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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현 Aug 12. 2022

표절논란과 개인적인 생각

표절 논란은 매년 혹은 2~3년마다 음악계에서 등장하는 것 같다. 이번에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유희열 씨 표절 논란도 몇 년 만에 아주 크게 불탄 사건이다. 지금은 논란이 제기되고 점화되었다가 이제는 불씨가 꺼져가고 있지만 뜨겁게 불타올랐던 논란으로 인한 화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표절 논란을 지켜보면서 할 말이 참 많았는데 이제라도 내 의견을 적어보려 한다. 이제 와서 뒤늦게 생각을 써 내려가는 원인은 개인의 귀찮음도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내 말들이 와전되지 않기를 원하는 까닭도 있다. 글로는 안 썼지만 주변 사람들과는 꾸준히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다들 내 말의 요지를 놓치기에 결론을 먼저 적고 이야기를 이어가려 한다. 나는 유희열 씨의 특정 곡들에 대한 표절 의혹은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혹에 제기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22년의 표절 논란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와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 두곡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유희열 측은 두 곡이 유사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공개했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 류이치 사카모토 측은 사과를 받아들이며 깔끔하게 논란이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희열의 다른 곡들, 그것도 꽤 많은 수의 곡들이, 이어서 표절 의혹을 받았고 논란의 규모가 전국적인 관심으로 번졌다. 표절 논란의 최전방에 있던 사람들은 음악 관련 유투버들이었다. 기존의 유희열 곡들과 유사한 곡들은 함께 재생하며 두 곡이 유사한 부분들을 찾아내 영상을 만들었고,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 공감하며 잠잠해진 논란에 불꽃을 재점화시켰다. 나 또한 이 유튜브 영상들이 추천 알고리즘에 등장해서 들어보았는데 두 자릿수가 넘는 곡들 중에서 확실히 비슷하다고 느낄만한 곡들도 있었고, 전혀 비슷하지 않다고 느낀 곡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기분이 안 좋다 못해 분노하게 된 것은 유희열 논란에 이어서 이무진 <신호등>과 Sekai no Owari의 <Dragon Knight> 표절 논란이 떠올랐을 때다.


사실 의혹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고, 나의 개인적은 견해 또한 항상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호등>이 논란의 대상이 되었을 때 나는 이 표절 논란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신호등>은 내가 별로 좋아하는 곡도 아니고, <Dragon Knight>는 꽤 좋아하는 곡이다. 그리고 두 곡의 멜로디가 비슷하다는 의견은 사실 <신호등>이 발매되었을 때 이미 주변의 음악 하는 지인들과 함께 거론되었었다. 이 의견의 결론 또한 두 곡은 전혀 다른 곡이라는 것으로 귀결되고 마무리됐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두 곡이 다시 등장한다는 데에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의 의도가, 더 나아가서는 악의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이 모든 논란에 대해서 나의 의견을 확실히 정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지금까지 기다렸다.


여기부터는 개인적은 주장이자 의견들이다. 첫째, 표절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결단코 가볍지 않다. 일반 대중들은 특정 곡들이 비슷하다, 유사하다 같은 표현을 할 수도 있고 물어볼 수도 있다.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해서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절이라는 단어는 범죄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단어다. 표절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있는 만큼 표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누군가를 저격하는 사람은 최소한 그 무게에 걸맞은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그리고 많은 음악 표절 논란들에서 근거가 되는 것은 단순히 두 곡을 병행해서 재생했을 때 비슷하다는 의견뿐이다. 한 곡을 구성하는 데에는 정말 많은 요소가 들어있다. 악기, 멜로디, 리듬, 장르, 코드, 톤, 믹싱 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한 손이 넘어간다. 표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적어도 앞서 기술한 요소들 중 한 두 가지에 대한 분석과 비교는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근거 없이 지나가는 사람보고 관상이 범죄자 상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자칭 음악 유투버들이 이런 논란에 편승해서 영상을 제작해 왔는데, 대다수는 이런 최소한의 분석도 없이 그냥 곡의 일부분을 잘라서 재생하고는 표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었다.


두 번째는 유사성에 대한 이야기다. 장르의 유사성, 이전에 아이유의 <분홍신>이 표절 논란이 있었을 때 가장 많이 등장했던 용어다. 그 당시에는 장르의 유사성이 존재하더라도 유사한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들 말했다. 하지만 장르의 유사성은 실재한다. 그리고 점점 유사한 곡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 부분부터는 개인적인 추론과 분석이다. 최근 몇 년간 음악을 만드는 유행은 레퍼런스 작곡법이다. 지향하는 곡, 즉 레퍼런스를 사전에 설정해두고 이에 맞춰서 작곡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런 작곡법이 유행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먼저 첫째는 플레이리스트 문화의 등장이다. 예전에는 cd나 lp와 같은 음반을 직접 사서 듣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기에 한 앨범 한 앨범마다 고유의 색이 있었고 서사가 있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현재에는 대부분 청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음악을 듣는다. 앨범이 가지는 단위나 의미가 예전과는 다르게 희석되었고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을 묶어주는 플레이리스트들을 사고파는 경우도 증가했다. 나는 드레이크가 본인의 앨범을 playlist라고 자칭하면서 플레이리스트 문화가 정말로 대두 주류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플레이리스트 문화 말고도 레트로의 유행도 한몫한다. 베이퍼 웨이브부터 시작해서 시티팝을 거쳐서 지금은 레트로까지, 과거의 문화에 대한 향수와 재발견이 트렌드가 되었다. 그리고 과거에 이미 완성되어 있는 문화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예전의 명곡들을 연구하고 레퍼런스 삼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특히 시티팝이 유행할 때 <Plastic Love> 같은 경우는 거의 2년 동안 레퍼런스가 되고 꾸준히 언급되어온 것으로 기억한다. 플레이리스트와 레트로의 유행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레퍼런스 문화는 아주 보편적이고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작곡법이 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탄생한 곡들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의 혼합과 연장선에 있다. 흔히들 12개의 음계 안에서 나올 수 있는 곡의 경우의 수는 이미 모두 등장했다고 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곡들이 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곡도 써보고, 연주도 해보고 음원도 발매해본 결과 작곡자가 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장르와 상황에 따라서 12 음계보다도 더 제한적일 수도 있다. 각 장르마다 장르를 대표하는 리듬이나 코드 진행이 존재하고, 그 특성이 뚜렷할수록 작곡자가 시도할 수 있는 실험적인 경우의 수는 줄어들게 된다. 나는 이게 바로 장르의 유사성이라고 생각한다. F블루스는 F블루스 만의 코드가 있고, 스윙은 스윙만의 리듬이 있다. 요즘은 힙합에서 특히 이런 특징을 발견하기 쉽다. 대개 같은 장르의 힙합곡들은 매우 유사한 비트를 바탕으로 구성되고, 어떤 경우는 정말 같은 비트에 랩만 다른 경우도 있다. 힙합 이야기와 표절에서 샘플링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샘플링 얘기는 이 글에서 생략하겠다. 장르의 특징이 뚜렷할수록 같은 장르내에 속한 곡들은 정말 비슷하고 심지어 똑같이 들릴 수도 있다. 나는 힙합을 싫어하는 사람한테 트랩 곡 10개를 들려주면 그중에서 2~3개는 같은 곡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결론은 유희열 씨 곡 중에서 내가 말한 이런 지점들까지 유사한 곡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논란에 휩싸인 모든 곡들이 이런 지점들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음악인으로써 표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다음부터는 내가 말하는 것들이나 다른 근거를 제시하면서 의혹을 제기했으면 한다. 표절이라는 단어의 무게는 그만큼 무거운 것이고,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근거가 뒷받힘하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이번 논란으로 최종회를 맞이하고 끝나게 되었다. 더 예전에 발생했던 표절 논란의 주인공들은 별일 없이 넘어갔었는데 말이다. 천재 작곡가라는 유희열의 수식어가 문제가 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약했던 탓인지는 모르겠다. 이 이상은 나 또한 너무 근거 없는 억측이라서 사담으로만 남긴다. 아니면 혹시 그가 정말로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고 스스로 물러선 것일 수도 있겠다. 나는 그저 다음에 발생할 논란에서는 음악적인 분석이 바탕이 된 조금 더 건설적이 토론과 의혹 제기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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