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추월차선 9화

확정된 재료는 매수하지 마라

by Jaedragon


“확정된 재료는 매수하지 마라.

삶과 투자 모두에서, 여지는 아직 쓰이지 않은 문장 속에 있다.”


-JAEDRAGON





쿠팡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입니다.

한 달에 몇 번은 쿠팡 로켓배송을 이용하고,

쿠팡 와우 멤버십도 꽤 오래 유지하고 있죠.

결국 이유는 하나입니다.

편리함.


언제든 새벽에 물건을 받고,

반품도 버튼 하나로 끝나는 그 익숙한 경험.

그게 당연해진 지 오래입니다.


너무 오래,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그 편리함이

어느 순간 질문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왜 한국에서 성장한 쿠팡은,미국 시장에 상장했을까?”




쿠팡은 2021년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습니다.

상장 첫날 기준 시가총액이 약 100조 원을 기록하며,

당시 한국에서 성장한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해외 상장이었죠.


그런데 막상 쿠팡의 재무제표를 보면,

상장 직전까지도 계속된 적자 행진이 눈에 띕니다.

거듭된 물류 투자, 당일배송을 위한 인건비,

지속적인 고객 경험 개선.


수익보다 점유율과 성장을 택한 선택이었죠.


문제는, 이 전략이 국내 상장 구조에선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한국거래소는 오랜 기간 흑자 요건 중심으로 상장 심사를 해 왔고,

적자 기업이 문을 두드리기엔 여전히 벽이 높았죠.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대형 플랫폼 기업이

국내에선 오히려 상장조차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쿠팡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무대는 미국 증시였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유는 차등의결권 제도였습니다.

미국은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일반 주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 제도를 허용합니다.

반면, 한국은 상장 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에

여전히 ‘1주 1 의결권’ 원칙을 고수하고 있죠.


창업자 입장에서 보자면,

자본을 유치하면서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는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유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은 당시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는 한국 시장에서 상장을 추진하기엔 결정적인 약점이었습니다.


물론 기술특례 제도도 존재했지만,

이는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기업에게만 열려 있었고

쿠팡은 첨단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그 본질은 유통과 물류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었습니다

한국 증시의 기준 안에서는

이 모델이 ‘기술 기업’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던 겁니다.


결국,

차등의결권이 허용되고,

적자 기업도 ‘성장성’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미국 증시야말로 쿠팡에게 가장 현실적인 무대였던

거죠.


더불어, 글로벌 자금 조달의 용이함,

미국 상장사라는 브랜드 프리미엄,

그리고 다양한 투자자 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미국 증시가 가진 전략적 매력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때 시장은

더 이상 PER(주가수익비율)도,

PBR(주가순자산비율)도 보지 않았습니다.


이익도, 자산도 부족했던 쿠팡에게

시장이 주목한 지표는 단 하나,

바로 PSR(주가매출비율)이었죠.


“적자지만, 매출은 크다.”


결국 이러한 시장 구조가

쿠팡PSR(주가매출비율)로 상장될 수 있었던 결정적 기반이었습니다.

이익보다, 매출 성장성과 규모에 더 높은 가치를 둔 시장의 평가가 뒷받침된 셈이었죠.




하지만 저는 여기서 완전히 다른 질문을 품었습니다.

쿠팡이 상장한 그 시점이,

이미 모든 재료가 소진된 순간은 아니었을까?”


뉴스는 쏟아졌고,

관련주는 반응했고,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쿠팡보다 더 멀리,

더 앞으로 나아갈 만한 예정된 재료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때 보였던 이름이 있었습니다.

마켓컬리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도 상장한다.”

그런 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코스닥 시장에서는 DSC인베스트먼트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벤처캐피털 회사로 마켓컬리에 시드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곧 ‘관련주’로 부각되며 시장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마켓컬리는 실제 상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차례 연기됐고, 지금까지도 상장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움직였습니다.

그저 ‘예정’이라는 기사 하나만으로 말이죠.




이때 저는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확정은 이미 늦고,

예정은 아직 기회라는 것.


마켓컬리는 아직 상장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DSC인베스트먼트의 주가는 움직였습니다.

Dsc인베스트먼트 자체의 투자성과도 주가에 영향을 줬겠지만,

무게 중심은 여전히 “상장 예정”이라는 기대에 있었습니다.


반면, 쿠팡은 실제로 상장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그 ‘확정’의 순간은,

기대감이라는 재료가 대부분 가격에 반영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상장 이후 기업의 실적이나 운영 방식에 따라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무엇이 될 것이다”라는 기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제 경험상,‘확정’이라는 단어가 뉴스 기사에 등장한 시점부터 주가는 오히려 조정을 받기 시작했고,

반대로‘예정’이라는 표현이 있을 때 시장은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확정된 재료는 기대를 끝내고,

예정된 재료는 상상을 자극한다.


결국 시장이 움직이는 건

현실이 아니라, 가능성입니다.


시장은 재료가 남아 있는 곳을 향해 움직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원리 속에서,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확정과 예정’이라는 이 단순한 구분이

왜 그렇게 실행되기 어려운지는 늘 궁금했습니다.


누군가 기발한 사업을 성공시키면

“나도 저런 생각했었는데”라는 말이 뒤따릅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려본 아이디어인데,

정작 시도하지 못한 건,

그 단순함이 오히려 우리를 멈추게 하기 때문입니다.


막상 누군가 방법을 알려주면

“그렇게 쉬운 거였어?” 하고 놀라는 순간들처럼요.


결국, 단순한 원리는 늘 존재하지만

실행은 늘 복잡합니다.

그 단순함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여지 있는 선택이 시작됩니다.




생각해 보면, 로봇 관련주도 같은 원리입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이 모든 테마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재료가 붙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자율주행 기술은

2025년 기준 레벨 3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완전한 자율주행이라 불리는 레벨 4~5 단계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죠.


저는 장거리 운전할 때

차량의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자주 활용합니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잠시 발을 떼도,

차는 정해진 속도로 묵묵히 달려줍니다.

일종의 반 자율주행 기능이죠.


고속도로 위에서 그 기능을 켜고 있으면,

피로가 확연히 줄어들고

운전이 조금은 편안해집니다.


그리고 문득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운전 중 책을 읽는 날이 오겠구나.”


하지만 그날이 오면,

그 순간은 ‘확정’이 됩니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그건 더 이상 미래의 재료가 아닌,

완료된 현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예정된 미래’라는 이름의 구간에 서 있습니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기에,

그 가능성은 여전히 주가에 반영될 수 있고,

더 많은 재료가 붙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이미 끝난 확정을 좇는 것이 아니라,

아직 시작되지 않은 ‘예정’을 찾아야 합니다.


모든 투자는

예정된 미래 가치가 풍부한 재료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

시장은 언제나 ‘예정’에 반응하고,

투자자는 그 여지를 좇아야 합니다.


완성되지 않은 것,

불확실한 것,

가능성이 있는 것.

그게 곧 여지입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확정된 재료는 매수하지 마라.”

이미 발표된 뉴스, 이미 상장된 종목,

누군가 ‘너만 알고 있어’라며 말하는 투자.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


그것은 여지가 아닌,

이미 가격에 반영된 현실일 뿐입니다.


오히려 조금 불확실하고,

조금 더 기다림이 필요한 곳.

아직 누구도 확신하지 않은 곳.

그런 ‘예정된 재료’ 속에서

저는 여지를 발견해 왔습니다.




투자는 늘 불안과 함께합니다.

하지만 ‘불안하니까 확정된 걸 고르자’는 태도보다,

‘불안해도 가능성에 투자하자’는 태도가

저를 더 멀리 데려다주었습니다.


그건 주식에서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완성된 인생보다,

아직 쓰이지 않은 문장들이 많은 인생.

저는 그런 인생에,

오늘도 조용히 매수 버튼을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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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EDRAGON —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