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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carver Dec 03. 2018

보이지 않아.

내멋대로 작업실 마무리

9월 말까지 거의 한 달간을 페인트칠을 하고, 작업실에 가구를 들이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때와 실제로 들어갔을 때, 컨디션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부실한 벽과 천장, 지저분한 마감 상태 등등을 확인하며 끊임없이 마음이 심란했다. 작업실을 오가며, 나름 정돈을 했지만, 도저히 혼자 손댈 수 없는 부분은 고민스러웠다. 하려면야 시간이든 돈이든 들일 수 있겠지만, 상업적 공간도 아니고, 개인 작업실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선택을 해야만 했다.


결국 많은 것을 포기했다. 옆 상가와 넘나드는 소음을 감수하기로 했고, 벽을 단정히 샌딩 하는 것, 벽에다 설치하고 팠던 공구 걸이도 포기했다. 처음에 바랬던 단단하고, 깔끔한 작업실을 포기했다.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했을 때 현실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았기에, 그저 현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페인트 칠과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이 필요했다.


한편으론 욕심을 접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정돈과 페인트 칠을 계속했다. 직장을 다니느라 작업이 가능한 시간은 밤과 주말뿐이라 단순한 페인트 칠인데도 일의 진척이 더뎠다.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 늘 쫓기는 듯했다. 편하게 작업하고 싶었고, 독립적인 공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그게 너무 큰 욕심이었던가 곱씹기도 하였다. 결국은 추석 연휴 동안 가족을 동원해서야 후다닥 작업실 정돈을 마칠 수 있었다. 대충 마무리 한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카빙 작업을 했으면 싶었다.


참 신기하다. 급하게 책상이며 공구를 채워 넣고 나니, 작업실에서 거슬리던 많은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정리가 안된 지저분한 모서리들, 서툴게 마무리 한 페인트 칠, 몰딩이 없는 천장. 시멘트 바닥에 파인 홈 등. 속상한 마음으로 포기했던 많은 부분들이 막상 가구를 채워 넣고 앉아서 작업을 하기 시작하니 눈에 띄지 않는다. 왜 그렇게 많은 고민을 했나 싶을만큼, 또 왜 그리 초조했나 싶게 지금은 작업실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사소하고, 작은 문제들이며,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 않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작은 것에 너무 연연하고 고민하지 말자. 큰 그림 안에서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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