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서울의 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간.
깊은 밤조차도 완전한 어둠 없이.
희미하게 스미는 가로등 빛에 익숙했던 공간.
니카의 밤.
어둠이 존재하는 시간.
드문 드문 가로등- 불이 꺼지면,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미약할 뿐
한치 앞 사물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정전.
한국에 있을 때는 1번, 2번 겪어봤을 정전인데, 이곳에서는 정말 수시로 정전이 일어난다. '깜빡''깜빡' 두 번의 깜빡임 이후, '팟'하고 빛이 사라지면, 조금 후 우렁찬 발전기 소리와 함께 다시 임시 전력이 들어온다. 이전에는 전기라는 게 이렇게 수시로 나갈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혜택'이라는 것도 몰랐다. 심지어 마나과를 제외한 시골 동네에서는 가로등이 없는 곳도 많다. 시내에 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득 이상한 느낌에 밖을 바라보니, 어둔 밤거리에 불을 밝힌 것은 우리 차의 헤드라잇 불빛이 유일한 때도 있었다. 가로등 사이를 달리는 것이 익숙한 나에게는 이런 종류의 어둠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참 많은 것에 대해 새삼스러움과 함께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몇 달 전, 지역 일대가 모두 정전된 적이 있었다. 때마침 발전기 마저 돌아가지 않아, 어디를 보아도 온통 암흑- 바로 눈 앞의 내 손조차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같이 지내던 사람들과 수런수런 밖으로 나왔다. 전기가 모두 나가고 나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희미하던 것들이 더 잘 보인다. 밤하늘에 별이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이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은하수 같이 흐르는 별들의 향연, 모자란 지식을 총 동원하여 저건 무슨 별, 이건 무슨 별 점 찍어보았다. 바로 옆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저 먼 하늘의 별들은 총총하니 참으로 잘 보였다. 지금은 그 밤에 무슨 별을 보았는지 희미해졌지만, 그때의 벅찬 감동은 마음에 남아 있다. 익숙한 도시의 불빛 아래 오래 잊고 있던 것을 간만에 되찾은 순간을.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문명의 이기. 여기에 살면서 예전에 누리던 것들을 많이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겪는 빈번한 정전, 때때로 끊기는 수도는 그저 그들 생활의 일부일뿐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저 받아들이고 아무렇지 않게 불편함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밤이 되면 농가의 불빛들은 희미하게 불을 밝힌다.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는 '밝힌다'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정말 '희미하다'. 가로등도 없는 동네에 이 티미한 불빛은 짙은 어둠을 뚫을 수 없을 듯 미약하게만 보이고, 침침하지만, 그 작은 빛 아래서도 어두운 거리를 향해 흔들 의자를 놓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람들은 바람을 기다린다. 흔들 흔들 의자를 앞 뒤로 밀며, 무어 그리 즐거운지 소소한 수다를 떨면서.
이곳에서 조금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법을 배운다. 밤은 밤답게 느껴지고, 낮은 낮답게 느껴진다. 온전한 밤하늘을 보기도 하고, 아직 시멘트가 깔리지 않은 흙길을 종종 걷는다. 어디 한군데 피할 데 없는 하늘 아래 따가운 볕을 맞으며 서 있다. 하얗던 피부가 이제는 현지인 같이 까무잡잡해졌다. 조금 있으면 바람이 불 텐데 이런 것쯤..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