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우리 이거 해보자. 전생 체험하기.”
“뭐야 이게? 성격테스트 같은 건가?”
“응. 이거 은근히 재밌어 보여. 오빠는 머슴 같은 거 나올 듯.”
“뭐래, 우리 집 양반 집안이거든.”
태호는 지혜가 보내준 링크에 들어가 하나씩 출력되는 질문에 빠르게 답을 누르기 시작한다. 질문이 꽤 많았는지 두 사람은 앞에 놓인 커피와 디저트는 까맣게 잊은 채 성격테스트에 몰입했다. 먼저 테스트를 끝낸 태호가 자신의 결과를 지혜에게 보여주었다.
“그것 봐! 머슴 맞네, 오빠. 너무 잘어울린다. 어때?”
“아니 머슴보다 이게 더 열받아. 굴러오는 돌을 보다가 그냥 바라만 보다가 피하지 못하고 죽었대. 머슴이면 머슴이지 왜 바보처럼 죽게 하냐. 너는 뭐 나왔어?”
“아 뭐야. 난 광대로 나왔어. 광대놀음 하다가 높은 사람한테 실수해서 죽는대. 너무 허망한데?”
“근데 우리랑 조금 어울리긴 한다. 광대와 머슴.”
“뭐야, 내가 왜 광대야?”
태호와 지혜는 별것 아닌 성격테스트에 한동안 낄낄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결과를 보고 장난치다, 지혜가 갑자기 장난기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생이 진짜로 있을까? 막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 이야기 보면 진짜 있는 것 같기도 하지 않아?”
“아 저번에 보여준 그거? 그런 거 보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일단 영혼이 있어야 하는 건가? 그리고 그 영혼이 사람일 때의 기억을 보존하고 다음 몸에 들어가야 하는 거고. 그러면 영혼은 약간 전기신호 같은 걸로 이루어져야 하나?”
“뇌세포가 있어야 기억이 저장되는 거 아니야? 전기 신호도 매개체가 있어야 흐를 거니까, 물리적인 무언가도 조금은 있어야 할 것 같아.”
장난으로 시작한 전생 체험를 태호와 지혜의 집요하게 구체화하고 있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두 사람은 평소에도 종종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괜히 분석하고 구체화하며 대화하곤 했다. 오늘의 주제는 지혜가 가져온 전생이었다.
“그런데 지혜야 봐봐. 지금 인구가 80억쯤 되잖아. 그러면 영혼이 80억 개가 있다는 거고. 그런데 이게 한 200년 전보다 훨씬 많이 늘어난 거란 말이야.”
“200년 전에는 음, 한 10억 명쯤이었을 거래. 1800년 기준으로. 아무튼, 그래서?”
지혜가 금세 휴대폰으로 검색해서 알려주고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태호의 이야기를 재촉했다.
“그래 이 10억 명이 1800년 까지 중에 인구가 제일 많은 시기일 거잖아. 근데 지금은 80억 명이야. 그럼, 이 중에 70억 명은 전생이 없는 사람이라는 거 아닐까? 200년 전이니까 그 사람들은 다 다시 태어났다고 하면, 모자란 70억 명은 처음 만들어진 영혼인 거지. 그러니까 인류의 87.5퍼센트는 전생이 없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지혜는 태호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생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긴 한데, 꼭 죽은 사람이 바로바로 환생하는 건 아닐 수도 있지 않아? 예를 들어서 지구에는 총 한 100억 명이 살 수 있고, 영혼이 100억 개가 있는 거야. 그래서 이 100억 개의 영혼이 순서대로 착착 태어나는 거지. 그러니까, 한 사람이 죽으면 100억 명이 태어난 다음에 환생하는 거야. 그러면 한참 걸리긴 하겠지만 전생이 없지는 않을 거잖아. 그렇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은 태호가 지혜의 말에 이어서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그게 좀 말이 되겠다. 그럼 인구가 줄어들어도 영혼이 약간 대기할 수도 있겠네. 1800년에 10억이라고 했으니까, 우리 전생은 막 삼국시대일 수도 있는 거겠네?”
“그렇지? 한 1000년도 더 기다렸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럼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거 아니야? 지금이야 80억 명이지만 막 5억, 10억 하던 때는 기다리는 영혼이 너무 많잖아. 너무 낭비 아닐까?”
“그런가. 하긴, 자연현상 같은 건 되게 유기적으로 돌아가는데 사람이 5억 명이고 대기하는 영혼이 95억인 거는 말이 안 되긴 하다. 그래도 누구는 전생이 있고 누구는 없다고 생각하면 뭔가 속상한데. 그리고 나중에 인구가 한 50억 명으로 줄어들면 30억 명은 어떡해? 사라지는 거야?”
태호의 입에서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되었다. 누군가에겐 지긋지긋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을 만한 주제이지만, 두 사람은 이 쓸데없는 이야기가 정말로 흥미롭다는 듯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런 건 어때? 영혼의 개수가 정해져 있다고 했을 때, 전생이 꼭 과거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미래에서도 가져다 쓰는 거지. 시간이라는 건 지구에서나 모두에게 똑같으니까, 모든 사람들이 시간을 절대적인 개념으로 가지고 있는 건데, 사실 시간은 빛에 의해서 생겨난 어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개념인 거잖아? 그러니까 전생이라는 이 초월적인 현상이 꼭 시간이라는 개념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는 거지. 영혼이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 영혼이 세상에 물리력을 행사한다거나 물질적인 형태를 갖지 않는다는 말일 건데, 그럼 시간이라는 물리적인 현상에 구애받지 않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치면 세상에는 저 미래를 살다가 과거로 와서 전생한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지. 전생이라는 말이 지금의 생 이전의 삶을 말하는 거니까 그 이전이 꼭 과거는 아닐 수도 있는 거라고!”
“오빠 근데, 이제 재미없고 배고파. 밥이나 먹으러 가자.”
“그럴까?”
길고 장황한 이야기에 드디어 지친 지혜의 말에, 태호는 이 카페에서 쌓였던 많은 대화를 깔끔하게 잊고 자리를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