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의 시작 [혼삶의 발견]
혼자 살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다.
부모님 모두 형제자매가 많은 집이었고, 나 또한 삼남매였기에 어릴 때부터 늘 사람이 많은 풍경 속에 있었다.
혼자 있는 것보다 언제나 함께이고 북적이는 삶에 익숙했고, 나만의 방이란 걸 가져본 적도,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었다. 동생과 유년 시절내내 같은 방을 쓰면서, 죽도록 싸우고도 손잡고 잠들곤 했다.
2인 1실을 쓰는 해외 전출 생활도 다른 아이들이 모두 혼자 방을 쓰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할 때, 나만은 낯선 동료와 맞춰가며 함께 지내는 생활에 만족했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기를 좋아하고 혼자 있으면 지독히 외로움을 타는데다가,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여전히 겁이 많고, 혼자서는 잠도 잘 못 자는 어른아이.
그런 내가 독립이라니.
쭉 혼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고민이,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살 수 있어야겠다는 고민이, 이전에 단 한번도 고려해본적 없는 독립으로, 혼삶으로 이어져 버렸다.
나의 공간을 가진다는 기대보다는,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 속에 준비한 독립.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자기 손으로 밥차려본적 없는 기댐의 삶에서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 한참은 걱정스러운 혼삶으로. 한발짝. 들어선다.
혼자인 시간.
나만의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
어떤 이에게는 그저 일상일 뿐이고,
어떤 이에게는 꿈꾸는 삶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삶이겠지만,
내게는 처음인 독립- 혼자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는 하루 속에서
여러가지 시행착오와 고민들 속에 생각과 깨달음을 얻으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쌓아가는 홀로 삶의 추억들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몰랐던 홀로인 나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