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 번만~. 거기가 진짜 용하다고, 얼마 전에 신내림 받은 분이라 진짜 잘 맞춘다고 했단 말이야~.”
“그럼 너 혼자 가! 다른 사람 데리고 가던가.”
“내가 다른 친구가 어딨어. 지혜 너도 가서 그냥 궁금한 거 물어보고 하면 좋잖아. 응?”
직장인이 회사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인 점심시간, 지혜는 오랜만에 걸려 온 친구 유진의 전화가 반가워 냉큼 전화를 받았지만, 예상치 못한 유진의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지혜는 평소 사주나 신점 같은 것에 딱히 관심이 없어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간절하게 매달리는 유진에게 지혜는 마지못해 물었다.
“아 진짜, 얼만데 그럼?”
“5만 원인데, 둘이 같이 가면 5천 원씩 할인해 준대. 무려 10퍼센트 할인이야!”
“4만 5천 원을 내고 몇 마디 물어보러 간다고? 너무 비싼 거 아니야?”
“그 돈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 거지. 사주 신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너도 일단 해보면 손해는 안볼걸?”
메신저 방에는 지혜의 기준으로 너무 비싼 금액이 언급되었지만, 유진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너무 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조금 꺼려졌던 지혜는 다시 다른 이야기를 올렸다.
“그래서, 넌 뭐 물어보려고? 요새 돈 잘 벌고 잘 지내지 않아?”
“나도 이제 연애해야지. 남자 안 만난 지 너무 오래됐어. 몸에서 사리 나오겠다.”
너무 강렬한 욕망이 느껴지는 유진의 말에 지혜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의문이 들었다.
“근데 그게 점 보면 해결되는 일이야? 무당이 남자 친구 점지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가서 점 본다고 남자 친구가 생겨?”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 사람이랑 백년해로할 수 있다. 이런 걸 다 알려주지 않겠어? 나 같은 자만추가 어디를 가서 뭘 해야 운명의 짝꿍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지! 난 물을 가까이하라 이런 거였으면 좋겠어. 바닷가 가서 핫맨을 만날 거야.”
“그… 그래… 가자, 가.”
“진짜지? 간다고 했다? 내일 2시에 압구정역에서 보는 거다.”
“알았어. 나 들어갈 거야. 끊어.”
“어엉.”
얼떨결에 약속을 승낙하고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아직 점심시간이 끝나지 않은 사무실에는 사람들이 각자 휴대폰을 보거나 밀린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혜는 잠시 고민하다가 딴짓을 하고 있는 옆자리 선임에게 말을 걸었다.
“대리님, 혹시 사주나 점 본 적 있으세요?”
“네, 있죠.”
“진짜요? 언제요?”
“결혼하기 전에? 아내가 궁합 보러 가자고 해서 가봤어요. 작명소도 가봤고.”
“가기 전에 무섭진 않았어요? 막 갔는데 궁합 별로라고 하면 어떡해요?”
“그러면… 그 집은 망하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이 좋은 말 듣고 싶어서 가는 건데, 굳이 가서 돈 내고 그런 말 들으면 기분만 나쁜 거니까. 보통은 좋은 말을 해줄 거예요. 주변에 나쁜 말 들었다는 사람 별로 못 보기도 했고요.”
지혜는 선임이 말한 새로운 시각에 조금 흥미로움을 느꼈다. 둘의 이야기를 듣던 다른 선임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재밌었는지 옆에서 말을 얹었다.
“지혜 씨, 사주보러 가요? 누구랑? 어디로 가요?”
“저 사주는 아니고 친구가 신점 보자고 해서 가려고요. 압구정에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 된 분이 계신다고, 그분이 되게 용하대요.”
“그래요? 가서 뭐 물어볼 거예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근데 뭘 물어봐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그래요. 그런 거 왜 보는지도 모르겠고.”
“재미로 보는 거죠, 뭐. 믿어도 그만 안 믿어도 그만인 거니까. 믿었다가 잘 되면 또 좋은 거잖아요?”
생각보다 호의적인 선임들의 말에, 지혜는 조금 부정적이었던 신점에 관한 생각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의구심이 남았는지, 핸드폰으로 검색창을 켜서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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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 신당 신점
무속인이 봐주는 인터넷 신점전화상담
온갖 신점 관련 광고가 즐비했다. 후기에는 상담을 받고 결혼을 결심하거나, 진로를 정했다는 사람도 상당수 보였다.
‘진짜 이걸 보고 결정을 한 걸까? 홍보용으로 만든 글 아니야? 왜 이렇게까지 믿는 거지?’
꼬리를 무는 의문과 얼마 끝나버린 점심시간에, 지혜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일이나 하자. 내일 가보면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