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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Nov 30. 2018

남겨진 것들

내멋대로 작업실 준비

지금의 작업실을 알아볼 당시, 이전의 임차인이 사용하던 에어컨과 세면대를 사라고 제안하셨다.


에어컨은 이미 세월의 때를 가득 머금어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 수 없는 누렁이 상태였고, 세면대는 대략 깔끔하다고 느꼈으나, 나중에 들어와서 확인하니 이것도 대략 난감하게 설치가 되어 있다. 어쨌든 둘 다 필요한 것이기는 했으나, 제시한 금액이 너무 말도 안 되는 듯하여, 그냥 가져가시라고 했다.


뭐 귀찮아서 두고 가시면 바꿀 때까지 쓰기는 하겠지만, 굳이 돈 주고 살만큼 좋은 상태는 아니었기에- 넌지시 부동산에 그리 말씀드렸더니, 전 임차인은 둘 다 두고 가셨다.


이렇게 종종 이전에 쓰던 물건 중에 필요 없는 걸 전 임차인이 후 임차인에게 팔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럴 때는 잘 알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값에 넘기려는 경우도 있고. 사용해보기 전에는 물건의 컨디션도 알 수 없으니. 게다가 팔고 가려는 물건의 경우, 떼어가기 힘들거나 떼어가는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에어컨과 세면대가 작업실에 남겨졌다. 에어컨은 털털 거리며 그럭저럭 나와서 아주 잠깐 사용을 해봤고, 켜켜이 먼지 쌓인 것을 털고, 그래도 너무나 누래서, 페인트 칠을 했다. 칠판 페인트를 측면에 흰색 젯소를 전면에 투톤으로 발랐다. 붓 자국이 남지 않게 바르느라 아주 애를 쓴 덕에 지금은 만족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플라스틱 가전의 경우, 긁으면 페인트가 아주 쉽게 벗겨지므로 조심해서 사용해야겠다. 세면대는 녹물이 콸콸 나오지만 나름 상태는 깨끗하다. 나중에 마음이 동하면 이것도 색을 칠해볼까 한다.


창틀은, 원래 빛바랜 연두색이었다.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젯소칠 후에 철제 문과 같은 색으로 칠을 하였는데, 마스킹 테이프를 부실하게 붙인 까닭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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