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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Dec 07. 2020

당신은 20대가 ‘할 수 있다’고 믿나요?

[에세이] 가혹한 현실을 버텨낼 당신의 인터뷰 : 18번째 편지

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습니다. 평범한 20대로서 ‘다른 20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으로 그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가진 그들에게 연애편지 형식의 인터뷰로 위로와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과 고민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번 글은 불가피한 상황에 좌절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올해 힘든 시간을 보낸 모든 분들께 글로 나마 응원을 전합니다.



당신에게


나의 친구, 당신을 걱정합니다. 이곳의 상황은 위태롭기만 합니다. 병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르고 사람들의 입을 가리고 다리를 묶어둡니다. 곳곳에서 분노의 아우성이 들립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에 짙게 깔린 불안은 우릴 지치게 하네요. 무너지기 쉬운 시기입니다. 당신은 괜찮은지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아픈 곳이나 버거운 고민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당신을 만났습니다.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당신도 그리 여의치 않군요. 작년에 계획했던 일이 전부 틀어졌습니다. 예술 분야에서 일하길 오랜 시간 바라 왔었지요. 그런데 어렵게 생긴 기회가 재난으로 번번이 사라졌다고요. 간절했던 미래는 허물어지고 기댈 곳 없이 혼자 짊어져야 할 현실만 당신에게 남았습니다. 무기력에 빠진 채 고민을 시작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꿈꾸는 일을 왜 시작했는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그러나 마땅한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미련하다던 당신이 점점 예전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떤 날은 떠나지 못한 워킹 홀리데이를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선입견을 깨고 원하는 꿈에 자유롭게 도전할 시간일 거예요. 당신의 마음은 그 지역의 조용한 마을에 앉아있는 모습만 떠올려도 설렙니다. 당분간 기약할 수 없다는 사실만 사라진다면 완벽할 텐데요.


불안정한 상태로 바라본 20대는 '아슬아슬'합니다. 꿈과 현실, 연애와 결혼, 계약직과 정규직, 무엇을 선택하든 안전하지 않습니다. 살아갈 공간은 당연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들군요. 경제력의 부족은 가정을 이루기 어렵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우리에게 도전은 객기가 아닐까요? 당신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해도 현실은 지나치게 잔인합니다. 세상 물정 모르던 20살 때와 달리 지금의 실패는 천천하지만 깊숙이 좌절하게 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습관처럼 이어질 때 당신은 달리기 시작합니다. 달리기는 중학생 때부터 지킨 오랜 취미이지요.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숨을 고른 뒤 발걸음을 옮깁니다. 동시에 풀리지 않는 문제의 원인을 찾습니다. 바닥에 닿는 발소리가 빨라질수록 커진 심장 박동이 온몸에 울립니다. 얼굴 옆을 타고 흐르던 땀이 턱 끝에서 떨어집니다. 머지않아 고비가 찾아옵니다. 힘든 순간마다 '할 수 있다'라고 되뇝니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근육에 딱딱한 긴장이 느껴집니다. 호흡이 거칠게 날뜁니다.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라고 내뱉고 다리를 뻗습니다. 점점 거리가 줄어듭니다.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도착했을 땐 '됐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칩니다. 고민하던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정리했고 내면에 자신감을 얻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몸을 혹사할지라도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더 깊이 파고들지요. 주문처럼 반복했던 '할 수 있다.’는 말이 당신을 버티게 합니다. 단순한 말 한마디에 함부로 상상하지 못할 절박함이 담겨있네요. 아직은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견뎌봅니다.


견디고 있다고 멈춘 건 아닐 테지요. 좋아하는 장소를 찾기도 하고 공부로 배움을 쌓아갑니다.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 무작정 버스를 타고 종로로 향합니다. 낯선 카페에서 차가운 커피 한 잔과 함께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이면 긴장감에 생각이 빨라집니다. 즐겨 듣는 노래를 튼 채 을지로 거리를 걸을 때 당신은 오래된 건물 풍경에 편안함을 느낍니다.


최근에는 한국사 공부를 한다고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인 학자들과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배포 큰 임금에게 시대를 초월한 해답을 구합니다. 그들이 당신에게 대답합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여러 시도가 필요하고 결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아도 확신을 가져야 한다네요.


잃어버린 기회가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되고 싶은 모습을 오랫동안 설명해주었지요. 예술을 하는 사람, 착한 사람, 호기심 많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 마지막으로 무엇을 선택하든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운명에 상처받고 현실을  버텨야 하는 당신이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돌려주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따라가는 길은 훨씬 외롭고 힘들 겁니다.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지요.


우리는 오늘도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길을 달립니다. 같이 달리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고 당신의 선택을 무시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온몸의 긴장이 무색하게 마음속 다짐이 무너지고 더는 뛸 수 없을 듯한 한계에 도달합니다. 당신조차 '할 수 없다'라고 말할 순간을 대비해 이 편지에 믿음 하나를 남겨둡니다. 나의 친구,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걱정 대신 응원을 담아

당신의 친구, 제이드인엑스가




제이드인엑스가 청춘들을 인터뷰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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