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다음 글을 쓰기가 민망해질 정도로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동안 아주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그날들이 그저 그렇게 바빴던 날들로 기억되는 걸 보니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늦게나마 다시 생각해본다.
2017년 5월 중순, 황금연휴라고 불리는 일본의 긴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와타루는 결심했다.
일요일만 영업하던 가게, 온종일은 아니더라도 반나절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는 그곳에서 매일 영업을 시작하기로.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삿포로에 다녀오기로 했다.
고정된 수입을 포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
생각보다 놀랍지는 않았다.
와타루의 인생은 이렇게 저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어딘가로 잘 흘러간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너무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아주 가끔 걱정될 때가 있다.
새로운 환경이 걱정되지는 않니?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고민되지는 않니?
나는 그때 이런 생각들을 했을까, 안 했을까.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와타루는 참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다.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웰컴 어서 이리오라고 손짓, 아니 두 팔 벌려 달려 나가는 타입이다.
그 성격이 아마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그 기회를 경험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겠지.
시간은 아주 잘 흘러갔고 벌써 2017년 12월, 그래. 2017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다.
는 무슨. 벌써 2018년이다ㅎㅎㅎㅎㅎ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써 내려가야 할까.
그래. 5월의 황금연휴 이야기부터 해봐야겠다.
삿포로의 여름을 좋아한다.
적당히 내리쬐는 햇빛에 밤이 되면 선선해지는 공기.
생각해보면 내가 처음 삿포로를 방문한 것도 여름이었다.
삿포로, 오타루, 하코다테를 둘러보고, 유명한 라멘과 삿포로 맥주를 먹으며
좋아하는 선배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몇 주 동안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여행을 했던 그 날들.
이렇게 다시 찾아오게 될 줄은 그때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겨울에 여름 얘기를 하려니 참 민망하지만, 어쨌든 저녁시간이 다 되어 도착한 5월의 삿포로.
아무리 저녁 늦게 도착해도 꼭 이렇게 저녁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계신다.
오랜만에 만난 토모요(강아지)는 좀 더 커져있었고
와타루네 엄마의 요리는 여전히 너무나도 맛있었다.
선물로 가져간 사케를 다 같이 마시면서
와타루는 연휴가 끝나면 지금 매일 일하는 곳을 그만두고 혼자 시작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고 집안 분위기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와타루네 부모님은 딱히 찬성이랄 것도 반대랄 것도 없었다.
나는 여기서 약간의 컬처쇼크를 받았다.
아들이 혼자 무언가를 하기로 결심했는데 좀 미지근한 반응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는 반응이랄까.
앞으로의 생활이 달려있는데 걱정은 안 될까?
음식점이 많아도 너무 많은 도쿄에서 그것도 런치 영업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은,
일단 어느 정도 수입을 포기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것.
와타루네 부모님들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어찌 되었건 아들이 결심한 일이기에
다음에 도쿄 가면 놀러 가야겠네 라는 한마디로 너를 응원할게 를 대신한 것 같았다.
와타루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나에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
나는 솔직히 무언가를 시작할 때 혹은 그만둘 때 제일 먼저 부모님을 생각한다.
내가 효녀라서 누구보다 부모님을 생각해서라기보다도 그냥 그게 나에게는 자연스러웠다.
떨어져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자립심을 가지고 내 의지대로 생활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 큰 결정을 할 때는 엄마, 아빠가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 걱정하겠지. 그리고 안 된다고 하겠지.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에는 지금에 안주하게 되는 패턴이 많았다.
이런 것들도 다 핑계고 내가 모자란 탓도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눈에는 그저 내가 막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때 마냥 늘 불안하고 흔들거리던 한 소녀로 보이겠지.
그래도 조금씩 내가 믿음을 주고
나 또한 흔들리지 않는, 내가 원하는 것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얼마 전에 한국에 잠시 들어가니
나도 이제 그리 어리지 않은 나이라고 , 다들 그러더라.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