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 시간 단식 후기
최근에 건강하게 먹는 걸 즐기던 중 왜 우리는 이렇게 건강하게 먹고 운동을 즐겨도 기본적으로 살이 찌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될까?를 연구하게 됐는데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맛을 조금 내려둔 저 GI 식이에서도 한 끼니당 지방이 15g 이상이면 혈관에 흡수된 지방들은 대사 할 기회를 놓치면 망설이지 않고 지방세포로 들어가 버린다. 그럼 총칼로리는 분명 균형이었는데 살은 찐다. 한번 복부지방이 된 지방을 다시 빼기란 엄청 힘들다. 기본적으로 글리코겐을 먼저 소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후에 산책을 하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이다. 식후 마구 분비된 인슐린들의 지방저장본능을 억제시키기 위해서다. 무조건 산책을 나가야 되나? 묻지도 않고 나가는 이 지옥을 영원히 겪어야 하나?
엄청난 운동량을 통해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하고 많이 사용하는 체질로 바뀐 몸에선 즉 인슐린 저항성이 한계에 가깝게 낮아진 몸이면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긴 하다. 인슐린은 언제나 글리코겐을 빨리 근육에 빨리 저장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혈당이 완만해지고 섭취한 지방이 다음 식사 전에 대사 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며 살이 안 찌는 체질이 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식사를 해도 인슐린이 철벽처럼 요동치지 않는 몸이 되기 전까지 일반적인 몸은 2년 동안 굉장히 강도 있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글리코겐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쓰는 훈련도 필요하지만 근육의 비대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총량과 포만감이 떨어지면 몸은 이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우리의 다이어트 의지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랩틴과 그렘린은 서로를 길항적으로 작용하는데 짧게 결론을 내면 마이너스 칼로리 상태는 코르티솔이 급격하게 또 장기적으로 오르면서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갈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게 계획에 없던 식사든 계속 내면에서 느껴지는 갈망이든 반사적 행동이든. 이 코르티솔은 정말 나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높은 코르티솔을 감내하는 다이어트는 대부분 실패하거나 얻는 것만큼 잃는 게 많다. 이를 감쇄하기 위해선 인내력을 여기에 투자하거나 굉장히 세련되고 계산된 식이(치팅데이)가 있겠지만 아마 코르티솔이 올라간 상태에선 이런 투자나 계산은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 대안을 선택하더라도 부작용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칼로리 마이너스에 갑상선이 반응해서 기초대사가 줄어듬은 물론, 글리코겐 에너지 시스템하에선 근분해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케토제닉의 경우 항상 근분해가 억제된다. 반면 일반식의 경우 인슐린이 내려가면 (소화가 끝나면) 근분해가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컨디션도 다이어트를 방해한다.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조금만 저탄수식이를 해보면 웨이트 트레이닝의 퍼포먼스가 엄청나게 떨어지는 게 느껴봤을 것이다. 내가 약해진 것 같은 기분도 억울한데 근분해율까지 높다니 통곡할 노릇이다. 그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케토제닉을 해도 속근의 효율이 떨어져서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건 마찬가지긴 하다)
결론은 저 GI 식이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살이 안 찌고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고 장이 건강해지고 더 많은 운동력을 확보하는 것이지 다이어트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하게 먹는다고 해도 다이어트를 기대하는 게 너무 괴로운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특히 근분해 내용 때문에 케토제닉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근력을 잃으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건 너무 하잖아.
케톤식이를 하는 건 좋은데 어쩌다 제목처럼 5일 단식까지 하게 됐느냐는 과거 천천히 저탄수식이를 해봤을 때의 괴로운 경험에 의한 절망감 때문이다. 에너지원이 필요한데 에너지가 주어지지 않을 때의 괴로움. 먹어도 충분히 먹지 못했다는 느낌에 괴로움.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몸이 먹는 량을 정확히 카운팅 하고 몸상태를 체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어떻게든 줄이고 빨리 웰빙에 이르고 싶다 보니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케토시스에 빨리 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료를 보다 보니 5일 정도의 공복이면 성숙한 케토시스의 80% 정도의 수준에 지방 대사비율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하여 이 정도면 인간이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하여 선택하게 됐다. (평소라면 장기간 공복은 생각도 못했을 텐데 이번 연휴가 꽤나 길기에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편안하게 몸을 돌볼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공복 중의 경험을 차근차근 적어보려고 한다.
첫날 아침은 공복운동 후 저 GI 식사로 마무리를 했다. 사실 이때까진 단식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근분해 관련 아티클을 접한 이후 정해진 기습적인 단식이었다. 공복 6시간이 되니 평소대로 배가 고파졌다. 10시간이 되니 이제 몸이 난리를 치기 시작한다. 당장 밥 먹으라고 아마 이때가 피크였던 거 같다. 이런 식사에 대한 갈망에 가장 좋은 건 집안일이다. 평소에 한 번에 하려고 놔둔 일, 해야 하지만 당장에 중요하지 않을 일을 모두 발굴해서 하다 보면 몸은 지치고 신체가 활성화되면 식욕이 가라앉는다. 그렇게 이 시기를 보내고 남은 시간은 크게 힘든 거 없이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제 24시간. 몸에 약간 힘이 없고 식사는 생각이 나지만 공복 10시간대의 그 정도는 아니다. 인간적으로 감수할만한 정도. 공복상태에서 5일 동안 180km 마라톤을 했다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나서 과연 그게 인간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섰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니 몸에 힘이 없다는 게 정말 체감이 되고 오한이 느껴졌다. 평소에 단숨에 올랐을 계단과 산도 하늘처럼 높아 보였다.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격해지는데 이제 케톤 대사가 시작되는 건가 그게 맞니?라고 질문을 해보지만 그렇다고 운동퍼포먼스가 좋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중요한 건 운동 수준이 격해지거나 등산 중 길을 잃자 오한은 사라지고 묘한 집중 상태에 들어간다. 운동이 원활하진 않았지만 몸의 나쁜 상태는 다 잊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이제 48시간. 몸에 힘이 없는 건 마찬가지고 집안에 있는데도 오한이 느껴진다. 예전에 24시간 단식은 해본 적 있지만 그 이상은 살면서 처음이다. 단식을 하면 몸의 온갖 쓰레기 세포들이 오토파지 되면서 콩팥에 몰린다는데 그게 지금의 상태가 아닐까 하면서 얌전히 기다렸다. 대신 집에서 철봉에 매달리고 복부운동하고 스쿼트하고 케틀벨하고 푸시업까지 할 수 있는 건 3세트씩 다 했다. 케토시스라고 해도 근육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지방을 쓰기보다 근분해를 하려는 게 몸의 기본적 메커니즘이라 운동은 필수라고 들었다. 그래도 격한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정신적으로 약간 힘들었다. 이때부턴 배가 고프긴 보단 식사 후의 만족감이 너무 그리웠다. 정신적으로 자극이 필요했었던 거 같다. 몸을 움직여 자극을 얻기엔 몸은 쇠약했고 뭘 하든 집중력이 확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50~60시간 이때가 단식의 고비였던거 같다. 10시간 때의 그 갈망보다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 갈망을 참는 건 힘들겠지만 아프거나 집중력 떨어지는 게 가장 괴롭다는 사실을 배우게 됐다. 그래서 구아바 차, 블랙커피, 녹차 여러 가지 바꿔가며 물을 먹긴 했는데 그래도 만족은 영 아니었다.
3일차 밤부터 느껴지지 않던 오한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훨씬 상태가 좋아졌고 글리코겐 시스템에서 식사를 한 뒤에 만족감에 차올라 운동을 나가고 싶었던 탄수식이 때처럼 날뛰고 싶어졌다.
4일차와 비슷했다. 몸의 컨디션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모멘텀이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었다. 밖에 나가서 Z2수준의 운동을 두 시간하고 왔다. 오히려 이쯤 되니 6-7일을 하면 어떻게 될까.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통상적으로 의사의 도움 없이 진행하는 단식은 보수적으로 3일이나 5일이 한계이라고 하는듯하여 여기서 마무리.
시작 24시간 48시간 72시간 96시간 120시간
77.5 76.9 76 75.7 74.4 73.6
시작날의 몸무게는 예측해서 넣은 값이다. 초창기에 급격히 빠지는 게 글리코겐과 물무게. 그 이후에서도 빠지는 건 지방의 무게라고 추측 중 (어느 정돈 오차나 수분의 변동일 확률이 높다 하루 만에 0.8kg씩 빠지긴 쉽지 않을 것이다.)
- 마그네슘, 칼륨 보충제를 꼭 사시라 (비싸지 않다. 특히 칼륨은 소금 가격이다)
- 생각보다 나트륨을 더 드시라. (핑크솔트가 비린맛이 없어서 먹기 좋다)
단식이나 케토제닉을 하면 인슐린이 올라가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몸은 인슐린이 들어올 때만 나트륨을 붙잡는 로직을 가지고 있다. 또 케토제닉을 하면서 카로리 마이너스까지 하는 식이에선 칼륨을 보충하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쉽게 전해질 부족에 건강하게 잘 먹고 살아왔다면 이 부족을 경험할리가 없기 때문에 매우 기분이 이상할 것이다. 물을 마셔도 탈수증상이 나고 매일 밤 쥐가 난다거나, 식이섬유를 충분히 먹고도 변비가 생긴다거나. 그러니 꼭 저건 구비를 하시고 시작하시라.
이후 식이는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아침 30g, 점심 30g, 간식 30g, 저녁 30g 단백질 확보.
- 채소와 MCT, 올리브 오일, 견과로 포만감 확보.
- 일 -500kcal 식이, 주 5회 -500kcal 운동, 주 1회 -3600kcal 등산
- 목표 허리둘레 83cm에 도달하면 주 5일 키토제닉 주 2일 탄수화물로 변경
- 균형 칼로리 CKD(싸이클링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정신적으로 부담이 있으면 5:3:2 저 GI 식이로 변경
2025-11-25 일 기준으로 한동안 쟁여뒀던 글을 마무리하는데. 마지막에 썼던건 처음 단식을 할때 썼던 계획이다. 실제론 조금씩은 달라진게있다. 케토제닉을 하면서 겪은 내용과 실제로한 식단 등은 다음 포스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