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참을 수 없는 그 여유로움.

니카라과에서 일하며 느끼는 것들..

by slowcarver

해외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꼭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현지인이 아니라도 업무 중에 현지인을 만나야 할 일이 왕왕 있다. 물론 늘 대화를 하던 현지인이 아니라면 나와 일하는 현지인을 통해서 대화를 하니 의사소통에는 크게 문제가 없지만, 이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여러 가지 에로사항이 생기곤 한다.


어쩌면 그중에 첫 번째는, 그들의 여유로움 일 것이다. 날씨 탓인지 조상인 인디언의 성향이 이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의 여유와 수다는 멀리서 보면 감탄이지만, 함께 일하는 중에 보면 울화의 대상이다. 그래도 한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이들은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하지만, 그 밖의 현지인들의 타고난 내적 여유에는 손발을 들고 만다.


최근에 기계를 설치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그걸 체크하러 간 직원이 이제 설치가 된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설치된 걸 확인하러 현장에 가보니, 아직 트럭에서 내리지도 않은 상태. 전화 오고도 20분을 기다리다 갔는데도 상항이 그랬다. 트럭 안에 3명이서 수런수런 하며 한참을 떠들고 의논을 한다. 뭐한 거냐 물어봤더니 기계가 무겁단다..... 그건 저도 알지요..... 그래서 그대들이 온 거잖아요.... 결국 트럭에서 50M 떨어진 곳에 기계를 놓는데 30분이 걸렸다. 그러더니 또 기다린다. 이번에는 무엇을 기다리는고 했더니. 발판이 와야 된단다. 10분 후에 어디선가 발판을 끌고 왔는데 그것도 트럭에서 가져온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기다리는 일의 반복. 전선이 오기를 기다리고, 어딘가로 간 사람을 기다리고. 그 사이 사이 그들의 수다와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 동시에 준비해서 끝내면 1시간도 안 걸릴 일이, 하나 하나 느긋하게 이들의 속도로 이어가면, 3시간도 4시간도 걸린다.


여기서는 모든 일이 이러하다.

은행과의 업무 시에도, 한국에서 처리할 땐 2분 통화면 되는 단순한 정보를 확인하는 일도, 여기서는 10분이 걸린다. (그 이상이 안 걸리면 다행인 것 같다.) 안부를 전하고, 질문을 하고, 심플할 답변이 아주 길게 길게 이어진다. 뭔가 일을 시켜놓고 챙기지 않으면 3 주건 4 주건 그냥 흘러간다. 처음 나와서 카드 발급을 신청했는데, 체이스를 안 했더니 받는데 한 달 이상이 걸렸다. 그것도 기다리다 기다리다 안 나오는 게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그제야 나왔다. 종종 답답하다 못해 내가 화를 내면, 그들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어떤 일이 안될 때, 어떤 일이 늦어질 때,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이들이다. 그러면 이들은 그냥 기다린다. 웃고 수다 떨면서.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빨리 빨리, 안 되면 되게 하라-가 만연한 사회에서 오지 않았는가. 한국 에 있을 때는 그런 문화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았지만, 어느 새 이 곳에서 왜 안돼, 왜 이렇게 느려를 수시로 묻는 내가 어느 새 뼛속까지 한국사람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늦어지면 늦어짐을 그러려니 받아들이고, 안 되면 안 되는구나 생각하는 사람들. 그렇기에 발전은 더디지만, 스트레스가 덜 하고 하루가 단순하고 행복한 사람들. 치열하지 않은 삶. 지원해 줄 테니 자기 계발하라고 해도 자기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거절하는 이들. 그들의 미소, 말투, 걸음걸이 모든 것에서 나른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이제까지 겪어본 현지인들 중에 조급한 사람이나 빠릿빠릿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니카라과 인들은 뼛 속까지 여유롭다. 나른하고 평온해 보이는 그 평화를 누가 깰 수 있으리.



덧... 한국인과 일하는 현지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절대적 단어. "빨리 빨리" - 어쩐지 씁쓸한데..


덧... 나도 여유롭고 싶지만, 남의 돈 받아서 하는 일이라 여유를 가질 수 없는 현실.

현지에서 그들에 동화되어 그들처럼 일을 한다면, 아마 퇴출이겠지.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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