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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Aug 20. 2019

행복을 찾는 이야기

게임이 즐거운 이유 1-3 '관계'

 2015년 말쯤에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88'을 나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정확하게 그 시대를 살아갔던 것은 아니지만 나의 어린 시절이 그 때의 정서와 비슷했었던 이유도 있고, 배경장소가 쌍문동이라서 더 재밌게 본 거 같다.(필자가 사는 동네가 쌍문동 근처)


 어릴 때는 방과 후나 주말이면 동네 친구들 집 앞에 가서 "ㅇㅇ야, 놀자~"라고 큰 소리로 불러내어 숨바꼭질이나, 얼음땡,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경찰과 도둑, 피구, 배드민턴, 공기놀이, 딱지치기 등 정말 다양한 놀이들을 하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했던 기억이 난다. 만화영화에서 '피구왕 통키'가 한창 방영될 때는 동네 아이들과 피구에 열을 냈고, '축구왕 슛돌이'가 방영할 때는 축구에 열광하며 신나게 뛰어 놀았던 추억들을 '응답하라 1988'을 보며 조금씩 떠올려보고는 했다. 어릴 때에도 게임이 있었지만,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는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을 보면 역시 놀이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하는 게 더 즐거운 것 같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그 시절 집에서 게임기기로 할 수 있었던 게임들은 함께 하기보다는 혼자 즐기기에 더 적합했던 것이 주류였는데 '슈퍼마리오'나 '테트리스'같은 게임이 대표적이었다. 물론 함께 할 수도 있는 게임이긴 했지만 기억하기로는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혼자 즐기는 시간이 더 길었던만큼 무언가 협력하여 함께 해나가는 게임은 중학교에 들어가 pc 온라인 게임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게임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갈 당시 한창 인기가 좋았던 게임은 '바람의 나라'와 '포트리스'였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어 하루에 500원씩 받던 용돈을 모아 한번씩 pc방에 가서 놀았는데 그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았다. 이 당시 나오기 시작하던 게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본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바람의 나라'의 경우는 친구들과 파티를 맺고 사냥을 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아이템을 거래를 하기도 하는 등 사람들과의 상호관계가 마치 현실과 같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게임 시장의 변화는 정말 신세계가 열리는 것과도 같았다. 이후로 나오는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은 점점 발전해나가며 나와 친구들을 사로잡았고, 나이가 하나 둘 늘어가면서 숨바꼭질같은 놀이보다는 농구나 축구같은 공놀이를 더 선호하게 되었고, 그게 아니면 함께 모여 게임을 하는 것으로 놀이 문화가 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친구들 뿐만이 아니고 게임 안에서 만나는 타인과도 관계가 생기고 그 안에서 대화를 나누며 친해지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며 온라인 세계 안에서도 일종의 작은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게임 안에서 사회가 왠 말이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사회란 사전적 의미 그대로 풀이하면 "같은 무리끼리 모여 이루는 집단."이라는 의미가 있는만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게임 내부에서 거래를 하기도 하며 경제 시장이 형성되기도 하는 만큼 이것 역시 하나의 '사회'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가장 기억에 깊게 남은 게임은 대학에 들어간 후 2005년에 출시되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통칭 WOW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게임인데, 길드가 형성되고 날짜와 시간을 정해 약속을 하고 그 날에 다 같이 모여 던전에서 길드원들과 협력하여 던전을 공략해나가는 '레이드'가 이루어지는 대형 던전 컨텐츠는 내 기억 속의 게임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크게 그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레이드는 적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8시간 이상을 진행되었고, 그 와중에 공략에 실패하게 될 때는 다같이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고, 성공할 때는 다 같이 기뻐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공략에 첫 성공했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며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로 높은 성취감을 느꼈는데, 겨우 게임일 뿐인데도 그 안에서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면서도 추억이기도 하다. 다만, 나는 레이드처럼 장시간 시간을 투자해 공략해나가는 것에 좀 심한 피로를 느끼는 편이어서 오래지 않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른 게임을 찾기는 했지만 그래도 WOW가 가장 오랜 기간동안 즐겼던 게임임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학교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즐겼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여담으로 WOW에서 피로감을 느끼게 된 다른 이유가 또 하나 있다면, 여전히 내 주변 어른들이 20대에 들어서도 게임을 하며 놀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 시선이 영 좋지 못했던 것은 변함이 없었다. '또 게임이냐?' '너무 오래 하는 것 아니냐?' '게임 중독이다.'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장시간을 투자해야되는 '레이드'는 내게는 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라면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었고, 그 좋아하던 게임이 즐기는 방식과 문화가 변화해나가는 것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오락실에서 즐기던 게임 오버가 되면 그대로 끝이 나서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게임이, 집에서 혼자 아니면 다른 친구 한 명과 게임을 하다가 그냥 종료를 하면 끝이 나던 그 게임이 이제는 게임을 종료를 할 때면 게임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다음에 또 봐요." "즐겜하세요."같이 인사를 나누며 마무리를 맺는다. 게임을 아예 접을 때에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아쉬움을 나눈다. 이와 같은 변화들이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다가 내일 또 보자며 인사를 나누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것이 꼭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게임 안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친분을 쌓아가며 정을 나누게 된 것은 게임이 즐거운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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