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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Oct 03. 2020

‘나’를 아는 가장 확실하고 어려운 방법

브런치에서 2년 동안 글을 쓰며 배운 것

엉뚱한 문제인가요? 제대로 된 질문은 없고 답만 있는 이상한 상황이니까요. 그런데  ‘나’와 관련된 선택을 해야 할 때, 이런 억지 문제를 푸는 답답한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20대인 저와 친구들이 자주 듣는 말처럼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좋아하는 일을 고르면 행복해져요.”

“스스로를 사랑하세요.”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찾나요? 좋아하는 일의 기준은 뭘까요? 스스로 사랑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질문 없는 객관식 문제처럼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답과 겉보기에 화려한 답 사이에서 방황합니다. 제 나이에 맞춰서  20대라고 말했지만, 젊은 세대만 느끼는 건 아닙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나’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를 알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질문으로 답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인 이유는 브런치에서 2년 간 100편 넘는 글을 쓰며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까?


2018년 여름, 23살에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의 첫 번째 제목이자 스스로에게 물은 첫 질문입니다. 당시 쓴 글을 지금 읽으면 부끄러워집니다. 삐뚤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원망하고 어른들을 미워했기 때문입니다. 여행 전부터 시작한 36번의 질문이 끝나고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순례길에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세상을 보던 좁은 시야를 반성했습니다. 타인을 향한 원망보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상을 채웠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엔 시달리던 악몽도 더는 꾸지 않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가 끝난 후,  또 다른 의문이 생겼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20대들을 인터뷰했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그들이 저의 질문으로 자신을 되돌아 보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가진 그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건네고 싶었습니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들이 가진 이야기는 모두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평소엔 차마 꺼내지 못하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른 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일상적인 질문에 자신의 상처를 깨닫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터뷰했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더 알게 되었다.’,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다.’,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도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으며 질문에 정해진 답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질문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주제가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물어봅니다.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도록 개인마다 해석의 여지가 큰 질문을 합니다.


어린 시절 당신은 어떤 아이였나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요즘 당신을 반짝이게 하는 게 있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20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리고 대답에 따라 세부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좋아하는 감독이 있는지, 영화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묻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직접 설명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런 식으로 육하원칙에 근거한 질문이나 당시의 기분을 물어봅니다. 점점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하다 보면 말하는 사람이 질문하지 않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어서 말하기도 합니다. 추상적인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내용이라도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서 제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질문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입니다. 마주 앉은 사람을 더 알아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꼬리를 문 질문을 하고 경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평소 가진 가치관과 달라도 이해하고 공감할 힘이 됩니다. 듣는 사람이 집중하지 못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면 말하는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할 거니까요.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외의 답변도 솔직하게 답할 수 있도록 ‘나’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jadeinletters


그런데 바쁜 사람들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책임감으로 인해 내면의 문제는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그동안 답을 선택하는데 익숙했다면, 어디서 부터 질문할지 막막합니다. 질문이 필요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저는 다시 질문하고 있습니다.


‘질문도 같이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즐겁게 질문할 수 있을까?’


아직 어린 저는 최고의 답을 모르지만, 매일 고민합니다. 가끔은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상상하면 두근거려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정해진 답 사이에서 힘들어하기보다 나를 위한 ‘질문’을 통해 자신에게 꼭 맞는 답을 고르길 응원하겠습니다.


여러 가지 글을 쓰는 저의 정체성을 정리해봤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는 제이드 인 엑스가 되겠습니다

유튜브에서는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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