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은 경기도 용인시, 수원시, 의왕시에 걸쳐있는 높이 582m의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다. 최고봉인 시루봉을 중심으로 백운산, 바라산, 우담산, 청계산으로 연결된다. 수원시에서 제공하는 광교산 등산코스는 총 10개다. 공식적인 코스는 10개지만 동네별로 따지면 50개 코스를 훌쩍 넘는다. 산과 산을 넘나드는 광천종주코스까지 포함하면 365일 매일 산에 가야 모든 코스를 정복하지 않을까 싶다.
어릴 적 아빠를 따라 관악산,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 지리산 (적다 보니 '악'산을 주로 다녔군. 그래서 40년이 넘어도 기억나는 건가) 등 꽤 많은 산을 다녔었다. 딱히 갈만한 곳이 없었나? 아무튼 어린 시절 경험 덕분에 등산에 거부감은 없다. 가야 할 일이 있으면 기꺼이 가지만 그렇다고 즐기는 편은 아니다. 광교산 역시 그런 산이다. 2011년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사 온 뒤, 매해는 아니지만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산 중턱 산스장까지 올라가곤 했었다. 산스장은 용인 수지 성당 쪽에서 시작해서 대략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만나는 헬스장처럼 운동 기구가 있는 언덕이다. 내게 광교산은 그 산스장이 전부였다. 그랬던 내게 변화가 생긴 것은 1년 전이다.
2024년 4월 제21회 경기마라톤 대회, 내 생애 첫 풀코스 달리기를 마쳤다. 남편이 페이스 메이커가 돼준다는 말에, 완주는 걱정 말라는 말에 홀려 참가한 대회였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달리기를 싫어했을 때라 풀코스 마라톤 대회 준비도 설렁설렁했었다. 믿는 구석, 풀코스 경력 5회 이상인 남편이 있었기에 더욱 수동적이었다. 목표한 아니 남편이 목표한 4시간 50분에는 못 미쳤지만 5시간 11분 58초의 기록으로 완주를 했다. 시작부터 15km까지는 목표 페이스를 유지했다. 나는 속으로 별 것 아니네라는 거만한 생각을 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오르막. 윤종신의 '오르막'노래의 가사처럼 웃음기는 사라졌고 말 수는 적어졌다. 28km 지점부터는 나를 위해 뛰어주는 남편의 응원에 말조차 듣기 싫었다. '제발 좀 조용히 해.', '다 왔다는 얘기 좀 하지 마. 다 오긴 뭘 나와 아직도 멀었는데.'라며 짜증 섞인 말투로 타박도 했다. 35km 지점, 내 주의에 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내가 골찌라는 생각이 들어 창피했었다. 이게 뭐라고 끝까지 뛰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 DNF (do not finish) 즉 중도포기를 선언하고 싶었다. 머릿속에 DNF 생각만 있을 때쯤, 제복을 입은 젊은 청년의 '힘내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 그 제복이 경찰인지, 군인인지, 코스튬을 한 러너인지는 기억나진 않지만 그 목소리 뒤로 교통 통제를 하시는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소리, 길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의 응원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끝까지 내 곁에서 뛰어주는 남편의 모습이 그때서야 자세히 보였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들 응원을 해주나 싶은 생각과 함께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생각이 '그래, 힘내자. 진짜 얼마 안 남았어. 여기까지 뛴 게 아까워서라도 완주는 하자.'라는 생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천근만근이었던 허벅지와 종아리가 가볍게 느껴졌고 갈비뼈 밖으로 튕겨 나올 것 같던 심장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첫 풀코는 다행히 완주로 마무리되었다. 뛰는 동안 이게 바로 사서 고생이구나, 다시는 뛰나 바라 했는데 완주하고 나니 5시간을 넘긴 기록이 아쉬웠다. 훈련을 조금 더 하면 5시간 안에는 들어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다음 대회에 대한 욕망이 올라왔다. 대회가 끝나고 며칠 뒤, 남편이 뜬금없이 트레일 러닝을 해보자고 했다. 로드 달리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산 달리기냐고 남편에게 손사래를 쳤다. 로드 달리기 훈련에 도움도 되고 산 구경도 하고 1석 2조라며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등산은 종종 했지만 산 달리기라니, 속으로 '절대 안 해. 아니 못해!'라고 소리쳤다. 그런 내가, 수원 호카매장에서 트레일 러닝 신발을 신어보고 있었다.
새 신을 사니,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팔짝 폴짝은 아니더라도 한번 산에서 달려보고 싶었다.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new'라는 단어의 힘이었을까? 바로 다음 날부터 나는 광교산을 올랐다. 이렇게 시작된 광교산 달리기는 봄부터 가을까지 나의 달리기 코스 요리 맛집이 되었다. 혹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트레일 러닝을 준비하는 이가 있을까 싶어 내가 즐겨 찾는 코스 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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