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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선택들이 만들어 낸 오늘

쉬운 길

by 재비


'한번 시작해 보자.'



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실행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온라인 마켓의 가입이었다. 네0버부터, 쿠0, G0켓, 0션 등 온라인 마켓에 판매자로 등록을 해야 정상적으로 판매, 정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 배송대행지라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배송을 대신해 주는 곳에 가입하고, 사업자 등록도 해야 한다. 강의에서는 이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다루기 때문에 딱히 막히는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모르는 것도 많아서 스트레스를 좀 받았던 거 같다. 그렇게 필요한 행정작업을 빠짐없이 진행을 했다.



그다음 해야 할 일이 중국사이트인 타0바오에서 괜찮은 물건을 주소를 엑셀에 복사 붙여 넣기 해서 대략적인 무게나 배송비를 메모해 두고, 가격책정을 해서 사진과 상세페이지를 스마트 스0어에 올리고, 그 사이트에 올려진 정보를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각 온라인 사이트에 뿌리기를 하면 끝이다. 그다음 주문이 들어오면 고객에게 통관부호를 받고 대신 중국사이트에서 주문하여 배송대행지로 보낸 다음 배송대행지에서 국내 고객에 세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주문이 들어오고 고객에게 제품이 배송될 수 있도록 배송정보를 입력하고 선결제를 하면 끝이다.



자. 그럼 이게 무자본인가? 뭐 결론적으로 말하면 당장 자본이 없어도 시작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링크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키워드, 사진, 자료가 복사돼 간단한 수정만 하면 스토어에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던지, 각 스토어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 스마트 스0어에 올린 제품을 각각 입점해 있는 다른 쇼핑몰에 뿌려주는 프로그램까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3개가 된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으면 소위말하는 노가다를 해야 한다. 일일이 하다 보면 시간은 물론 에너지도 금방 고갈될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고 하면 플랜마다 다르지만 한 달에 약 20~30만 원 정도 지출 된다. 뭐 사업하는 자금치고는 적은 편이긴 하다.



하지만 부담되는 건 배송대행지를 이용할 때 선결제를 해야 한다는 것. 무게가 많이 나가고 부피가 커질수록 금액이 더 커진다는 것. 스토어에서 정산은 회사마다 다르다. 네 0 버는 10일 정도로 빠른 편이나, 보통은 정산까지 1달~1달 반정도 걸려서 자금이 회전을 잘할 수없다는 게 단점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더라도 1달 이상 정산이 안되거나, 혹시나 배송 중 단순취소나 반품 같은 이슈가 발생한다면 그 비용은 오롯이 내가 안고 가야 한다.



일단 시작했으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고 싶어서 3개월간 열심히 해봤다. 순이익 첫 달 60만 원 다음 달 250만 원 마지막 달 500만 원 정도로 성장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메리트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위임해야 하는 부분도 지극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 있지 않다고 판단해서 접게 되었다. '쉽고 빠르게 무자본으로 월 1000만 원 벌기'에 현혹돼 강의를 수강했지만, 그런 건 그냥 후킹 멘트였을 뿐이었다. 세상에 쉽고 빠른 결과는 없다. 혹여나 있더라도 금방 대체되고, 무너지기 쉽다. 지금은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다른 사이트가 생겨서 국내에서도 중국제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다. 내가 해외 구매대행을 도전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AI로 뭐든 쉽게 만들 수 있고, 프로그램으로 뭐든 손쉽게 이룰 수 있는 세상, 이렇게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에서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요소에서 사람들은 열광할 할 것 같다. 사람은 생각과 가슴이 있다. 감정과 감성이 있고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뭐든 결과나 능률, 결괏값만 따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결국에는 사람이고, 진심과 고유의 색을 가진 특별함은 관통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매대행을 하면서 시간을 버린 건 아니었다. 해외에서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일, 루트, 스토어 관리 등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을 배웠다. 차후 내가 어떤 것을 판매할지는 모르겠으나, 큰 밑거름이 될 것은 자명했다. 이것 역시 중박이다.



하지만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제 또 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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