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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PD Aug 24. 2015

추억에서 현재까지, 비디오 게임 #3 - 한정판

덕심을 요동치게 하는 마법 주문 : 한정판

덕들의 심박수를 높이고 싶을 때 쓰는 마법의 주문 한.정.판,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게임 쪽이 가장 심할 수도 있겠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 초반 2주의 판매량이 전체 흥행을 좌우하기 때문에 선주문(pre-order)을 많이 유도해야 하고 이때 많이 쓰는 방식이 ‘예약 특전’이다. 


즉, 예약을 하면 특정한 상품을 껴주는 것인데 예를 들면 가이드북이나 문구류, 또는 특별히 디자인된 게임 내 아이템을 받을 수 있는 코드 등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입소문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바로 이 ‘한정판'이 쓰인다. 


스니커류의 한정판이 가격보다는 수량의 한정으로 프리미엄성을 높이는 것과 다르게 게임 쪽은 가격도 꽤 비싸게 받는다. 물론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구할 수 없는 게임 관련 상품들이 들어 있기 때문인데,  <그란 세프트 오토 5>(GTA 5)의 경우 게임 자체가 60달러 정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정판은 모자, 케이스, 아이템 등을 포함해 150달러에 판매했다. 

두 종류로 발매된 GTA 5 한정판. 이렇게 밖에 못구하는 레어템 들이다.

또 유명한 FPS 게임인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2>는 무려 야간 투시경을 한정판에 포함시키기도 했다(약 22만원). 

당시 <콜오브듀티> 마니아들 조차 ㅎㄷㄷ했던 초고가의 패키지

왕십리에서 진행했던 발매 행사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 탓에 ‘헬십리'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던  <디아블로3>의 한정판은 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게임과 개발 관련 블루레이/DVD,사운드트랙, 미술 원화집, 디아블로 2가 담겨 있는 해골 USB,디아블로 해골과 함께 스타크래프트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쓸 수 있는 아이템 등 팬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관련 상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제품은 99,000원으로 판매됐으나 순식간에 동이 났고 한때 40~5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어쩌면 게임 한정판의 마력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디아블로3 한정판. 왕십리를 불태웠었다  (Vana님)

여담으로 역대로 가장 병맛 넘치게 황당했던 한정판으로는 GTA의 코믹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 <세인츠로우 4>의 한정판을 꼽을 수 있다. 


놀라지 마시라. 단 한 명에게만 판매하는 이 한정판, 가격이 무려 10억 원 (!)이다. 


대체 뭐가 들어 있어서 이렇게 비싸냐고? 

내용물도 상식 밖이다. 게임에 등장한 총기의 레플리카는 기본이고 우주여행 티켓, 람보르기니 갈라도(진짜 차), 두바이 최급 호텔 7박 투숙권, 스파이 트레이닝, 성형 수술 등 안드로메다급 콘텐츠를 자랑한다. 미국의 한 매체에서 이 상품의 총액을 계산해봤는데 약 6.6억 원이라고 한다. 즉, 할인으로서의 가치도 전혀 없는 셈이다.

물론 아무도 사지 않았고 아마 제조사도 팔 생각이 전혀 없는 홍보성 상품이였다.

세인츠로우 4의 무려 10억원 짜리 한정판…(출처 : Volition)

이렇듯 특히나 짧은 시간 안에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되는 비디오 게임에서는 한정판, 스페셜 에디션 전략이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돈을 아끼지 않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되고, 개발사는 경제적 이득보다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메탈기어솔리드>시리즈를 매우 좋아해서 4번째 버전이 플레이스테이션3으로 나올 때 한정 패키지를 구매했다. 


콘솔 게임에서는 게임 + 관련 상품 전략 외에도 콘솔 기기를 아예 스페셜 에디션으로 만드는 전략도 많이 구가하는데,<메탈기어솔리드4>도 플레이스테이션3 본체를 카키색으로 입힌 스페셜 에디션과 일부 특전을 포함시킨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와 함께 내놓았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격은 그냥 사는 것보다 조금 비쌌던 것 같다. 번들이라서 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신데, 한정판은 할인하려고 내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제값 받는다.

보유 중인 메탈기어솔리드3 한정판 플레이스테이션3
곧 발매되는 스타워즈 : 배틀프론트 한정 PS4




 덕심의 성감대(?), 한정판 


이 한정판들, 사본 소감을 말하자면 솔직히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새로 나온 게임, 특히 유명 시리즈 게임을 살 때의 기대감이라는 건 하늘을 찌를 듯이 높기 마련인데 개발사는 이런 두근거림에 불을 지펴줄 만한 특별한 아이템을 어떻게 알고 딱 준비해놓는다.


 <디아블로3>을 12년 기다린 사람들에게 10만 원이라는 돈은 상대적으로 큰돈이 아니고, 여기에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하는 특별한 USB에 옛날 <디아블로2>까지 담아주겠다고 하니 이 얼마나 덕심을 후벼파는 전략인가.  게임과 함께 이런 상품들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도대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란 세프트 오토4>의 한정판을 구매한 적이 있는데, 락스타(개발사)의 로고가 새겨진 백과 OST, 아트북, 철제 케이스 등을 받아봤을 때는 상당한 감동이 밀려온다. ‘어디서도 못사는’ 특별한 상품들과 막 출시된 새로운 게임이 같이 날아오는 건 생각만 해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여기에 10만 원을 투척하는 것은 덕심 가득한 자들에겐 절대 비싼 것이 아니다.


게임사들은 E3 등의 게임쇼를 통해 게임을 발표한 뒤 머지 않아 한정판을 미리 공개해 화제를 지속시키기도 하고 발매 1-2달 전에 미디어 노출을 높이는 용도를 쓰기도 하는데, 그만큼 비디오 게이머들 사이에서 '한정판'아라는 것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라 볼 수 있다.

올해 E3 직후 공개되어 큰 화제를 모은 폴아웃4 한정판 구성품. 휴대폰을 끼워서 팔에 차는 기기까지 제공된다.

PC 한정 패키지를 주로 수입하시는 퍼펙트킴님은 한정판에 대해서 마치 유명했던 광고 카피인 ‘그냥 커피냐 T.O,P이냐’ 하는 것처럼 비슷하지만 다른 영역이라고 이야기한다. 알맹이는 같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포장한 케이스나 구성품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서비스재를 구입할 때 가용비뿐만 아니라 분위기나 환경에 대해서도 금액을 지불하듯이 한정판은 상품을 둘러싼 분위기와 희소성을 포괄적으로 보고 가치를 매기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퍼펙트킴님의 올드PC게임 콜렉션

꼭 게임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많이 하는 질문이 ‘한정판 사놓으면 나중에 돈이 되나요?’이다. 이에 대한 퍼펙트킴님의 답변은 이러하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은 소장 목적으로 살 것 같습니다. 많이 안 파시니까 가격도 오르는 것 아닐까요? 제가 산 한정판을 보면 이걸 구매했을 때의 환경, 구매했던 경로 등등이 다 떠올라요. 전에 딱 한번 급전이 필요해 ‘원숭이 섬의 비밀’이라는 게임의 패키지를 한번 팔았는데, 한정판은 아니었지만 보관상태가 아주 좋아서 높은 가격으로 팔았어요. 근데 이게 나중에 엄청 후회했어요. 뭔가 허전하고 그 자리가 비어 있는 느낌이랄까요? 결국 판 분에게 다시 사고 싶다고 의향을 보냈지만 거절 당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절대 팔고 있지 않습니다.
가장 아끼는 은하영웅전설4 3.5인치 디스크와 초회한정특전들 (퍼펙트킴님)

각자 목적이 있는 법이니 재테크로 사고파는 분들께 뭐라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솔직한 마음으로 오래 소장하시는 분들에게 조금 더 존경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분명히 그만큼 그 게임을 좋아해서 한정판을 구했을 것이므로 그만큼 소중히 간직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게임이라는 것은 굉장히 양산형 제품이고 피규어처럼 항상 놓고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한번 끝판을 깨면 사실상 수명을 다하는 녀석이기 때문에 시장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어쩌면 한정판을 구매하는 심리라는 것은 처음 구매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을 더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사는 것은 아닐까?


 물리적으로는 그냥 디스크판에 불과한 게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구체화된 제품, 예를 들면 동봉되는 아트북이라든지 피규어라든지를 소장함으로써 그 게임의 생명력을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새는  벨브(Valve) 사의 STEAM이라든지 EA의 오리진(둘 다 PC 기반이다)이 점차 커지고 또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조차 디지털 다운로드를 권장하면서 무형의 디지털 게임이 대세가 되고 있다. 물론 이들 디지털 게임은 보관 문제도 없고 유통 구조가 단순해져 가격이 내려가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물리적으로 손에 쥘 수 없게 되면서 소장한다는 아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고전 게임을 조금 더 모으려고 하고, 한정판을 갖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게임은 어떤 것보다 많은 시간을 들여야만 하는 매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도 많고 애착도 많다. 개인적으로  제주도의 ‘넥슨 컴퓨터 박물관’을 방문하고 나서 그동안 즐겨왔던 게임이 많은데도 변변한 콜렉션을 만들어 놓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진하게 느꼈다. 


박물관에 연대기 별로 정리된 게임 패키지를 보며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이렇게 기억 속으로만 간직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소장한다는 것의 가치를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구입하는 게임들은 잘 정리해놓고 경제적 여유가 되면 옛날 게임들도 조금씩 사볼 생각이다. 아마 한 10년 뒤에 게임을 DVD나 블루레이에 담아서 팔았다는 것 자체가 희귀한 시대가 되어버리면 이런 것들이 다 추억이 되지 않을까? 마치 디스크나 카트리지에 8MB 게임을 담아서 플레이했다는 게 벌써 선사 시대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걸 생각해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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