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lowcarver Aug 27. 2024

아이와 대단한 추억쌓기

그 또한 부모의 욕심..

아이들과 어떤 시간을 보낼까? 어떤 시간을 보냈나?

늘 고민하고, 돌아보게 된다.


일하는 엄마와 사업하는 아빠,

20개월, 40개월 아이들은 평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일과 사업을 하기에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은 한정적이고,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적기에, 더 많이 아이들 생각을 하게 된다.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위해 뭔가 집약적이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싶기에,

뭘하면 좋을까? 주말이 다가오면 늘 생각하고, 찾아보고, 준비한다.


소문난 키즈카페를 가봤으나, 입장료는 매우 비쌌고,

정작 들어가서 늘 하던 병원 놀이, 인형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왜 여기까지 왔지? 집에 있을 걸-하는 생각이 든적이 있다.


볼거리 많은 어린이 박물관을 예약해서 갔는데,

입구의 금일 예약 마감 공지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가,

입장해서 바글거리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다 나온 적이 있다.


멋진 사진을 보고, 와 아이들한테 보여주자 하고 갔는데,

사진과는 영 다른 규모와 풍경에 실망하며 돌아왔던 적도 있다.


여러 키즈카페, 박물관, 미술관, 카페 등등을 전전했지만,

즐거웠다 좋았다 또 가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별로 없다.


어른들이 피곤했거나, 아이들이 관심이 없었거나,

들인 비용 대비 뭔가 한참 부족한 느낌이거나,

왜 이 거리를 와서, 이 비용을 들였던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꽤 많았다.


또 가자!!하는 생각으로 기록을 하는게 아니라,

두 번은 가지 말자,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기록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엇을 원할까? 무엇이 즐거울까?

가장 편안하고, 가성비 좋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단연 집 앞 도서관이다. 집 앞 개천과 산책로이다.


걸어서도 갈 수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걸어서, 유모차와 함께 가고, 오고,

꽃이 필 때, 질 때, 선선한 바람이 불 때 걸으며 산책하기 좋았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이 멀리 있지 않은데,

언제나 먼 곳을 돈 들여 발품 들여 찾아다니는 것이

이 무슨 생고생인가 싶은데, 그래도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아이들에게 좀 다른 풍경, 다른 공기, 다른 경험을 하게 해주고픈 욕심이

때로는 어른도 아이도 무리하게 만드는 것 같다.


어제 저녁은, 다 늦은 저녁 시간 무조건 밖에 나가고 싶다는 첫째의 주장에,

저녁을 먹고, 집 앞 도서관에 갔다. 9시까지 오픈되어 있는 1층 미니 도서관에 앉아

마침 발견한 푸바오 사진첩을 함께 봤다.

아기 푸바오, 어른 푸바오,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푸바오,

여러 사진들을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짧은 시간을 보내고 도서관을 나서는 길,

엄마랑 같이 도서관 와서 너무 좋다는 아이의 환한 얼굴을 보며,

그저 짧은 시간을 내서, 조금만 움직여도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너무 머리 쓰지 말자. 그냥 옆에 같이 있자.

웃어주고, 같이 걷고, 때론 땅바닥을 들여다보기 위해 같이 멈추고,

쪼그려 앉아 함께 봐주고, 아이가 고개를 들었을 때 옆에 있으면 된다. 


아이와의 대단한 추억 만들기는 정작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곁에 머무르며, 가장 소소한 시간을 함께하고, 가장 작은 발견을 함께 하는 일.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수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