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광교산_모든 코스가 맛있는 요릿집 2부

by 땡자

광교산 특선 코스 메뉴


코스 A

버들치고개-천년약수터-형제봉 (해발 약 448m)

왕복 거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6.2km

왕복 시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시간 30분 ~ 3시간 소요 (보통걸음 기준)


장거리 코스가 아니라서 거창하게 러닝조끼를 입거나 등산스틱이 필요 없다. 트레일 러닝 신발과 가벼운 운동복 그리고 손에 쥘 수 있거나 러닝 벨트에 들어가는 물통 1개 정도면 충분하다. 물통에 물을 담아가도 좋고 중간 지점에서 만나는 천년약수터에서 보급을 받아도 된다. 단 종종 음용부적합 할 경우가 있으니 되도록 마실 물을 준비하면 좋다.

집에서부터 버들치마을 입구까지 대략 1km 로드 러닝으로 워밍업을 한다. 입구에 닿기 전 마지막 시멘트 오르막은 '이제부터 올라갈 거야 준비해'라는 신호를 준다. 그 오르막을 잘 버티고 올라오면 천년약수터까지 대략 km 구간은 나름 완만한 편이라 달리는 동안 풍경을 볼 수 있다. 이 코스에서 산스장은 천년약수터에만 있다. 잠시 몸을 풀고 싶다면 천년약수터 산스장을 이용하자. 천년약수터를 지나면 첫 번째 깔딱을 만난다. 이 고개는 초반에 부드럽고 푹신한 황톳길 위에서 '나 좀 달리는데'라며 우쭐해진 나에게 '응, 아니거든'이라고 말하면서 울퉁불퉁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500m도 안 되는 길이지만 지형만큼이나 다정하지 못하다. 시야에 경사가 보이면 '이걸 언제 올라가지?'라는 생각에 걷고 싶어진다. 그래서 오르막길이 나오면 경사가 보이지 않게 고개는 최대한 푹 숙이고 속도는 뛰는 것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닌 잰걸음 달리기로 뛴다. 첫 깔딱 고개를 통과하면 아이스크림, 찬 음료, 그리고 막걸리를 파는 쉼터가 있다. 아직 이곳에서 사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잠시 쉬어가고 싶다면 추천한다. 결제는 현금과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쉼터에서 300m 정도 지나면 코스 A의 마지막 깔딱을 만난다. 오르막 경사가 높을수록 정산에 가깝다는 얘기는 왜 안 틀리는지. 왜 그래야 하는지, 왜 꼭 그런지 모르겠다. 이것은 산이 나를 골탕 먹이려고 부리는 심술이 분명하다.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달려들지만 산이 꼭 이긴다. 마지막 깔딱은 오르막길과 354개 계단이 믹스된 끝판왕이다. 잰걸음 달리기로 겨우 오르막 끝에 닿으면 정말 숨이 깔딱 넘어간다. 솔직히 이때부터는 뛰질 못한다. 시선은 계단 바닥이 뚫어져라 아래로 향하고 다리는 이미 내 것이 아닌 듯 계단을 올라간다. 계단 중간에 잠시 쉴 수 있는 쉼터가 있지만 걷는 주제에 쉬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굳이 왜 그러는지, 내 자존심은 필요한 곳에서는 숨어있다가 쓸데없는 곳에만 나타난다. 열심히 계단을 다 올라도 형제봉은 쉽게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마지막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여긴 오르막이긴 하지만 깔딱 정도는 아니고 정상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게 된다. '여기까지 왔는데 정상은 가야지'라는 생각 때문인지, '100m 만 오시면 아이스크림, 생수, 맥주가 있어요.'라는 유혹의 팻말 때문인지 어디서 갑자기 에너지가 쏟는다. 그렇게 만난 형제봉에 서면 수원, 용인, 분당이 한눈에 들어온다. 풍경도 좋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정상석 앞 인증숏이다. 등산 시즌에는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사람이 많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지만 한 손에 아이크림 하나를 쥐고 있는 유일한 한 명이다.

코스 A가 쉽다고 느껴진다면 형제봉에서 시루봉 코스를 추가하자.




코스 B

용인 수지성당-맷돌바위심터-소말구리고개-광교산헬기장-시루봉 정상 (해발 약 582m)

왕복거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 12.4km

왕복시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시간 ~ 5시간 30분 소요 (보통걸음 기준)


코스 B는 코스 A보다 2배 긴 코스다. 중간에 약수터가 있지만 음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코스 A에 비해 준비물이 조금 있다. 러닝 조끼가 있다면 물을 채운 1리터 물통 2개, 사탕이나 초콜릿 3~4개, 바나나 1개나 방울토마토 한 주먹 정도를 챙기자. 러닝 조끼가 없다면 작은 배낭을 준비해도 괜찮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반팔, 반바지, 모자, 선글라스를 준비하고 11월부터 2월까지는 긴팔, 긴바지, 방풍 또는 방한 재킷, 비니나 귀마개, 그리고 방한 장갑을 준비하자. 내가 소개한 준비물은 지극히 개인적이니 각자의 상황과 몸 컨디션에 따라 준비하면 좋다.

코스 B 입구는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주차는 근처 성당 주차장이나 유료 주차장, 수지 이마트 주변 안쪽 도로변, 그리고 주말에는 등산로 입구 앞 대로변에 가능하다. 등산로 입구에는 조그만 연못과 다양한 야생풀이 무성한 생태근린공원이 있다. 주말마다 이곳에서 숲 체험 수업받는 아이들로 북쩍인다. 생태근린공원을 따라 짧은 돌바닥 길을 지나면 산길이 나온다. 그 길로 들어서서 200m 정도 지나면 꽤 길고 완만한 길을 만난다. 그 길은 대략 세 사람 정도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넓이로 양 옆으로 가늘고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있다. 지형은 큰 돌이나 자갈이 없는 평평한 흙길이다. 내딛는 발마다 느껴지는 폭신함은 나를 계속 달리고 싶게 한다. 이 길은 올라갈 때도 좋지만 내려오는 길이 하이라이트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고 힘을 꼭 쥐고 있던 주먹이 쫙 펴진다. 끙끙 앓았던 두려움과 불안이 사라진다. 해방감이 온몸에 흘러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진다. 온갖 긍정의 에너지가 샘 쏟는다. 코스 B의 애피타이저로 메인 디쉬가 기대되는 길이다. 이 길을 지나면 시루봉 코스 첫 산스장을 만난다. 철봉부터 정자까지 규모가 꽤 있다. 걸어서는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산스장은 어린 자녀와 함께 1월 1일 첫 일출 보는 장소로 좋다. 집돌이인 큰 아이도 툴툴거리긴 했지만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생 때까지 이곳에서 일출을 지켜봤었다. 첫 번째 산스장을 지나 바람의 언덕 쉼터까지는 트레일 러닝 초보자도 무난하게 뛰어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바람의 언덕 쉼터에 도착했다면 숨을 크게 한번 고르자. 계속 뛸만하다 느껴져도 잠시 멈추고 쉬자. 곧 코스 B 첫 깔딱, 철탑 사이 철계단을 만날 테니 말이다. 철계단 끝이 정상이면 좋을 텐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반이나 남았다. 그러니 힘을 잘 분배해자. 산 중턱, 불어 터진 떡국떡으로 발견되지 말고 시루봉까지 기분 좋게 완등하자. '포기'란 김장할 때만 필요하다고 누군가 그러지 않았는가. 철계단을 끝까지 묵묵히 오르고 나면 산이 내게 고생했다며 완만한 능선길을 내어준다. 그렇게 쭉 정상까지 능선길이면 얼마나 좋을까. 정상에 닿으려면 꼭 만나야 하는 깔딱, 여기 시루봉도 예외는 아니다. 대략 정상까지 1km 정도 남은 지점부터 200개 정도의 계단이 3번, 그 사이사이 돌길을 지나야 한다. 잰걸음 달리를 반복하다 보면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라는 윤종신의 오르막길 노래가 생각난다. 사실 웃음기는 철탑 계단부터 사라졌지만 여기서부턴 잡생각도 사라진다. 오로지 거친 숨소리와 '조금만 버티면 정상이야. 가자. 가자.'라는 생각만이 남는다. 그렇게 묵묵히 가다 보면 드디어 시루봉 정상석을 만난다. 산 봉우리에 세워진 코스 A 형제봉 정상석과 달리 시루봉 정상석은 넓은 데크 위에 세워져 있다. 포토존과 긴 벤치가 있어 천천히 정상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여기서 준비해 온 음식을 꺼내 먹자.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청계산, 관악산, 북한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시루봉 정상을 충분히 즐겼다면 동일한 길로 하산하면 된다. 트레일 러닝의 하이라이트는 힘겹게 달려 올라가 만난 정상석과 탁 트인 풍경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하산길이다. 힘들다고 못하겠다고 징징거렸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길을 달린다. 산다람쥐가 된 것처럼 폴짝폴짝 뛴다. 순수하게 '신난다'라는 감정을 온전히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맛 때문에 힘들지만 계속 산을 오르는 것 같다.

나처럼 동일한 길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시루봉에서 형제봉 방향으로 하산해도 좋다. 그럼 코스 A와 코스 B를 콤보로 동시에 맛볼 수 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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