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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자 Sep 11. 2023

주말 달리기 04_10월 서울, 춘마 준비



서울 D-28

춘천 D-49

   

유희의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토요일 미루고 미뤘던 '무빙' 드라마를 몰아보았다. 드라마를 보면 끝장을 내는 유형이라 시작조차 안 하지만 조인성의 외모, 류승룡, 문성근의 연기, 지인들의 추천이 나를 흔들었다. 심지어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남편까지도 보겠다며. 부추긴다.

이런 상황이니...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이런 상황은 당장은 안 보이지만 추후 큰 대가를 치르게 한다.)


어머님과 함께한 저녁식사 제외한 나머지 토요일 시간, 우리 가족은 종일 티브이 앞에서 '무빙'과 함께했다. 일단 TV만 틀면 리모컨을 손에 꼭지고 잠을 자는 남편이 먼저 잠이 들고 나와 딸들은 밤 12시가 넘도록 ‘무빙’에 빠져있었다.


밤이 늦어질수록 나는 내적갈등에 빠졌다.

    

‘4편뿐이 안 남았는데 달리기 째고 다 볼까?’

‘아니지 대회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뛰어야지?’

‘4편이 많으면 한 편만 더 볼까?’

‘아니지 그럼 그냥 네 편 다 보는 게 낫지’

‘내일 날도 덥다는데 아예 저녁에 달릴까?’

‘아니지 저녁에 뛰면 월요일 출근해서 힘드니 오전에 뛰어야지.’

  

나 혼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중에 딸아이 목소리가 훅 들어온다..

   

"엄마! 내일 운동 간다며 우리 그만 보자!"

"그래! 그게 좋겠지? 아쉽지만. 우리 자자. “   

  

딸아이 덕분에 나의 내적갈등은 종료되었다. 나는 오전 7시 알람을 맞추고 잠이 들었다.      

    

띠리 리리

알람 소리에 눈을 떠보니 오전 8시 30분….

분명 오전 7시에 맞췄는데.

왜 큰아이 학원 가는 시간 알람만 들렸을까.

나는 스마트폰 알람을 끄고 날씨를 확인했다. 현재 온도 30도, 최고 온도 32도.

너무 더웠지만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운동복을 입고 길을 나섰다.



     

9km까지는 생각보다 덥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1km 추가로 거리를 늘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뿜뿜. 너무 자신감이 넘쳤을까….

10km에 들어서면서부터 땀이 비 오듯 내렸고 머리가 지끈 아프기 시작했다. 9km와 10km, 달랑 1km 차이였지만 나의 자신감중도포기감으로 돌변했다. 중도포기감으로 돌변하자마자 나는 목이 더 말랐고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마에 발랐던 선블록이 땀을 타고 내려와 내 눈을 따갑게 했다. 모든 여건이 나에게 그만 달리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어제 드라마를 덜 보고 일찍 잤었으면 조금 더 이른 시간에 달렸을 텐데.

더 이른 시간에 달렸으면 이렇게 덥지 않았을 텐데.

더 달릴 수 있을 텐데….'


내 머릿속에 오만가지 ‘텐데’들이 나의 뇌를 압박한다.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누가 억지로 나보고 늦게까지 보라고 한 것도 아닌데 ‘텐데’ ‘텐데’ 후회한들 무슨 소용인가. 쓸데없는 내적갈등 중에도 나의 다리는 그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나의 다리는 그렇게 나에게 계속 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요리조리 핑곗거리만 찾는 내가 바보 같았다. 일단 다리의 메시지에 따라 뛸 때까지 뛰어보기로 했다.

     

16.09km 종료

종아리에 쥐가 나서 1km 추가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나는 못내 아쉬웠지만 몸이 나에게 준 메시지대로 더는 욕심내지 않기로 했다.  

    

내가 무빙 1화부터 14화까지 시청한 유희의 대가는 아래와 같다.     

1. 선블록을 바르고 모자도 썼지만 30도 넘는 뜨거운 태양에 장시간 피부 노출로 인한 기미 출현, 기존 있던 기미는 좀 더 진해짐-> 대회가 끝나면 피부과 갈 예정-> 추가 지출 발생

2. 30도 넘는 뜨거운 태양 아래 장시간 노출로 더위를 먹음-> 아침도 못 먹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편두통 때문에 남편이 만든 어남선생 연어 덮밥, 연어 국수 못 먹음

3. 모든 일정이 뒤로 미뤄져 담가야 할 파김치 못 담금-> 아직도 김치냉장고에 생쪽파채로 있음-> 남편이 보면 잔소리할 듯-> 정신적 스트레스 추가 발생

4. 제일 중요한 1km 거리 추가 못함-> 대회가 코앞인데 하프…. 완주 가능할지.   

    



   

다음 주는 딸들과 슈퍼블루 마라톤 행사에 참여한다. 가을에 아이들과 함께 달리고 싶어 검색하다 발견한 마라톤 일정인데 그 의미가 더 뜻깊어 바로 신청했다. 심지어 학생은 참가비 무료라니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오래간만에 1km 거리 늘리기 부담도 없고 의미 있는 행사에 가족이 참가하게 되어 마음까지 뿌듯하다.


     

**슈퍼블루 마라톤은 2014년 '블루 캠페인'(지적장애인 용어 바르게 쓰기) 캠페인이 진화되어 2015년에 창설된 행사임**     


http://www.superbluemarathon.com/


#주말달리기 #무빙 #유희 #대가 #기미 #내적갈등 #슈퍼블루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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