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반복의 힘
무언갈 잘 하기 위해선 ‘반복’이 필요조건이다. 그것엔 분명 반복이 주는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해 들어 새로운 취미나 습관을 가지려고 고민하다보니 반복이 가져다주는 장점/단점에 대해 생각해봤던 것 같다.
내 인생은 어떻게 보면 이 반복된 삶이 주는 일종의 '나쁜' 관성(관성엔 좋은 관성과 나쁜 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에 의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주 어렸을 때 매주 집으로 찾아왔던 눈높이 수학 선생님과 함께 기계적으로 풀었던 학습지, 중학교 때는 다같이 어울리기 좋았던 구기종목들에 많은 시간을 썼고, 고등학교 땐 대한민국 제일 중요한 이벤트인 수능을 잘 치기위해 무조건적으로 수업 후엔 학원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근데 재밌는 점은 이런 반복된 행위들이 잠시라도 끊기면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뭔가 메인스트림에서 이탈한 것 만 같은, 그래서 큰 손해를 미래에 볼 것 같은 상상들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근거없는 불안들이 비효율적인 '반복'들을 더욱 부추겼고, 진짜 온전히 나를 위한 고민(원초적 희망, 꿈, 취미등)에 대한 시간도 가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렇듯 반복이란 본인에게 옳은 방향성이 전제되었을 때 그 진가가 나올 수 있다라는 점을 크게 간과하고 살았던 것 같다. 위의 사례와는 다르게 반복적인 행위가 옳은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면 엄청난 장점들이 나올 수 있다.
1. 일관성: 반복은 특정 행위가 가져다 주는 크고 작은 결과물들을 ’일관적‘으로 만들어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즉, 일정 행위를 반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규칙적인 행동의 결과(효용 혹은 단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어 output을 더욱 명료하게 해준다. 그래서 이런 규칙적인 경험들이 개인 스스로 많아질 수록 쌓여진 결과값들이 복잡하게 연산되 그 다음 의사결정에 큰 순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 관성(inertia): 당연한 얘기겠지만 행위를 생산의 관점에서 봤을 때, 반복된 행동들은 하면 할 수록 그 한계비용(에너지)가 이 적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정 tipping point를 지나서면 시작할 땐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수가지의 과정들이 합쳐지며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된다. 즉 더 쉽게 더 잘할 수 있게된다. 이 관성의 참된 가치는 그 줄어든 에너지를 취미, 사고, 혹은 또 다른 반복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3. 방향성에 대한 고찰: 잘 설정된 방향성에서 반복이 더해지면 위에 언급한 장점들과 같이 슈퍼파워를 가질 수 있다. 다만 맨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방향성‘이 옳지 않다면 그건 바로 시간 & 정신적 낭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을 하기에 앞서 그 결과치를 어느정도 scope out해보고 고민해보는 과정을 가질 수 있어 좋다.
내가 지난 세월들에 아쉬움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큰 이유없이 반복적인 행동들을 강박처럼 해왔다는데 있다. 반복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되고 하면서 끊임없이 그 반복이 의미있는지 돌이켜 볼 줄 알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최소 1-2개의 ‘생산적인’ 반복을 우리 삶에서 지키고, 새로 만들어갈 줄 안다면 우리의 남은 인생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내게 3년 전 새로 시작한 이 곳 미국에서의 삶은 지난 수십년간 반복되었던 한국에서의 내 생활방식과의 이별이기도 했다. 앞으로 더 어떻게 내 삶이 변화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