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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압박에 당황하지 말고 느긋하게_류재언 변호사

중앙일보 협상 칼럼_[더, 오래] 류재언의 실전협상스쿨(11)

중앙일보 열한번째 협상 칼럼


에어비앤비(Airbnb) 로고 [중앙포토]


어느 날 블로그에 실은 에어비앤비(Airbnb) 관련 법률 칼럼을 보고 한 젊은 부부가 필자가 근무하는 서초동 로펌 사무실에 찾아왔다. 이들은 남편이 일본에서 살다 온 경험을 살려 2년 전 일본인을 대상으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는데, 손님이 점점 늘어 열 개의 오피스텔로 에어비앤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본어에 능숙한 남편이 일본 손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고, 인테리어 감각이 있는 아내가 세련되게 방을 꾸미고 보기 좋게 사진을 찍어 올렸다. 그랬더니 깔끔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를 찾는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급기야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에어비앤비 호스트 중 게스트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우수한 호스팅을 제공하여 다른 호스트에게는 모범이 되고 게스트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우수 호스트)로 선정돼 예약이 줄을 잇기 시작했고, 월세 수입으로 하나씩 늘려가다 열 개의 오피스텔로 영업하기에 이르렀다.
 
1년 넘게 잘 운영되던 사업은 오피스텔을 활용한 에어비앤비 영업이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경찰은 오피스텔을 활용해 에어비앤비 영업을 하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시작했다. 관계법규나 사업지침 등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공유경제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정부와 지자체, 언론에서 적극적으로 장려한 에어비앤비 사업에 뛰어든 수많은 창업자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젊은 커플도 경찰의 단속을 피하지 못했고 2주일 뒤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경찰 조사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앞으로 수사 및 소송의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소송을 맡겼을 때 승소 가능성은 있는지 등에 대해 자문을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 영업 중인 열 개의 오피스텔 중 임대 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있는 오피스텔이 절반이 넘었고, 오피스텔 하나에 월 100만~150만 원 정도의 순이익이 나오고 있는 상황. 고민 끝에 필자는 젊은 부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에어비앤비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고 나면 법원에서 약식명령을 내려 벌금형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관련 대법원 판결이 불과 수개월 전에 나왔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를 뒤집어 승소를 끌어내기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승소냐 시간끌기냐 목표 분명히 


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두 분이 어떻게 하면 승소할 수 있을 것인지를 목표로 삼기보다는 얼마나 시간을 확보해 현재 영업 중인 오피스텔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영업을 정리하거나 임대사업 등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목표로 삼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찰 수사를 받은 후 법원의 약식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통상 두 달 정도가 소요되고 여기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법원의 약식명령에 대해 정식재판을 청구한다면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까지 다투어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 경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확정판결 일자를 늦출 수 있으며, 확보된 기간 동안 현재 영업 중인 임대 오피스텔을 정리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변호사들에게 소송 의뢰나 자문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승소’를 목표로 삼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소송을 시작하기 전 변호사는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을 세운다. 
 
위 사례에서는 현실적으로 ‘승소’보다는 ‘시간 확보 및 피해 최소화’의 목표가 더 현실적이며, 소송 준비단계부터 목표에 맞는 전략을 설정하고, 그것에 맞게 움직여야 한다.  
 
   

[자료 = 류재언 글로벌협상연구소장(변호사)]


협상은 의사소통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다. 모든 협상은 목적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협상을 시작하기 전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스스로와 타협하면 협상 실패 가능성  

 
   

강한 목적의식과 구체적인 목표가 전제될 때 성공적인 협상이 가능하다. [사진 pixabay]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사람이 하는 일반적인 행동은 협상 과정에서 스스로와 타협하는 것이다. 상대가 조금만 압박을 해도 한 발짝 물러서며 당황하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협상에 임하기 전 목표 설정조차 안 돼 그런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이 반복될 때 협상은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
 
사전 이메일을 작성할 때, 협상 장소와 일정을 정하고 협상 참여자를 확인할 때, 첫인사할 때, 식사할 때, 잠깐 휴식을 취할 때, 협상을 마무리할 때, 이 모든 과정들은 자신이 설정한 협상의 목표를 위한 행동이어야 한다. 그만큼 협상은 강한 목적의식과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하고, 이것이 전제될 때만 성공적인 협상이 가능하다. 이 부분이 일상적인 대화와 협상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이다.

                협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 몸짓 하나까지도 오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8.0 (2017)



글로벌협상연구소장 류재언 변호사 yoolbonlaw@gmail.com






[출처: 중앙일보] [더,오래] 상대의 압박에 당황하지 말고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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