얼 그리 걱정하나요. 운이 나쁜 당신도 이미멋있는데 당신만 모르나 봐요. 지금까지의 이룬 성공에 취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살려고 노력하니까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과거의 실수를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더는 나태함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 애써요. 당신의 마음속엔 이전과 다른 말이 새겨졌지요.
'최선과 노력은 당연하다. 어디에서든지 최고가 되자.'
당신의 올해 목표는 학업과 별개로 준비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거예요. 그동안 해본 적 없던 새로운 도전이 어쩌면 열정의 계기가 되겠지요.당신이 지치지 않도록 응원하는 마음을 모아 네 잎 클로버를 드려요. 오늘 밤, 당신에게 행운의 여신이 찾아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