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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 전에 결혼할 수 있을까

자칭타칭 섹앤시 캐리의 러브라이프

by Gongon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쉽게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회사 과장님과 밥을 먹다 문득 나의 연애, 그리고 데이트 썰을 풀었다. 그랬더니 과장님이 박수를 치며 “네 얘기를 뉴스레터로 매일 받아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옆에 있던 대리도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만다나 캐리 같아요”라고 했다.


내가 만난 남자들은 참 특이하긴 하다.


내가 좋아했던 예술가는 지금도 내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에서 일한다. 하지만 1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 6살 연상의 덩치 큰 남자는 결혼하자던 사람이다.
자존심이 상한다며 울면서 떠나더니, 2주 만에 손나은 닮은 여자와 사귀었다. 그리고 금세 또 헤어졌다. (그래요 나 염탐했어요)


그리고 전에 만난 남자는 지금 간당간당한 상태로 데이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가 자취할 집을 알아보다가, 내가 “이제 일주일에 세 번만 만나자”고 하니 “그럼 내가 집을 왜 구했냐”고 화를 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부담스럽게 굴지 말라”며 집에서 나와버렸다. 그랬더니 그는 미안하다고,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며 울며불며 집 앞에 찾아왔다.

결국 우리는 다시 데이트하기로 했다.


이 남자와 현재로서는 결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막상 너무 가깝게 느껴지니 나는 무서워진다. 부모님과 떨어져 산다는 게 갑자기 현실로 다가와 아득해진다.


어두운 곳에 동그라니 놓인 기분.
이 기분, 뭔가 이상하다.

초등학교 때 실수로 꼭지를 스쳐 느꼈던 '슬픈젖꼭지증후군' 같은 낯설고도 슬픈 기분이 든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연애하지 않겠다는 내 신념,
결혼이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마음, 또는 이 모든 게 내 착각이고 상대방은 결혼 생각 없이 나를 기만하는 상황이면 어쩌나 하는 망상까지.


‘복잡한 연애 상태’.

옛날 페이스북에 있던 그 문구가 지금 내 상황과 딱 맞아떨어진다.


그러다 문득, 아 맞다, 나 서른둘에는 결혼하고 싶다고 했지. 그 기억이 떠올랐다.


서른둘.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2년간의 기한.
이게 뭐랄까, 막막하다.


확실한 건, 연애를 하지 않을 때보다 연애를 할 때가 행복하다. 잘못된 걸 알지만 연애를 하는 상대와 나는 자기파괴적으로 사랑한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엔 24시간을 붙어 있고, 새벽에 들어가고, 새벽 아침에 다시 집을 나와 만난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는 말엔, ‘사랑해서’보다 ‘심심한 게 싫어서’일 거다. 나와 놀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서른둘에, 나와 즐겁게 평생을 놀아줄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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