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샤워, 고독 씹기, 듀오링고 外
불안할 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이 없는 시간이다.
고요를 비집고 들어오는 불쾌한 생각들을
그대로 감당해야 하기에.
인터넷은 이를 단순간에 회피해버릴 수 있는
아주 편리한 수단이다.
휴대폰에 대한 액세스가 끊기는
샤워 시간은 그런 나에게 한동안 고역이었다.
샤워 중에 유튜브를 틀어놓는 습관이 생겼는데
머리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생각이 너무 많아 갈피를 못 잡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게
스스로 의식이 될 정도였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는 한 손으로 머리를 감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카톡에 답장하고 있는 나를 보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다.
그 즈음 마침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보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 전체가 포르노나 다름없다. 우리는 그러한 자극에 저항할 수 있는 선천적인 능력이 없는데, 인터넷은 끊임없이 그런 자극을 보낸다. 대체로 인생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자극들을 말이다. 게다가 휴대전화나 태블릿PC 등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포르노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된 탓에, 우리의 머릿속에는 ‘권태’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어졌고, 권태에 대한 인내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목욕할 때나 장거리 기차여행을 할 때 즐길 수 있는 창의적인 권태야말로 좋은 아이디어를 낳는 데 꼭 필요하다. 우리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은, 거의 저항하기 힘든 열망이 느껴질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의식으로 들어가 중요한 뭔가가 있음을 확신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게 생각이 잉태되는 결정적 순간에, 인터넷 포르노가 맹렬한 흡인력을 발휘해 의식으로 들어간 우리를 도로 끄집어낸다. 그렇게 자신으로부터 퇴출되어 멀어지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현재와 미래를 망치기 가장 쉬운 상태가 된다.”
실제로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샤워는 나에게 다양한 영감을 떠올리고
일의 실마리를 찾아내게 되는 버튼 같은 거였다
나는 권태 즐기기의 효용을 이미 체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권태를 참지 못하는 게 얼마나 큰 해가 되는지는
이 글을 통해서야 비로소 깨닫게 됐다
샤워하면서만큼은 절대 휴대폰을 보지 않고
차라리 불안한 생각에 직면하는 연습을 하기로 다짐했다
그래도 관성이란 게 있는데 어떻게 고칠까?
고민하던 중 요즘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던
다크 샤워가 눈에 들어왔다
다크 샤워란 무엇인가?
불을 끄고 샤워하는 거다.
불을 끄면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며,
시각이라는 감각 하나가 차단되고
소음이 아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물소리만 들리기에
뇌가 처리할 자극이 줄어든다.
그 결과 숙면과 이완, 휴식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자기 전 노란 조명을 켜두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화장실 불을 완전히 끄되 실내에
아주 약한 광원을 두면 된다.
나는 처음엔 휴대폰 손전등 위에
립앤아이 리무버를 올려두고 쓰다가
몇년 전 스벅에서 프리퀀시로 받았던
캠핑용 전기랜턴을 발견해
지금은 그걸 활용하고 있다.
노란색이라 딱 원하던 느낌을 낸다.
안정에 좋은 라벤더향 바디워시도 구비해 두었다.
샤워에도 취향이 물들 수 있다는 게 참 새롭고 좋다
권태를 불안이 아닌 쉼으로 받아들이게 된 덕에
덕분에 샤워하면서만큼은 권태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또, 그전까지 화장실은 불 끄면 무섭다는 공포가 있어서
어두운 화장실이란 건 내 세계에 없는 것이었다.
내 세계가 그만큼 넓어진 것 같다는
소소한 뿌듯함도 느낀다
이제 나에게 샤워 시간은 혼자가 되는 두려움이 아닌
매일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명상의 시간이 되었다
전자 기기를 끌 때마다 찾아오는 일상의 고요를 추구하는 일이 우리의 뇌와 신체에 유익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 인류는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진화했다. 자연의 소리는 인간을 평온하게 만드는 내면의 음표를 건드린다. 예를 들면, 영국의 과학자들은 물소리나 바람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인공적인 소음을 들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2025년 말 처음으로 내 삶에 들어온 ‘고독 씹기’.
고독을 적극적으로 즐긴다는 의미이다.
위의 내용과도 이어지는 일인데,
결국 인간관계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이다.
특히 누군가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과 외로움은
일상이 권태롭거나 힘들 때마다 더 커지곤 했는데
이젠 그런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고독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2025년은 내면을 깊게 들여다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는데
그 다짐을 1년간 꾸준히 이어 온 덕에,
그리고 강제로라도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세상이 날 많이 괴롭혀 준 덕에
꼭 필요했던 배움이 타이밍 좋게 찾아온 것 같다.
겨울에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외투에서 나던 이상한 냄새.
항상 찝찝하고 싫었는데 이게 옷에 밴 음식물 냄새라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소위 ‘짬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냄새는
식당 안이나 식당들이 모여 있는 거리에 오래 머무르면 배게 되고,
특히 폴리 소재에 더 잘 밴다고 한다.
그래서 패딩을 입는 겨울에 유독 심하게 난 건가보다.
그게 고민이면 자주 빨면 되는 것 아닌가?
나도 예전에는 무조건 옷을 자주 빨기만 했다.
유독 튼튼하거나 부담없는 옷이야 괜찮겠지만
사실 이게 옷 상하는 지름길이다.
그래서 자주 빨면 안 되는 좋은 옷들을
냄새와 세균으로부터 잘 관리하려 애쓰고 있다
사실 별거 없고 당연한 방법들이다
그저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을 뿐
1. 옷은 꼭 옷장에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왜 당연히 그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리정돈의 목적 외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최근에 얻은 깨달음은
옷을 분리된 공간에 넣지 않으면 냄새가 밴다
는 것이다..
이런 걸 몰랐냐구요? 놀랍게도 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해 이제야 깨달았어요! 하하
금수같이 살던 예전에는 폭격 맞은 듯한 방에
옷장 문도 맨날 열어두고 옷도 밖에 꺼내둔 채로 다녔는데
이제 옷 제때제때 걸어두고
요리할 땐 방문 옷장문 꼭꼭 닫습니다..
2. 탈취제 활용
바로바로 빨 수 없는 두꺼운 옷들이나
바지를 보관하는 붙박이 옷장에는
옷장용 탈취+방향제를 꼭꼭 넣어둔다
효과가 굉장히 좋다
그러나 다음 번엔 방향 기능이 없는
무향 탈취제를 구매해 보려고 한다
향긋한 옷만큼 좋은 것도 없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인공 향들에 포함된
프탈레이트 성분이 호르몬을 교란하기에
여자에게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3. 스타일러 활용
부모님과 살아서 좋은 점 중 하나는
스타일러를 맘껏 쓸 수 있다는 거겠죠
자주 빨고 싶지 않은 옷은 두세번 정도 입고
스타일러에서 위생살균 코스 돌립니다
요걸 두 사이클 정도 하면 손빨래를 한번 조져주고요..
언젠가 독립하게 된다면.. 그땐 아마
스타일러를 살 돈도 놓을 공간도 없겠죠
미리 슬퍼할게요
살림은 정말 짬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디테일들이 가득한 일이라는 거 다시금 깨닫고..
이 나이에서야 이런 걸 깨닫는 것도 참 신기하고..
난 그냥 이런 거 하나하나가 어른 되는 길이라 생각해.. 끄흡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탓에
(어쩌면 쉽게 지겨움을 느끼는 탓에)
어릴 때부터 언어 배우는 걸 굉장히 좋아했다.
영어학원 다니는 것도 너무 좋아했고
중학교 때는 스페인어를 배워 보고 싶어
아이팟 설정을 스페인어로 바꿔두기도 했다.
그러나 제2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기업에 매력적인 노동자로 보이는 것’에 있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느껴져서
적극적으로 공부하지 않았고,
특히 AI로 모든 게 가능해진 요즘은
외국어를 배우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항상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도
자유롭게 구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고
콘텐츠 결산에서 소개할 거지만 아래 영상도 보게 되었다!
언어를 소통의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외국어를 배우는 게 의미 없어 보이겠지만
사실 언어 학습은 인지 환경 확장으로 이어지기에
소통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내용이다.
마침 이때쯤 듀오링고를 시작한 친구들이 확 늘어나서
원래 하던 스페인어도 평소보다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요 근래 그 매력을 알게 되면서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한
프랑스어도 시작했다. 나 불어 발음 꽤 잘하는듯? ㅎㅎ
더 열심히 배우고 싶어서 아득바득 6명을 모아
듀오링고 슈퍼 패밀리 플랜도 가입함.
내년 목표는 여유 좀 생기는 대로
스페인어나 프랑스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서
DELE나 DELF를 따 보는 것이다.
경제성이 좀 떨어지는 선택이면 뭐 어떤가.
하고 싶으면 하면 되는 거다.
벌써 기대된다!
최근에 없이 못 사는 플레이리스트.
느낌 좋은 썸네일과 제목 때문에 눌러보게 됐는데
거슬리는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집중을 도와준다.
더 자주 찾게 된 건 채널의 매력 때문이다.
매일 다른 음료/디저트 컨셉으로
직접 작곡한 음악 모음을 직접 만든 일러스트와 함께
매일 하나씩 올리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건지 모르겠다.
AI로 초안 만들어서 수정한 건가..?
아무튼 주인장의 성실함에 탄복하며
더 정이 가게 된 채널이다
<편안함의 습격>을 통해 찌꺼기 세포가 자가포식당할
수 있는 공복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시작은 어렵지 않게.. 야식 끊기부터.
최대한 12시~6시 사이에만 음식을 먹으려고 하고 있다.
늦게 먹으면 살찐다, 얼굴 부어서 못생겨진다 이런 건
나한테 어떤 동기도 되지 않았는데
건강에 좋다니까 바로 잘하기 시작한 거 좀 웃기다.
살이 빠지는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역류성 식도염도 없고, 속도 편안하고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일 좋은 건
욕구를 건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결산은 월초에 마무리해 뿌듯하네요
아직 12월 콘텐츠 결산이 남았지만요
곧 콘텐츠 결산과 각종 연말정산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 글 보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6년 행복하고 새로운 일들로 가득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