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온 이상하고 특별한 너
'작가의 말'이라는 제목을 쓰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내가 진짜 작가도 아닌데 이 짧은 에세이에 에필로그를 쓴다는 것도 그리고 그 에필로그 제목으로 '작가의 말'이라고 적는 것이 영 어색하다. 하지만 제목을 정해야 글이 써지는 나로서는 이 상황이 무척 곤란하다. 아마도 이번 주 숙제는 내가 또 꼴등이 될 것 같다. 사실 이런 핑계가 없이도 나는 매주 꼴찌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늦여름, 독서와 글쓰기 플랫폼인 '꿈의 도서관'에서 주최한 '안녕, 나의 에세이' 수업을 신청해 7주 동안 수업을 듣고 숙제로 매주 개인 주제 1편, 지정주제 1편씩을 제출했다. 첫 수업 시간에 나를 포함한 8명의 동기들이 각자 정한 주제를 이야기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과정을 통해 각자 주제를 정하고 제목과 목차를 만들어나갔다.
남들이 모르는 나의 어두운 면을 꺼내 써볼까 했지만 아직 나를 벌거벗길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있지도 않았다. 내 얘기가 아니라면 부모님, 남편 그리고 자매의 이야기인데 그것이 지극히 내 주관적인 시선이라 어쩌면 내가 그들에게 상처 입힐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그들에게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쓰지 못하고 미화시킬 것 같았다.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세상 모든 일처럼 글쓰기도 매번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다. 도대체 이 세상엔 쉬운 일이라는 것이 있는 건가!
그렇게 글 주제로 시작해 세상 한탄까지 하다가 최근 내가 경험한 가장 힘들 일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중 그나마 내가 솔직하게 쓸 수 있고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소재는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했다. 그건 양육이었다. 현재 난 고1 남자아이와 초6 여자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로 내가 남들보다 아이를 특별하게 잘 키워서도 아니고 내 아이가 남들보다 특별해서 글의 주제를 '양육'으로 정한 것은 아니다. 그저 외동이 많은 지금 보통 가정보다 자녀의 수가 많고 셋 중 둘은 일란성쌍둥이라는 아주 조금 다른 상황이라 주제를 양육으로 정한 것뿐이다. 어쩌면 남들보다 더 엉망으로 키우고 있어서 더 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양육을 주제로 정하고 세 아이들 중 일단 첫 아이 이야기를 써보기로 했다. 미혼자는 아니었지만 친구들 중 일등으로 시집을 갔고 일등으로 엄마가 되었고 큰언니와 작은언니가 시집가기 전이라 엄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애 키우는 것이 아이 낳는 것보다 힘들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미리 알았다면 낳지 않았까? 아님 미리 알았다면 몸과 마음의 준비를 조금 했었을까? 아마 이 세상 모든 부모가 나처럼 육아는 처음이라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단정 짓고 나를 위로한다.
주제를 정하고 나니 큰 제목과 목차까지 막힘없이 생각이 났다. 심지어 목차마다 에피소드가 막 떠오르면서 글이 빨리 쓰고 싶어 졌고 나도 모르게 나 글쓰기에 소질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착각을 했었다. 정말 무식하기에 용감한 나다운 착각이다. 첫 수업을 끝내고 그 주부터 7주 내내 나는 변함없이 글이 잘 써진 날이 없었고 숙제 제출은 항상 마감 직전 또는 후에 했다. 그 과정이 가끔은 힘들었고 '내가 작가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누가 책을 내준다고 한 것 도 아닌데 왜 써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8명 모두 7주 정규 수업에 낙오자 없이 잘 끝났고 7주 정규 수업은 끝났지만 각자 준비한 프로젝트를 끝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달 동안 매주 1편 또는 그 이상씩 글을 쓰면서 서로를 응원했다. 그 결과 동기 8명 중 6명은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했고 다른 한분은 바디 프로필에 도전을 하시면서 꾸준히 글을 쓰셨다. 나는 또한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하진 않았지만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하겠다는 생각에 느리지만 꾸준히 글을 썼다.
한 주제로 15~20 편 이상 쓴 동기들에 비해 나는 다소 적은 분량인 9편을 썼지만 그래도 글을 마무리했다는 것에 기뻤다. 마치 내가 마라톤 하프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던 때처럼 아직은 여러 방면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과 비록 분량은 짧지만 이렇게 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는 내가 참 기특했다. 그리고 예전에는 갑자기 떠오른 짧은 생각들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스쳐 지나쳤다면 이젠 브런치나 블로그에 제목이라도 저장해 놓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한 주에 한 편씩 써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스트레스가 아닌 내가 꿈꾸는 미래를 위해서 투자한다는 긍정적인 스트레스가 쌓여간다.
이제 짧은 나의 첫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이 에세이를 쓰는 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느꼈고 다시 한번 양육에 대한 나의 목표를 다짐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였지만 나의 첫 에세이를 읽어주는 독자에게는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글쓰기! 못하겠어! 안 할래! 재능이 없어! 왜 해야 해! 불평불만을 늘어놓았지만 나도 모르게 두 번째 글쓰기 주제를 고민하고 조금 더 독자의 입장에서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글쓰기에 빠져들고 있나 보다.
수업 동기 중 한 분이 글이 다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글이 발행이 되어 당황했는데 그 글이 이외로 반응이 너무 좋아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을 쓰면 고민하지 말고 발행 버튼부터 클릭해야겠다고 하셨다.
그 동기에 말에 이거다 싶었다. 어차피 내 글은 엉망인데 혼자 잘 썼나 못 썼나 고민 말고 일주일에 한 편씩 쓰고 발행부터 해보자.
양이 곧 재능이다.
재능에 자신이 없다면
양으로 승부하자
나카타니 아키히로의 말처럼 일단 양으로 승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