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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Oct 16. 2020

당신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

[에세이] 사회 초년생 당신의 인터뷰 : 17번째 편지

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습니다. 평범한 20대로서 ‘다른 20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으로 그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가진 그들에게 연애편지 형식의 인터뷰로 위로와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과 고민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번 글에서 인터뷰한 분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회 초년생입니다. 꿈을 향한 마음을 사랑에 비유해서 표현했어요.



당신에게


일하는 게 방학 같아요.


당신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이어서 말했어요. 마주친 갈색 눈동자가 낯설지 않아요. 사람들이 진심을 담아 좋아하는 걸 말할 때, 반짝이는 눈빛이잖아요. 잘 다듬어진 보석처럼 투명하게 빛나요. 눈빛으로는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 읽을 수 있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요. 지금 당신을 보는 누구든지 홀린 듯 질문할 거예요. 당신의 눈에 특별한 힘이 있어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당신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2년이네요. 패션 회사에서 유통과 판매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고 들었어요. 당신에게 당신의 일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자 '지금 하는 일은 사업'이라고 답했어요. 이어서 요즘 손님들은 매장보다 온라인에서 구매한다고 설명해주는 야무진 모습이 영락없는 사장님 같아요. 일할 때 주인처럼 일하려고 노력한다는 말과 꼭 맞아떨어져요.


당신의 꿈은 누군가 당신이 만든 옷을 입는 거예요. 신기하게도 한 벌의 옷으로 누군가의 하루가 달라질 수 있대요. 그래서 원피스 한 벌을 만들어도 선물 같은 하루를 선사할 만큼 제대로 만들고 싶다고 했어요. 처음엔 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사업을 시작해보겠다며 원단 가게를 돌아다녔대요. 하지만 사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필요한 비용은 만만치 않았어요. 당시엔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현실에 눈뜰 계기이자 취직한 이유가 되었지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꿈을 향한 열렬한 고백이에요. 일을 시작하기 전, 두렵고 겁이 났던 게 이상할 정도로 진짜 당신을 찾은 기분이래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시야가 넓어지고 성격도 더 밝아졌대요. 매 순간마다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노력해요. 유통을 알아가고 있으니 다음엔 생산을 배우고 싶다고 했어요. 더 솔직한 심정으로 가능하다면 패션의 전 과정에 능숙한 사람이 될 거래요.


사업을 위해선 자금 마련도 필수예요. 첫 월급부터 모았다고 했어요. 태어나 처음으로 금리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고 틈틈이 경제나 투자를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대요. 아직도 준비할 일이 아주 많아요.


회사 생활이 방학 같은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당신에게 학창 시절은 그다지 행복한 기억이 아니었으니까요. 네모난 교실에서 줄 맞춘 책상에 앉아 똑같은 교복을 입어야 하는 학교는 자유로운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았어요. 네모난 종이를 하트 모양으로 접을 수 있어도, 원래 하트 모양이던 종이를 네모로 만들기 어려운 것처럼요. 정해진 시간에 따라서 원치 않는 공부를 할 때면 당신은 생각했어요.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지?


최대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무던하게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겠어요. 당신에게 일은 오랜 시간 이어진 학교의 탈출구였어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일은 아무리 많이 해도 재미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힘들었다고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기도 하고 늘 실수하지 않을까 조심해야 해요.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게 돼요. 작은 꼬투리도 잡히지 않기 위해서 더 긴장하고 예민하게 맡은 일을 확인해야 했어요. 여느 직장인처럼 '네'라는 대답을 제일 많이 해서 예스걸이라고 불리는 당신이 단호하게 거절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버텨낸 시간들이 떠올라요.


사람에게 지쳐 축 늘어진 발걸음으로 퇴근할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속상한 오늘이 반복될 것 같아서 불안했을까요? 아니면 멍하니 지하철에 탄 많은 사람들을 바라봤을 수도 있어요. 다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생각하다가 결국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때도 있었겠지요. 우리에게 '열심히'외엔 선택지가 없잖아요. 과거의 20대는 이미 어른이었다는데, 요즘엔 아닌 것 같아요.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아요. 꿈은 너무 멀기만 하네요. 당신은 말했어요. 부모님에게서 집이나 생활비를 완전하게 독립하려면, 월급을 받아도 제대로 된 저축은 상상하기 힘들다고요.


그래도 어둑해진 하늘을 뒤로 선 채 현관문을 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집에선 포근한 온기가 느껴지고 부모님이 당신을 기다리고 계시잖아요. '오늘도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했어요. 따뜻한 저녁을 먹고 가족들과 마주 앉아 하루 일과를 도란도란 나누면 어느새 피로가 사라진대요. 언제나 당신 편이 되어줄 부모님의 사랑 덕분에 당신은 다시 세상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어요. 좋은 날씨를 이유로 금세 밝아지고, 좋아하는 물건을 구경하며 설레는 기분을 느껴요. 다정한 사람들과 보내는 소소한 시간들이 당신을 계속 꿈꾸게 만들어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느덧 끝을 향하는데, 여전히 당신이 궁금해요. 아무래도 당신의 꿈을 사랑하나 봐요. 당신만 괜찮다면 시시콜콜한 질문을 수 천 번이라도 더 할 수 있어요. 밤새도록 알려주세요. 오늘은 어떤 하루였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신의 꿈은 어디쯤 왔는지 같은 사소한 이야기들이요. 그렇게 무수한 밤이 지난 어느 날엔 서로의 꿈이 이루어져 있을까요? 당신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본다면 지칠 새 없이 그날까지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무한한 호기심을 담아

제이드인엑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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