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de in x Sep 11. 2020

당신은 솔직한 사람인가요?

[에세이]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당신의 인터뷰 : 16번째 편지

이 글은 실제로 20대를 인터뷰하고 작성했습니다. 평범한 20대로서 ‘다른 20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이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질문으로 그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미래를 향한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가진 그들에게 연애편지 형식의 인터뷰로 위로와 응원을 하고 싶었습니다.
‘20대’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한 사람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생각과 고민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번 글에서 인터뷰한 분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특유의 시원시원한 성격과 솔직한 성격으로 현실적인 문제와 미래의 선택을 고민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당신에게


당신은 깊은 산속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같아요. 무슨 생각을 하든지 표정과 말에서 거침없이 드러나요. 사실 대화를 나눌수록 넘치는 솔직함에 당황했어요. 제 질문에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건 당신이 처음이었거든요. 순수하게 웃으면서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데, 그저 얼빠진 표정을 지어야 했어요. 산에서 우연히 마주친 폭포의 웅장한 기세에 감탄하는 사람처럼요.


무사히 대화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할 즈음, 다시 안절부절못했어요. 질문을 듣고 당신이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해서요. 제가 이렇게 물어봤었지요?


당신이 키우는 강아지는 어떤 존재인가요?


막힘 없이 말하던 당신이 잠시 주저하더니 눈썹 사이가 일그러졌어요. 그리고 한참 동안 우리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솔직한 답을 들은 기분이었어요.  강아지가 2살 때 만나 9년을 함께 보냈는데, 점점 아프기 시작한대요. 얼마 남지 않은 이별이 당신을 눈물짓게 하네요. 최대한 오래 같이 있고 싶다는 먹먹한 목소리와  눈가에 맺힌 투명한 눈물에 마지막 질문은 차마 꺼내놓지 못했어요.


오직 당신의 강아지가 줄 수 있는 위로가 있나요?


이런 질문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당신에겐 이미 가족이고,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미어지는 존재인데요. 가만히 멈춰서 우는 당신을 지켜봤어요. 솔직함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당신을요.



당신의 솔직함에 저만 흔들린 게 아닌가 봐요. 당신은 헷갈린대요. 상황에 따라 감정과 행동이 변화무쌍하게 달라져서 스스로를 정의 내릴 수 없대요. 누군가 대신 정해줬으면 해요. 최근 유행했던 성격 테스트에 깊게 빠졌어요. 자신의 성격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 같아서 재밌었다고요.


확실하지 않은  미래도 한 몫했어요. 당신은 대학교를 다니는 수의학 본과 4학년 학생이에요. 수의학과는 2년의 예과와 4년의 본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입학 후 쉬지 않고 6년간 공부에 매진했네요. 당신의 대학생활은 유쾌했어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공부는 배울수록 궁금했어요. 대학생활의 추억을 남기고자 시작한 댄스 동아리, 사물놀이 동아리,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어요.



앞으로 한 학기가 지나면 상황은 달라질 거예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태연할 수 없는 터라 불안해요. 당신이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겨울에 있을 수의사 국가시험에 반드시 합격해야 해요. 졸업한 후엔 대학원 진학도 희망하고 있어요. 무조건 대학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수의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졌대요. 당신이 전문의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네요.


머릿속은 상반된 목소리로 가득 하대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니 시험에 합격할 거라는 믿음 한 편으로,  혹시 모를 탈락의 두려움이 생겨요. 게다가 슬슬 취업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 공부를 이어가는 게 맞는지 혼란스러워요. 내년에 공부를 계속한다면, 자취방을 찾을 고민도 해야 한대요. 결정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정작 당신은  스스로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옳은지 찾지 못해서 답답한 상황인걸요.


어느새 혼자 결론을 내렸어요. 맑은 물이 바닥을 비추듯 감정에 충실한 마무리예요. 성적으로 증명한 자신의 노력을 믿고 미래를 기다리기로 했어요. 학기가 시작되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니 마지막 여름 방학은 쉬어 간대요. 집에서 뒹굴거리며 체력을 보충하고 신나게 놀 거래요.


당신을 괴롭히는 나쁜 생각은 흘려보내고, 평소처럼 행동으로 상황을 고치려나 보네요. 어렸을 때부터 늘 그랬듯이요. 당신은 원하는 것에도 솔직한 사람이잖아요. 중학생 땐 성적을 보고 울다가 부모님께 학원을 다녀야겠다고 말했대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에 공부가 걸림돌이 된다면,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그때부터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해서 결국 바라던 수의학과에 입학했어요. 여전히 당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무너트리며 지내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당신에겐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예나 지금이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바로 구매하고 싶고, 여행이나 유행하는 놀이같이 남들이 하는 건 다 해보고 싶대요. 그래서 당신의 어머니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어요.


너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그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사뭇 진지한 당신의 표정이 떠올라요. 감정과 하고 싶은 일을 꺼내 놓는 건 용기 있는 자세라고 생각해요. 욕망을 가로막는 현실의 문제와 타인의 시선을 감당해야  하니까요. 전혀 뒤를 돌아볼 것 같지 않은 당신이지만, 가끔씩  솔직함에  의문이 생긴다고 했어요.


‘내 말이 심했을까?’

‘욕심이 너무 많은 걸까?’

‘이런 생각은 이기적인가?’


당신은 완벽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계속 같은 문제로 고민할 거예요. 그래도 나름의 타협점을 찾았어요. 당신의 솔직함을 지키되 모두가 자신을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요. 당신을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상대를 배려하며 이야기하는 법을 배우고 알아가는 중이래요.



당신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같다고 했었지요. 한 겨울 추위에도 폭포는 자신의 모양을 지킨 채 얼어요. 오히려 그 모습이 훨씬 매력적일 때도 있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도 해요. 당신에게 혹독한 날이 찾아와도 폭포처럼 내면의 솔직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기다리면 시간이 흘러서 점차 기온은 오르고 따뜻한 햇볕이 비출 거예요. 어떤 날엔 햇빛으로 반짝거리는 물줄기 끝에 무지개가 떠오를 거라고 약속할게요. 당신도 약속해주실래요?


당신의 솔직함에 반한 제이드가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은  한 달 동안 졸업도 하고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제이드 인 엑스 계정의 운영 방향을 생각하며 꾸준히 글도 썼으니 하나씩 올리겠습니다!


인터뷰의 자세한 이유가 궁금하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은 열정적인 사람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