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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PD May 29. 2015

남자의 로망, 프라모델 #2 : 등급

어이 건프라, 너 몇 등급이야


(전편에서 계속)

‘건프라(건담 프라모델)'의 화려한 세계를 알고 흥미가 새록새록 생기긴 했으나 막상 직접 구매해서 만들어볼 엄두는 못내던 와중, 우연찮게 아는 동생이 건프라를 하나 들고 찾아왔다. 곧 군대 가야 된다고 선물로 주고 싶다면서 말이다.


선물해준 지인은 나보다 10살 어린 친구인데 초등학교 때 전국 건프라 대회에서 입상을 했을 정도의 프라모델 신동같은 녀석이다. 



오...간지나네. 땡큐. 근데 이건 뭐라고 부르냐. 
스트라이크 프리덤 건담이라는 모델이예요.
여기 MG는 무슨 뜻임. 무...광?
....그건 Master Grade의 약자구요...건프라는 몇 가지 등급으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예요.


지인 '만두군'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든 작품. 만화에서 튀어 나온 듯.



좀 알아둬야 될 것 같아서 이 등급을 찾아보니 내가 받은 MG (Master Grade) 외에도 수많은 등급이 존재하고 있었다.


메가사이즈나 AG (Advanced Grade)처럼 다소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밀도와 사이즈에 따라서 


HG (High Grade)

RG (Real Grade)

 MG (Master Grade)

PG (Perfect Grade)


로 나뉜다. 아, 추가로 머리 크고 작달막한 놈들은 SD (또는 BB 전사)라고 불리우는데 온라인 게임으로도 나왔고 상당히 인기 있는 등급이다.

반다이 공식 크기 비교표
SD 등급도 도색하기에 따라 이렇게 멋있어 질 수 있다 (그림혼님 작품)


많은 분들이 처음에 어떤 등급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궁금해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SD와 HG를 많이 추천한다.


우선 SD제품의 경우 조립해야 하는 부품수가 매우 적어 익숙해지면 30분이면 마무리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난이도를 자랑한다. 물론 디테일 하진 않지만 어차피 심플하게 생략된 컨셉이므로 상대적으로 신경쓰이지 않는다.


나는 SD 건담 자체가 매력이 있어 처음에 SD를 사모으기 시작한 케이스인데,  뭐랄까, 조그마한 놈이 있을 껀 다있는 느낌? 도색하기도 편하고.


특히 2.5등신에 가동성도 떨어지는 예전의 SD에 비해 요새는 3등신의 날렵하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제품들이 속속 나와 매력도가 더욱 올라갔다. 

초반에 달리면서 사모은 SD콜렉션 일부

HG(High Grade) 는 1/144라는 장식해놓기 좋은 크기와 봐줄만한 디테일을 가진 제품군이다. 조립 난이도는 낮은 편이고 왠만한 모델은 다 나와 있을 정도로 폭넓은 개체수가 장점이다. 그야말로 대표적인 엔트리 모델로서 포지셔닝된 등급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초심자라면 아마 SD와 HG 이 두 등급 부터 시작하면 '건프라 만드는 재미'를 느끼는 데에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과감하게 RG (Real Grade) 등급을 초보자에게 추천해보고 싶다.




이 RG 라는 등급에 대해서 좀 설명하자면 진짜 변태 장인이 일반인에게 '자 이것이 바로 내가 가진 기술력이다. 어디 한번 구석까지 느껴봐라. 후하하하' 하는 느낌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일례로 아래 사진은 프레임에 들어가는 배관인데 그냥 통짜 파이프가 아니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가는 리드선을 매쉬 재질의 천파이프에 통과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느다란 선을 니퍼로 잘라서 미세하게 더 넓은 파이프에 통과시키는 작업을 하다보니 내가 프라모델을 조립하는건지 공단에서 반도체를 조립하는건지 헷갈릴 지경이였다...

부품 잃어버리면 진짜 그레이트 얼티밋 낭패.

처음 RG 키트를 만들 때 부품을 반대로 끼우기도 하고 굴러간 놈을 찾느라 헤매기도 하면서 장장 4시간을 작업했는데 (* 이 조립 단계 까지를 '가조립' 또는 '가조' 라고 한다) 만들어놓고 보니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설명서를 읽어보니 '데칼 스티커'를 붙여서 디테일을 살리라고 되어 있길래 박스에서 꺼내보니 앞의 변태 장인 정신을 씹어먹을 정도로 뺴곡하게 작은 스티커들이 작은 종이 위를 수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말 거짓말 안보태고 반지름 1mm 수준의 스티커를 포함해 핀셋으로 바들바들 떨면서 작업해야 되는 크기인데 참으로 친절하게도 여분은 들어 있지 않았다....

빼곡빼곡뺴곡빼곡....

그럼 도대체 나는 왜 이런 장인정신 한 가득인 고난도 RG를 초보에게 추천하는 것인가?


그건 바로 RG는 먹선과 도색 없이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용인 HG의 경우 사실 만들고 보면 고화질 영상을 브라운관으로 보는 수준으로 디테일이 팍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고, MG 역시 최소한 먹선 (*  음영을 살려주는 선 작업) 은 해줘야 그럴싸 하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차라리 조립을 좀 더 빡세게 하는 것이 낫지, 먹선-도색으로 넘어가면 배워야 할 것 뿐 아니라 배운 것이 손에 익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었다.


 RG는 인내력과 시력을 테스트하긴 하지만 어쨌든 시간을 들여서 꼼꼼히 조립만 하면 다른 작업 없이도 꽤나 그럴싸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약간의 먹선만 넣어준 RG Mk-II 에우고
조립과 데칼만 붙인 한정판 RG 프리덤 건담


물론 최고의 퀄리티와 만족도는 당연히 PG(Perfect Grade) 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이는 상당한 작업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얇고 넓게 가는 것이 모토인 이 블로그에서는 따로 다루지 않겠다.


대신 다음 회에서는 아래 작품을 만든 건프라 장인을 모시고 제작 이야기, 또 프라모델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이건 뭐 말이 필요 없다. PG 등급 GP01/Fb 제피랜더스


왜 건프라 얘기만 하냐고? 

걱정 마시라. 그 다음 회에는 건프라 외의 프라모델을 다룰 예정이니까.


왜 이렇게 미리 예고를 하냐고?


....구독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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