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 케이터링 편
작은 생일파티의 케이터링을 주문받았다. (서랍 속에 묵혀두다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물론 지인으로 부터의 주문이었지만 꽤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이날만큼은 와타루의 조수를 자청했다.
언제 봐도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에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존재할까.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
보통 케이터링이라고 하면 음식이 식어도 맛에 영향을 주지 않는 종류가 많다.
샐러드, 파스타, 피자, 닭튀김, 주먹밥 등등.
물론 따끈따끈한 요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메인이 된다.
그러나 그런 틀에 갇힌 메뉴들을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넓은 부엌도 있겠다 그곳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건 어떨까.
열몇 명을 위한 음식을 두 명이서(사실은 와타루 혼자서)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재료를 씻고 삶고 자르고 썰고 굽는 그 과정 하나하나를 정성껏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쳤을 때는 맥주 한 캔이 큰 위로가 되었다.
먹는 건 한순간인데 음식을 만드는 시간은 2-3배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나.
편의점, 슈퍼, 식당에 널려있는 것이 음식이었고 그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유통되는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나는 그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고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엄마나 아빠 탓을 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나의 관심 밖의 영역이었을 뿐.)
와타루를 만나고 나는 대학을 가기 위해, 혹은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가 아닌,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지식을 조금씩 공부해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버터랑 마가린을 헷갈려해 가끔은 혼나기도 한다. ㅋ
사실 이 전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파티가 있었는데
그때는 케이터링 전문점에서 주문을 했었다.
샐러드 몇 종류와 치킨, 파스타 두 종류 그리고 디저트였는데,
물론 맛은 있었지만 늘 비슷비슷한 메뉴들은 모두에게 신선함을 주기에는 부족했다.
이번에 준비한 메뉴는 집에서 준비하는 , 그러나 조금은 특별한 파티메뉴를 선보였다.
1. 타임과 각종 허브를 얹은 피리피리 치킨
2.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캐슈너트와 치킨 마멀레이드 오븐요리
3. 돼지고기와 숙주나물, 부추를 넣은 심플하지만 맛있는 춘권
4. 가다랑어(가쓰오부시)를 우려낸 국물로 만든 츠유에 여름 야채를 퐁당 빠트려 만든 요리
5. 아일랜드식 매쉬포테이토
6. 타이완식 완두콩
7. 죽순으로 만든 페페론치노
8. 심플하지만 맛있는 옥수수 구이
9. 태국 남푸라 소스로 만든 무말랭이 새우볶음
10. 그리고 샐러드!
늘 먹던 파티 요리와 너무나도 달라서 모두가 낯설어하면 어쩌지 하던 나의 예상과는 달리,
다들 너무 반응이 좋아서 과장 좀 보태서 날아갈 것 같이 기뻤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고 저녁은 늘 잘 먹지 않는 70이 넘은 할머니가 이날만큼은
이것저것 가득 담아서 두 그릇이나 드셨다.
늘 논다고 바쁜 아이들이 엄마, 나 이거 먹을래 라며 식탁을 둘러쌌다.
늘 음식이 남아서 처치 곤란이었는데, 이날만큼은 남으면 좀 가져가고 싶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
우리는 이날 너무 칭찬을 많이 들어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오늘의 미션, 생일파티 케이터링은 대성공이었다.
그날의 작업? 요리? 풍경.
정신없었던 그날.
아마 사진 찍는 시간에 좀 더 도와줬으면 싶었겠지만 나는 순간을 남겼다.
나중에 와타루가 한국어를 다 이해하는 날이 오면 짜잔 하고 서프라이즈 선물로 이 글을 보여주고 싶다.
근데 아마 아주 먼 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