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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May 05. 2016

where's my life.

- 영화 _ Night train to Lisbon. 

문득. 맥주 한 잔 마시며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간에 묵혀두었던 영화의 목록을 살펴보았다. 


해외근무를 나가기 전,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받아서 고이 간직했던 영화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보지 못했던 영화 중에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제목을 발견했다. 


줄거리는 전혀 모르지만, 낯선 장소가 들어간 제목이라는 이유로 영화를 틀었다. 

일상적인 서울의 삶에 적응하느라 고달퍼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었을까. 


영화의 주인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모든 범인들을 연상시킨다.

주인공을 맡은 제레미 아이렌스는, 그의 오랜 연기 인생을 보여주듯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녹아, 고요하고 일상적인 삶에 지친, 그리고 타인의 삶에 녹아들며 조금씩 변해가는 주인공을 매우 공감하게 표현해 낸다.


성실하게 그러나 조용하고 평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주인공은, 

어느 날 다리 위에서 누군가를 구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무언가에 이끌리듯, 

아무런 준비도 없는 급작스런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여행가방도, 짐도, 아무것도 없는.)


그를 떠민 것은. 

꾸준히 일궈왔으나, 한편으로는 벗어나고 싶기도 했던 고루한 일상이었을 지도 모른다. 

비바람이 부는 날. 흠뻑 젖은 채로 들어섰던 교실과 그를 향해 쏟아지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그가 견뎌야 했던 일상의 지루함, 매일 매일이 똑같은 반복성의 압박감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을지. 


여행길에서 그는 아마데우라는 인물의 삶을 쫓게 되는데. 

그 속에서 우정과 사랑, 생동하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함께 울고 웃는다. 

이미 역사 속에 묻혀버린 과거의 삶이지만 남겨진 흔적과 단서를 찾으며 그의 삶에 매혹된다.


그리고 그는 묻는다. 나의 삶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이렇게 약동하는 삶이 있는데 말이다. 

다시 자신을 이전 삶으로 돌아가는 그에게 누군가 묻는다. - 머무르면  안 되는 것이냐고.-


머무르면 안 되냐는 질문의 대상은 무엇을 향한 것일까.

그가 발견한 새로운 공간 '리스본'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평범한 삶 속의 머무름을 의미하는 걸까.

삶이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평범함? 특별함? 변화? 또는 반복.?. 일상, 혹은 여행.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삶에 매우 쉽게 빠져들곤 하는데, 영화와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나와는 다른 삶. 동경하는 삶, 또는 우리에겐 불가능한 것들을 타인의 삶을 통해 꿈꾸곤 한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전혀 특별할 갓 없는 삶인가. 주목받을 일 없고 생동하지 않는 죽어있는 삶인가. 

평범한 누군가를 통해 특별한 삶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어쩐지 씁쓸하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하고 여운이 남는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내뱉은 where is my life.....?.. 라는 질문은 나의 삶 또한 반추하게 만든다.


어느 장소에 간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향해 여행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간다. 그 삶이 얼마나 짧은지 긴지는 상관없다. 

우리의 삶은 아마. 처음부터 그저 길 위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떠나거나 머무르거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삶은 가능성들로 가득 차 있는데. 우리는 어쩌면 길 위에서 그저. 머뭇거리고 있다. 한 발짝을 움직이면 되는 것인데. 그저 우두커니 서서 머무를까 떠날까를 점치고 있는지도. 


우리가 어딘가를 떠날 때, 우리 안의 어떤 것을 뒤에 남기고 간다.

그래서 우리는 가버린다고 해도 동시에 그곳에 머문다.

그 장소에서 우리가 다시 찾을 수 있는 우리 안의 어떤 것들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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