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와타루 요리

오늘은 스테이크 데이

by Jae A Bang

어느 날 스테이크용 고기를 잔뜩 들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와타루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왜 우리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수요 돌풍 세일 같은 거.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세타가야에 위치한 오오제키(체인점이라 다른 곳에도 있음)라는 슈퍼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아침이든 저녁이든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더군다나 이런 특가 세일이 있는 날에는 동네 주부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오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와타루는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당히 스테이크용 소고기 10팩이라는 성공을 거머쥐었다.


옆에 있던 아주머니께서,

어이구 이렇게 많이 가져가면 나는 어쩐담?이라고 말했던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아주머니도 원하는 만큼 사셨다고 하니 물량은 넉넉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우리 집 냉장고에는 한 장씩 진공포장이 된 스테이크가 가득 있었고, 한 달에 몇 번이나 스테이크 데이를 정해서 맘껏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뭐 먹을까?
음.. 스테이크?


일단 이렇게 스테이크 데이가 정해지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래.
그럼 나는 감자랑 마늘을 가져갈게.


나는 늘 가는 빵집에서 바게트랑 맥주 몇 캔이랑 와인 한 병을 사다 놓을게.

고기는 미디엄 레어.

고기를 구운 육즙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스테이크용 소스를 만든다.


마늘을 얇게 썰어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살짝 튀기듯이 구워 스테이크 위에 올려준다.


그리고

루꼴라를 넣은 매쉬포테이토나 혹은 토스트 한 바게트를 곁들여 푸짐한 식사를 즐긴다.

한 달에 두 번 우리 집에는 큐슈지방의 채소들이 도착하는데 그에 따라 샐러드나 구운 야채를 정하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같이 요리를 하고 (같이 하는 거라고 믿고 싶은데 그러기엔 와타루가 너무 혼자 많은 것을 한다), 그날 빌려온 영화를 보면서 식사를 한다.


동갑내기 미국인 영어 선생님한테 내일은 스테이크 데이라 바빠요.라고 말하니,

그런 퐌타스틱한 데이가 있나고 흥분을 했다.


나는 이런 시간들이 너무 좋다.

좋아하는 구두나 가방을 사는 것보다 더 좋다.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것이 스테이크였다니!!


왜 이렇게 사재기를 하냐고 잔소리를 해댔지만, 이제는 내심 또 그 세일은 언제 찾아올까, 와타루는 또 한 번의 성공을 맛볼 수 있을까, 그 날이 기다려진다.


왜냐하면 이제 냉장고에 스테이크용 고기가 두장밖에 안 남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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