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소품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우연히 [수건]에 대한 글을 읽었다.
대개는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이, 어딘가에서 생긴 수건들의 이야기.
여러가지 색깔과 다양한 필체의 글자들. 상호 또는 축하의 문구.
나 역시 어린 시절에는 줄곧 그런 수건에 둘러쌓여 살았던 것 같다.
문득 생각해보니 독립한 후에, 가장 먼저 한 것이 새 수건을 구매한 일이다.
색색의 화려한 수건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차분한 모노톤의 수건들.
몇 수, 몇 g 을 따져가며 도탑고 부드러운 수건과 아주 커다란 수건을 샀다.
몸이 폭 감기는 커다란 수건의 편리와 푹신한 질감이 주는 만족감을 이전에는 몰랐다.
나만의 생활을 꾸리기 시작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만족감을 찾곤 하는데, 수건의 선택과 사용 또한 그 중 하나인 것 같다. 수건을 사고, 세탁하고, 뽀송하게 말려서 서랍에 넣는 것은 여타의 세탁물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세수를 하고 싱그러운 향의 수건에 얼굴을 묻을 때의 톡톡한 느낌도.
얼마 전에는 부모님 집에 문구가 새겨진 얇은 수건들을 보고, 두터운 새 수건을 주문해드렸다.
무슨 수건을 돈주고 사냐고 만류하시던 엄마는, 지금은 즐거이 그 수건을 사용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