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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Sep 18. 2023

주말 달리기 05_슈퍼블루마라톤



서울 D-21

춘천 D-42


23년 9월 17일 (일) 

남편은 딸들에게 어버이날 선물로 올해 등산 1회, 마라톤 1회를 함께 하자고 했다.

등산 1회는 8월 휴가 때 광교산으로 마라톤 1회는 슈퍼블루 마라톤을 신청했다. 슈퍼블루 마라톤은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시작된 대회이기도 해서 나름 의미 있는 이벤트라 생각했다.


대회 전 도착한 마라톤 키트에는 파란 티셔츠, 스티커, 배번표, 테이핑용 테이프, 슈퍼블루를 상징하는 파란색 운동화끈이 있었다. 우리는 대회 당일 운동화끈을 파란색으로 교체하며 슈퍼블루 마라톤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었다.


대회 당일 일요일, 평소 같으면 오전 10시에나 일어날 딸들이 남편과 나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일찍 일어났다. 나는 참 별 것 아닌 아이들의 태도에 감사함을 느꼈다.


상암에 도착해 출발 전 사진도 찍고 딸들은 5km, 나와 남편은 10km를 뛰었다.

오랜만에 대회라 그랬는지 아님 금요일 회식 때 마셨던 술이 덜 깼는지 살짝 흥분해 그랬는지 페이스 조절에 실패했다. 3km부터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하면서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래도 6분 40초대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겨우 겨우 8km를 지났을 쯤인가 눈앞에 멀리 오르막이 보였다. 눈에 그 오르막이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뇌는 뛰자에서 걷자로 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같이 생각했던 참가자들이 꽤나 많았다. 다늘 나처럼 골인 지점 2km 정도 남겨두고 오르막코스를 만든 주최 측을 원망하진 않았을까.

오르막은 골인지점 500m 전에 끝났다. 나는 마지막 500m 정도는 뛰어줘야 할 것 같아 다시 자세를 잡고 뛰었다. 


겨우 골인지점에 도착.

미리 도착해 내 기록을 확인한 남편은 나에게 10월 대회 전까지 금주하라며.... 나는 겉으로 알겠다고 하곤 속으론 '그쪽은 술, 담배 다 끊어야 할 텐데...'라며 중얼거렸다. 나는 나를 지적하는 남편의 말이 듣기 싫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대회 당일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땀도 많이 나고 갈증도 났지만 금요일에 술로 달려 내 몸에 수분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대회 내내 더 갈증이 났고 더 힘들었었다. 

진짜 10월 대회 전까지 컨디션을 잘 조절해야겠다.


결과는 엉망진창이었지만 나는 빠지지 않고 주말 달리기 연습을 했으며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했다. 우리 모두 완주해 예쁜 메달까지 받아서 더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다음 주는 10월 8일 서울 레이스 전 마지막 장거리 달리기 연습이다. 못해도 18km 정도는 뛰어야 하는데..... 이번 슈퍼블루 마라톤 과정과 결과를 생각하니 급 자신감이 떨어진다. 

아.... 괜히 하프코스 신청했나.


인생은 뫼비우스 띠처럼 도전, 후회, 실패, 성공이 계속 무한대로 뱅글뱅글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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