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추월차선 8화

여지가 떠났던 날

by Jaedragon


“세상에 행운만 안고 태어난 사람도 없고,

불운만 안고 태어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삶의 여정 속에서

때로는 행운을, 때로는 불운을 마주할 뿐입니다.”

— 이서윤 [운, 준비하는 미래] 중에서





1. 여지가 떠난 날, 나는 나를 잃었다


뉴스를 켜자 자막이 흘러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에 힘입어 K-콘텐츠 기대감이 커지며, 콘텐츠 제작사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는 보도였다. 스튜디오드래곤, 에이스토리, 그리고 내가 보유하던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도 그 흐름에 올라타 있었다.


당시 나는‘무빙’이라는 대형 드라마 제작 소식을 접하고 NEW를 단기 매매 중이었다. 배우 조인성 님, 배우한효주님 등 화려한 출연진에, 500억 원의 제작비 소식까지 더해지며 기대감은 증폭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의 대흥행 이후, 콘텐츠기업의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했고,

NEW 또한 단숨에 만 원대에서 2만 원을 돌파했다.

나도 그 열기에 올라탔고, 결과는 꽤 괜찮은 수익

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잠깐의 성공 뒤, 나는 다시 여지를 잃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2. 선택의 갈림길, 나는 코인을 택했다


주식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나는 대안 자산을 찾기 시작했다.

부동산, 금, 그리고 가상자산.

그중 나는 업비트에서 눈에 들어온 페이코인 을 매수했다.


전자결제 기업 다날이 발행한 코인이었고, CU 편의점에서 실제 결제가 가능하다는 뉴스까지 나왔다.

나는 이걸 ‘실제 사용 가능한 가상자산’이라 믿었다.

편의점에서 직접 결제를 시도했지만,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실패했다.

그럼에도 ‘성장 가능성’이라는 말에 스스로를 설득하며 보유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TV 뉴스에서 들려온 자막이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페이코인, 업비트 원화 마켓 상장폐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업비트는 페이코인을 포함한 다수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고, 결국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분산 투자로 일부 손실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그날 이후,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그 무너짐은 곧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으로 번져, 이상하리만치 나를 잠식해 갔다. “


(※ 당시 업비트에서는 상장 폐지되었지만, 코인원 등 타 거래소에서는 지갑 이전 및 사용이 가능했다.)




3. 또다시 찾아온 유혹, 싸이월드


얼마 뒤, MBC <놀면 뭐 하니?>에서는 혼성 그룹 ‘싹쓰리’가 결성되며, 그 시절의 감성이 다시 물결쳤다.

그 따뜻한 여운 위로 싸이월드 리뉴얼 소식이 이어졌고, 같은 시기에 ‘싸이클럽’이라는 이름의 코인이 등장했다. 방송과 기사 곳곳에서 싸이월드 감성이 다시 언급되자, 나 역시 그 흐름 속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차트는 기사 한 줄에도 출렁였고, 코인은 분석보다는 분위기와 기대감에 더 민감하게 움직였다.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싸이클럽 코인을 조심스레 매수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조금 지나 운영사 간 상표권 분쟁이 터지면서 싸이클럽은 결국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두 번째 실패였다. 그것도, 똑같이 내 원칙 없이 실행한 투자였다.



이쯤 되자, 내 마음속에서 ‘여지’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4. 멈춰버린 삶의 화면


나는 몇 달을 차트만 바라보며 살았다.

어느 방향도 잡지 못한 채,

어디로도 가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지웠다.


그 시간 동안,

생각은 쌓였고,

실행은 멈췄고,

삶은 무거워졌다.


나는 여지를 잃은 사람이었다.




5. 아무 말 없이, 미친 듯이 달렸다


어느 날, 이유도 없이

답답한 가슴을 안고 운동화를 신었다.


말없이

묻지도 않고

나는 미친 듯이 달렸다.


떠나버린 여지를 붙잡고 싶어서.

죽은 듯 멈춰 있던 내 삶을 되살리고 싶어서.


그렇게 숨이 차오른 밤,

집으로 돌아와 찬물로 샤워를 한 뒤

나는 다시 책을 펼쳤다.


"문장을 따라,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필사.

생각을 다잡는 가장 단단한 방법이었다.




6. 실행은 다시 걷게 하는 힘


김종봉·제갈현열 공저

돈 공부는 처음이라 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반드시 돈이 나의 노력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서지 못하게 만들고,

많은 돈을 벌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할 것.”



그 문장을 적고 또 적으며,

나는 내 멈춤이 노력 부족이었음을 인정했다.

욕심은 앞섰지만, 그에 걸맞은 기준도, 실행도 없었다.


돈의 노예가 될 것인가,

돈의 주인이 될 것인가.



그 경계는, 행운이 아니라 실행이었다.




7. 실행 없는 희망은 환상이다


나는 매일매일 작은 실행을 반복했다.

책을 읽고, 필사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진짜 실행은 그 이후에야 시작되었다.

고요한 독서와 필사는 ‘준비’였고,

정작 중요한 건 몸을 움직여 현실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계획만 세우고, 생각만 정리하며,

언제나 준비만 하던, 그 정체된 시간들.

그때의 나는,

포기할 수도 없었고,

시작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가장 고립된 지점에 서 있었다.

마음속엔 수백 번의 계획이 있었지만,

한 걸음 내딛는 데는 매일 실패했다.


그때 깨달았다

희망은 생각만으로는 오지 않는다는 걸

머릿속 그림이 아무리 정교해도,

실행이 없다면 그건 허황된 환상일 뿐이었다.


실행이 멈추는 순간,

여지도 떠난다.

하지만 단 한 걸음이라도 떼면,

그 여지는 다시 돌아온다.


지금의 나는, 그걸 안다.

포기를 생각할 때는,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걸.

그래야 다시 여지(희망)를 만날 수 있다는 걸.




8. 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조용히 찾아온다


이서윤 《운, 준비하는 미래》 중

운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왜 운이 따르고,

어떤 사람은 왜 운이 따르지 않는지,

그 차이를 디테일하게 설명해 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소운과 대운이 오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그릇을 넓혀야 한다는 것.


내 그릇이 커야

행운이 와도 담을 수 있고,

기회가 와도 감당할 수 있다.


결국, 노력은 필수이고

좋은 생각과 긍정의 에너지를

꾸준히 활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람의 운세를 바꾸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타이밍과 방향.


그 타이밍과 방향을 잘 잡는다면

“화양연화의 순간이 당신에게도 찾아올 것입니다.”




9. 오늘의 문을 여는 사람에게


당신의 오늘이

여지를 잡고, 문을 열어가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오늘 하루 문을 열기 전,

스스로에게 조용히 묻는다.


“오늘은 어떤 여지를 걸을까.”


설렘과 기대가 앞선다.


한때 나와 함께였던 여지가 떠났고,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여지가 나에게 돌아왔을 때

나는 결심했다.


다시는 여지를 놓지 않는 사람으로 살아가리라.




이제 문을 여는 사람은,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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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EDRAGON —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