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진주 유등축제 와보셨나요?

by 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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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으로 이름난 곳을 여기저기 가보았다. 홍콩, 싱가폴, 경주, 부산. 화려한 곳은 그 화려함으로 단박에 마음을 뺏겼고, 역사와 전통의 멋을 간직한 곳은 나름의 운치가 있어 좋았다.

진주의 야경이 가진 아름다움은 고즈넉한 전통의 미다. 구 도심을 에워싼 진주성 성벽에 불이 켜지면 갑자기 따뜻한 목도리를 두른 듯 도시는 푸근해진다. 유유히 흘러가는 남강 위로 솟아오른 촉석루의 야경은 경주 안압지의 야경에 비견된다. 진주 사람들은 경주 안압지(동궁과 월지)에 가도 별 감흥을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진주성과 남강변의 아름다운 야경에 익숙해져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촉석루의 야경은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다. 검은 강물 위에 반영되는 촉석루와 진주성의 불빛은 번화한 도시의 네온사인보다 조용하고 다소 소박하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의외의 아름다움에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houseSE-E454F36D-41B5-4AD8-8542-529B3D651247.jpg 천수교 야경


외지인인 내가 진주의 아름다움에 처음 눈을 뜬 것은 진주의 야경 덕분이었다. 지나치게 번잡스럽지 않고 생활하기에 큰 불편함이 없는 소도시 정도로 알고 있었던 진주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새삼 놀랐다. 낮에는 평범해 보였던 미인이 밤에 은은한 불빛 아래 보면 더욱 아름다워 보이니, 이것은 조명발일까?

진주의 야경이 진주성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남강 위의 진주교와 천수교의 야경은 밤에 산책하는 시민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준다. 천수교의 야경은 알록달록 화려하고 진주교의 야경은 은은하니 분위기 있다. 한때 뻔질나게 강변을 산책하던 시기, 진주교의 야경에 마음을 뺏긴 나는 진주교를 내 맘대로 진주 퐁네프 다리로 부르기도 했다.

이 다리를 지나 진주성 북장대가 올려다 보이는 광장에 이르면 음악분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기나긴 여름밤 음악분수의 화려한 쇼를 보고 있노라면 무더위도 식히고 좋은 음악에 흥겨움이 배가 된다. 가요보다 팝을 좋아하는 편중된 취향을 가진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지나가던 두꺼비도 멈춰서 있는 걸 보고 키득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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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야경의 미가 한층 화려해지는 것은 유등축제가 열리는 10월이다. 진주성 안팎에서 여러 가지 테마의 유등을 밝히고 주민과 관광객을 맞이한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가족과 함께 축제를 즐기는 통에 진주성은 밤을 잊고 분주해진다. 남강에 띄운 부교를 건너기도 하고, 소형 등 만들기 체험, 각종 먹거리를 즐기는 모습이 흥겹다. 축제의 시작과 끝은 화려한 불꽃놀이로 장식되고 드론 쇼도 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친구 혹은 혼자 유등축제를 찾기도 했지만, 갈수록 소란스러운 축제는 피하게 되었다. 어쩌면 진주의 멋과 미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그저 평소와 같이 조용한 강변을 거니는 것이 더 즐겁다. 가끔 버스킹에 멈춰 서서 귀 기울이기도 하고,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미소 지으며 천천히 거니는 밤의 진주는 더욱 아름답다.



* 진주 시리즈의 사진은 전부 직접 찍은 것으로 무단 도용은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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