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용인아르피아_다이어트 식단 맛집

by 땡자

수인분당선 죽전역에 위치한 용인아르피아는 종합체육공원이다. 축구장, 족구장, 테니스장, 베드민턴장, 실내 게이트볼장, 파크골프장, 야구장, 실내 수영장, 실내 스킨스쿠버다이빙장, 헬스장까지 갖추고 있다. 그리고 축구장 외곽을 따라 트랙이 둥글게 이어진다. 다채로운 운동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많은 선택지 속에서 내가 이용하는 건 늘 트랙을 이다. 이 곳은 내 달리기 맛집 중에서도 지형과 풍경의 변화가 전혀 없는 곳이기 때문에, 페이스와 심박수 등 현재 내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마치 헬스장이나 병원에 있는 체성분을 재는 인바디 기계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변함없음'은 나같은 생존 러너에게 최악의 조건이기도 하다. 정말 재미없고 지루하다. 체중감량을 위해 매 끼니 저당, 저염, 저칼로리로 짜인 단조로운 식단을 이어가는 기분처럼 말이다.

체중 감량에도 목적에 따라 식단이 달라지듯, 트랙 달리기도 만찬가지다. 기존 체중 유지가 목적이라면 꾸준한 식단관리가 필요하듯, 나에게 맞는 페이스와 심박을 유지하려면 정기적인 트랙 달리기가 필수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실천은 늘 어렵다. 5km 목표로 달리면 3km 지점부터 달리기 싫고, 10km 목표로 달리면 7km 지점에서 그만두고 싶다. 15km이상은 거의 달려본 적이 없지만, 그떄쯤 되면 아예 자포자기 상태가 된다. 팔과 다리는 의식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그러다 가끔 트랙에서 버티다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그냥 멈추면 되는데, 무슨 미련인지 바로 멈추질 못한다. 대신 페이스와 심박 따윈 과감히 포기하고 트랙을 뛰쳐나간다. 근처 인도나 탄천길로 향하면, 몇 발자국밖에 달리지 않았는데도 달리는 기분과 태도가 달라진다. 이대로만 달리면 풀코스 거리도 뛰겠다는 오만한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랑에도 금사빠가 있다면, 운동에고 금사빠가 있다. 나는 운동계 금사빠다. (금방 사기가 떨어지는 포기가 빠른 사람_내가 만든 단축어) 신호등에서 멈춰야 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의 규직없이 꿀렁꿀렁 등장하는 탄천길에서는 페이스와 심박이 제멋대로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육체와 정신을 겨우 부여잡고, 결국 다시 트랙으로 돌아온다. 식단 조절 중 치팅데이에 먹고 싶은 걸 잔뜩 먹고나서, 다음 날 간헐적 단식이라며 하루 종일 굶는 것처럼 말이다.

기존 체중유지가 아닌 갑작스런 이벤트로 급하게 살을 빼야할 때,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1~3일 단식을 하기도 한다. 식욕을 참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체중계 숫자를 확인하는 그 고통은 기쁨으로 바뀐다. 달리기에도 단기간 동안 페이스를 높이기 위한 인터벌 훈련이 있다. 짧은 거리를 강하게 달리고 불완전한 휴식을 반복하며 기존 달리기 페이스를 높이는 훈련이다. 정해진 거리와 목표 페이스를 정확히 지키려면 트랙은 필수다.

나는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트랙에서 인터벌 훈련을 한다. 선배 러너들은 입에서 피맛이나 쇠맛이 날 정도로 속도를 높이고 여러번 반복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생존 러너인 나는 피맛을 보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쓸데없는 상상력 덕분에, 아직 그 맛을 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실력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았지만, 이 훈력 덕분에 지난해 풀코스 마라톤 5시간 기록을 깰 수 있었다.

'2025년 춘천마라톤 4시간 37분 54초' 기록증의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그동안의 인터벌 훈련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성취감이라는 감정이 밀려왔다.

트랙은 내 몸의 상태을 확인해주고 성장을 위한 식단을 짜준다. 그 식단을 꾸준히 따른다면 원하는 결과는 반듯이 얻을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않다. 쉽지 않기에 목표를 이웠을 때의 성취감과 자존감은 유독 달콤하다. 오늘도 그 달달한 사탕을 먹기 위해, 나는 주섬주섬 운동화를 신고 트랙으로 향한다.


#동네이야기 #아르피아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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