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은 먹읍시다.

by 재아

우리는 종종 자신의 감정에 명확한 이름을 붙이려 애쓸 때가 있다. 슬픔, 기쁨, 분노, 두려움.... 하지만 때로는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안개처럼 희미하면서도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는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순간, 우리는 "이게 병인가?"라고 자문하기도 한다.


괜찮다.


당신이 느끼는 그 막연한 공허함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근본적인 조건이며, 동시에 우리를 더 깊은 성찰로 이끄는 출발점이다.


삶에 대한 고민과 현재의 불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철학적인 선택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바로 일상으로의 회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은 먹자고 말하고 싶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내일을 전제하는 행위이며, 삶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을 표현하는 행위다. 마음이 텅 비어있을지라도, 몸은 여전히 영양을 필요로 한다. 그 필요를 채우는 행위 자체가 삶에 대한 암묵적 동의인 것이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로 채워져야 안심한다. 행복, 성취, 사랑, 의미.... 하지만 때로는 '비어있음' 자체가 하나의 온전한 상태이며, 그 비어있음 속에서도 우리는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어있음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채워지지 않은 공간이 있기에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고, 고정되지 않은 마음이 있기에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 의미를 찾지 못해도, 목표가 보이지 않아도,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음이 무거운 날에도, 답을 찾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날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위대한 선택이 있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은 먹읍시다.


그것이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자, 내일을 향한 가장 작은 약속이니까.



때론 시 같은 문장으로, 때론 과한 설명으로 글을 적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군가 한 분이라도 잠시 마음이 머물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충분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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