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날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
온기를 빼앗겨 숨이 멎어가는 산송장들 식어버린 심장은 다시 뛰는 법을 잊어버렸고
다시는 들이키지 못하는 숨을 헐떡이네
온몸이 굳어가는 와중에도 즐겁다네 앞서간 시체들에 함박눈이 쌓였네
그 차가운 길바닥에서 무엇을 얻고자 길을 나섰는지
처음 누운 시체만이 알겠지
방향조차 엉망진창인 길바닥의 장례식 조문객 하나 없는 기이한 모습
아, 조문객마저 누워있네
도도한 고양이는 함박눈을 뽀드락 뽀드락 희롱하듯 밟으며
새로운 시체(진)을 환영하네
식어가는 굳어가는 그 위에 살포시 얹어진 시체* 위에서
-24년 01월 어느 날 관리형 독서실을 다니는 06년생 고3 편노 씀-
제 아들이지만 당췌 뭔 말인지......
'*'는 무슨 뜻이냐 물어보니 묻지 말고 그냥 포스팅하랍니다. 그래서 그냥 주는 대로 올립니다. 시를 써주는 게 어딥니까... 감사해야죠.
겨울방학이라고 제가 이 친구를 관리형 독서실을 보냈더니. 이 사달이 났나 싶습니다.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머리가 복잡해졌는지, 시가 너무 어려워졌네요. (제 기준에 말입니다.)
며칠 전 새벽, 어디서 불빛이 보여 잠에서 깼습니다. 그 빛을 따라가 보니 편노의 방.
노크도 없이 문을 확 열고 '야! 뭐 해! 자라!' 꽥 소리쳤습니다. 놀란 기책도 없는 편노는 이상의 시집을 읽고 있다며 시집을 보여주더라고요. 고3이 공부는 안 하고 시집이나 읽을 때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허나 하지 않았습니다. 한다한들 무슨 소용 있나요. 이미 벌어진 일인데.
그 찰나의 순간에 저는 편노의 어미라 그랬는지.
이상시인은 천재인데, 이상의 시를 좋아하는 편노도 천잰가.라는 착각에 잠시 빠졌습니다. 그런데 여드름이 터져 피가 슬쩍 흘러나오는 편노의 얼굴을 본 순간,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편노의 모습, 생활 그리고 시를 통해 방학이지만 방학처럼 보내지 못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얘들아! 니들 힘든 거 알면서 모르 척해야 하는 우리도 무지 힘들어. 그리고 니들한테 고마워하고 있어. 그건 알아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