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할 때 가짜 노동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몇 년 전 알쓸신잡( https://youtu.be/JRQX7jMk1sg 7분 40초)에서 김상욱 교수님이 소개해주었던 책인데, 사놓고 쟁여놨다가 이제야 다 읽었습니다.
가짜 노동(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1368582)
현대 사회에서 일의 많은 부분이 실제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가짜 노동'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세 가지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1. 파킨슨의 법칙
주어진 시간이 길수록 일을 더 느리게 하거나 불필요하게 늘려 시간을 채우는 현상입니다. 즉,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시간을 이용하며, 시간의 길이가 결과물의 품질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짧은 시간에 한 일의 품질이 더 좋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긴 시간을 준다고 그 긴 시간을 다 이용하지 않고, 여유가 있다고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마감 시간에 다가가서 일을 실제로 하므로, 짧은 시간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또 거꾸로, 시간 내 보다 빨리 끝냈다고 해서, 그걸 남은 시간 동안 계속 개선하려고 딱히 노력하지도 않고 내버려 두었다가 끝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무슨 일을 하든 시간을 짧게 잡고, 빨리 끝내고 필요하면 개선하는 일을 따로 새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 변화가 없으면 무의미한 일
뭔가에 외적내적 변화를 주지 않으면 실제로는 무의미한 일이라고 합니다. 예전에 했던 아무런 결론 없던 회의들, 아무도 읽지 않는 보고서를 만든 경험들이 새록새록 생각났습니다.
한 예로, 이전 직장 중 하나에서, 뭔가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아이디어를 팀원 각각이 일주일에 한 3~4개씩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원취지는 의도적으로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고, 좋은 아이디어들은 적용해서 점차 나아지는 모습이었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하지만 실상은 일종의 아이디어 숫자 할당량 채우기가 되었습니다. 팀장이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팀의 아이디어 제출 수가 조직 평균 이하다. 다 같이 분발하자.' 뭐 이런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기 일 하기도 바쁜데, 무슨 아이디어를 얼마나 계속 낼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아무거나,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들, 개수를 채우기 위한 아이디어들로 채워서 그냥 일단 제출했습니다. 그러다가 또 생각 안 나면, 이전에 제출했던 것들 중에서 돌려 막기 식으로 조금 수정해서 다시 냈습니다.
아마도 그걸 검토하는 부서에서도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실제로 다 읽지도 못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읽었다고 해도, 그 검토하는 부서가 그걸 좋은 아이디어인지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리라고 보장하기도 힘듭니다. 물론 그중에서 진주 같은 아이디어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 수많은 진흙 더미 아이디어들 속에서 묻혀서 빛을 발하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
3. 가짜 노동을 안 해서 남는 시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책에서는 가짜 노동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진짜 노동으로 모두 채우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가짜 노동 시간을 줄여, 일찍 집에 가서 여가를 즐기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자기 계발, 봉사활동 등등 다른 가치 있는 일로 채우라고 합니다.
'그럼 일 하는 시간이 줄어서 임금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대해서는, 기본 소득의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AI 시대로 가면서 이미 취업이 힘들어지거나, 일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안으로 기본 소득 또한 사회적으로 제대로 논의를 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실제로 몇몇 실험해 본 결과 좋은 결과가 많다고 합니다.
이 책은 과거 회사뿐만 아니라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하는 일들에 대한 관찰력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게 가짜 노동인지 진짜 노동인지 말이죠. '내가 이 회의에 들어가는 게 진짜 가치를 줄까?'부터 '지금 하는 이 일이 변화를 일으킬까?" 등등 생각하게 만들고, 당장 내가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별 차이가 없는 몇 개의 회의는 참석 불가로 바꾸었습니다. 나중에 회의록을 보든, 정말 내가 필요하면 다시 부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