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퇴근길

by 자두와두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네 지혜 씨, 들어가요. 아 그리고 아까는 미안해요. 조금 과하게 뭐라고 했네. 내가.”

“아니에요. 제가 너무 실수를 해서,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알겠어요. 내일 봐요!”


맑은 날씨 덕에 아직도 세상이 밝은 시간, 지혜는 아직 퇴근하지 못한 선배들을 뒤로하고 사무실을 나선다. 실수도 잦았고 혼나기도 많이 혼났지만, 어찌저찌 해야 할 업무를 잘 끝냈다. 내일도 실수할까 싶은 걱정이 벌써부터 들었지만, 아무튼 오늘은 퇴근하기로 했다. 그렇게 무거운지 가벼운지 모르는 마음으로 나선 퇴근길은, 지혜가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오늘도 이거 들어야지. 이건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가 않는다니까.’


무선이어폰을 꽂으며 휴대폰의 스트리밍 어플로 퇴근길에 들을 노래를 고른다. 사무실에서 집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 회사에서 하루 종일 쌓인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다시 여유를 되찾기에 아주 적당한 거리와 시간이다. 비가 오는 등 날씨가 도와주는 한에서 지혜는 가급적 걸어서 퇴근을 하곤 했다.


‘오늘은 저 길로 가볼까? 점심으로 먹은 파스타가 아직도 더부룩한데, 소화도 시킬 겸 가봐야겠다.’


지혜의 퇴근길은 큰 도로를 따라 계속 걸어가면 되는, 아무리 길치라 하더라도 갈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큰 길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작은 하천이 흘렀는데, 하천을 따라 조성된 공원과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있어 그 길로 집까지 갈 수도 있었다. 지도 어플에 검색해 보니 10분 정도 더 걸리는 것을 확인한 지혜는 방향을 바꿔 평소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


‘오와, 이 시간에 달리기 하는 사람이 많다. 언제 퇴근하고 지금 달리기를 하는 거지? 출근을 안 하시는 분들인가? 나도 오늘은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좀 뛰어야겠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하천 변의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각자의 활동을 즐기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벌써 땀범벅이 된 채 달리기를 하는 사람, 아이보다 더 신이 난 채 이와 함께 공놀이를 하는 어른, 두 손을 꼭 잡고 어디론가 향하는 커플도 있다. 이렇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과 잔잔하게 흐르는 하천, 파랗고 높은 하늘에 좋아하는 노래까지 즐기며 지혜는 중간에 길을 바꾸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한 통 도착해 알람이 울린다.


★★ 페스티벌 당첨 안내 ★★
이지혜님, 응모하신 페스티벌 티켓 당첨을 축하드립니다.(1인 2매)

> 공연 일시: 20XX년 xx월 xx일
> 입장 시간: 12:00 ~
> 장소: ~~~
....



‘헐 이거 됐네? 우와!’


눈이 동그래진 지혜는 문자 메시지를 복사해 태호에게 보낸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빠, 퇴근했어?"

"어, 가는 중이야. 왜?"

"나 페스티벌 응모한 거, 당첨됐어! 3주 뒤 주말이야. 오빠 그새 뭐 일정 잡은 거 아니지?"

"오 당첨됐어? 대박이다. 그런 거 당첨되는 사람이 있구나."

"아니 시간 되냐고 오빠."

"아, 나 되지. 잘됐다. 너 그거 엄청 보고 싶어 했잖아."

"맞아, 나 지금도 그 노래 듣고 있었어. 아 진짜 너무 좋다. 이런 게 되는구나."


그 뒤로도 지혜와 태호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눴다. 그러는 사이 벌써 지혜가 사는 오피스텔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하던 공연을 보러갈 수 있게 된 지혜는, 회사에서 생긴 마음의 짐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그냥 집에 왔을 뿐이지만 지혜의 기분은 그만큼 한껏 들떠있었다.


‘아, 기분이 너무 좋은데. 오늘 맛있는 것 좀 해 먹을까? 뭐 해 먹지. 집에 고기 없는데. 양파랑 깻잎 조금 있고, 집에서 고추장 가져왔나? 오 그럼 순대볶음 해 먹어야겠다. 오예!’


집 앞의 마트로 다시 방향을 바꾼 지혜는 머릿속에 벌써 저녁 메뉴의 레시피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내일은 실수 없이 업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