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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de in x Feb 20. 2021

당신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에세이] 누군가의 조력자가 되고 싶은 당신의 인터뷰 : 19번째 편지

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습니다. 평범한 20대로서 ‘다른 20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으로 그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가진 그들에게 연애편지 형식의 인터뷰로 위로와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과 고민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번 글은 다른 사람을 늘 생각하며 지내는 마음, 그리고 돈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한 편의 단편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어 주세요!



당신에게


제 앞에는 당신뿐인데 두 사람과 대화하는 기분이 들어요. 어떤 질문에는 아주 짧은 답변만 하지만, 다른 질문에는 굉장히 길게 설명하네요. 대범한 사람인 듯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다가 순식간에 누가 지켜보는 것처럼 조심스러워요. 혹시 저의 질문이 너무 어려웠을까요? 당신은 하고 싶은 말은 많다면서도 어디까지 말할지 고민이라고 했어요. 말하기 애매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요. 스스로 생각이 많지만 없는 듯 지내는 이중적인 상황이라고 소개하더군요. 걱정 마세요. 우리에겐 시간이 아주 많고 진정한 당신을 보여줄 때까지 기다릴 준비가 되어있어요. 천천히 하나씩 알아가요.


관심사를 물어본다면 당신을 더 알 수 있을까요? 평소에 소설을 즐겨 읽는다고 했지요. 방식이 조금 독특해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몰아치듯 멈추지 않지만, 결론까지 읽는 건 별로래요. 당신은 억압당하거나 암울한 사회를 표현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룬 소설 읽기를 좋아해요. 그런데 디스토피아 소설을 직접 적는 건 마음이 힘들다고 하더군요. 관심사를 알면 단서를 찾을 거라 예상했는데  아직도 미궁 속이에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당신의 독특한 독서 방식에 웹소설이 잘 맞았나 봐요. 요즘은 웹소설 분야가  발전하면서 독자의 취향이 점점 더 깐깐해지고 작품성도 향상된다고 했어요. 사실 웹소설 읽기는 당신이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에요. 계약직으로 일하며 취업준비를 하면 어쩔 수 없이 답답한 순간이 찾아오고  취업사이트를 보다가 막막한 한숨이 터져 나와요.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신이 지나친 우울 속에서 중심을 찾으려면 집중할 다른 일이 필요한 거지요.  웹소설로 인해 현실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지만, 발전할 시간을 빼앗는 건 아닌지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도 해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당신이 잊으려는 고민과 걱정은 무엇일까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고 싶다고요. 돈이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대요. 세상엔 갖고 싶은 게 너무 많고 돈으로 물건을 사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요. 블루투스 키보드도 디자인과 성능을 신경 쓰니 어느새 4개를 갖게 되었어요. 남들 눈엔 그저 돈 쓰기 좋아하는 성격처럼 보이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이야기엔 언제나 반전이 숨어있어요. 당신에게 돈이 중요한 이유는 돈이 있어야 미래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부유한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 보인대요. 그에 비해 돈이 없다면 먹고사는 일에 바빠 취미 생활이나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다못해 노력의 형태 중 하나라는 자격증도 돈이 있어야 딸 수 있다고 털어놨어요. 당신의 말을 따라 상상해봤어요. 기타 천재로 태어난 사람이 기타를 살 돈이나 배울 기회조차 없다면 재능도 소용없는 상황을요.


그래서 부자가 된다면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재능을 가진 사람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할 수 도 있겠지요. 당신이 웹소설에서 되고 싶은 조력자처럼요. 그들은 주인공의 자리를 빼앗지 않고 그들을 도와줘요.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 누군가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생각해보면 앞에 적은 모든 게 복선이었어요. 당신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에요.  당신의 이야기를 망설이던 진짜 이유는 상대방이 지금 당신이 품은 우울을 걱정할까 봐 염려했던 거예요.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희생이 담긴 유토피아는 싫어서예요. 오히려 디스토피아는 현실의 문제에 관심 갖게 하고 그걸 시작으로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거든요. 직접 소설을 쓸 수 없는 이유는 소설 속에서 악당이나 불행한 인물을 묘사하는 게 편치 않아서였어요.


당신이 두 사람 같던 이유는 당신이 늘 누군가를 생각했기 때문이었네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지만,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지요. 평소 누군가의 호의를 세세하게 기억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초등학생 때 당신이 용 그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리는 법을 알려줬던 친구를 여전히 떠올리며 고마워해요. 고등학생 때 만났던 친구들은 지금의 당신을 만든 존재래요. 멀리 떨어진 중학교를 졸업해서 아는 사람이 없던 당신을 챙겨주고 다가온 친구들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했어요. 그들처럼 아무런 조건과 계산 없이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대요.


인터뷰 내용에 맞추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당신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 수 십 문장이 되도록 끝나질 않아요. 숨겨진 단서를 찾고 반전을 맞이해서 복선을 깨우치는 한 편의 책을 읽은 느낌이에요. 이제 당신의 방식대로 결말을 읽지 않은 채 책을 덮으려 합니다.


멋대로 이야기의 끝을 적어볼까 해요. 당신이 더 많은 것을 갖고 세상에 더 많은 것을 나누는 모습을 그려요. 당신의 바람처럼 이 세상 주인공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빛나도록 도와주세요. 디스토피아를 따뜻하게 바꿀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의 소설 속 지나가던 엑스트라

제이드인엑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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