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호놀룰루와 카우아이섬에서의 일주일_바다거북_헬기투어_
하와이 도착 첫 날, 아내가 한 말에는 뼈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올해 상반기에는 책을 쓴다는 핑계로 주말에도 아내와 선율이와 시간을 거의 보내지 못했다. 결국 하와이로 떠나기 직전 우리는 크게 부딪혔다. 그 상황에서도 나는 '조금만 더 참아달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올해 상반기도 그렇게 참고 억누르고 희생을 강요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
호놀룰루에서의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 '데비'라는 호스트의 집 중 방 두개를 우리가 쓰고 거실과 화장실, 키친을 쉐어하는 형태였다. 집에 도착했는데 와이키키비치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위의 집이 느낌이 참 좋았다.
짐을 풀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타이 음식으로 허기를 채운 뒤 동네의 펍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한 잔 했다. 분위기가 참 좋았다. 테라스에서 하와이의 딱 기분 좋은 온도의 바람을 쐬며 한이와 선율이와 이야길 나누니 한국을 떠나온 것이 실감이 되었다. (하와이의 바람은 시드니에서의 바람과 비슷한 느낌_덥고 습한 바람이 아닌 춥지 않게 차갑고 기분좋은 바람이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두달 전에 예약을 했다. 슈퍼호스트인 '데비'는 도착 직후 부터 우리를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다. 호놀룰루에서의 4일간의 일정을 고려해 꼭 가야할 곳들과 로컬피플들이 즐겨 찾는 맛집들을 추천해주었다. 나는 여행에서 그 어떤 가이드북 보다 로컬 피플의 알짜 정보를 신뢰한다. 여행지만 정하고 세부적인 일정은 거의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는 우리 둘은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데비가 추천해주는 일정대로 주어진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이튿날에는 무리 하지 않고, 느지막히 일어나서 데비가 추천해준 하나우마베이로 향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Bay(만)의 형태로 자리잡은 해수욕장은 가족 단위로 물놀이를 즐기기에 너무 좋았다. 수영을 하다보니 바다물개 커플이 출몰해서 한참 동안 물개가 노는 모습을 쳐다보기도 했다. 선율이에게는 더 없이 좋은 물놀이 장소였다.
다음 날은 데비가 추천한 브런치 까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고, 북쪽 끝으로 향했다.
North Shore라고 하는 해변이 분위기가 좋다고 하여 한참을 달려 North Shore에 도착했다. 오후 늦게 도착해 해질녘까지 물놀이를 했는데, 석양이 참 좋았다. 선율이가 바다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미처 몰랐는데, 모래장난치며 파도와 함께 노는 시간 동안 연신 물개 박수를 치며 돌고래 소리를 내었다. 선율이가 그렇게 좋아하니 엄마 아빠도 저절로 신이 날 수 밖에. 함께 해줘서 고마워 선율. 엄마 아빠는 선율이랑 함께 하는 여행이 너무 좋다.
저녁은 North Shore 주위의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간만에 멕시칸 음식을 먹었다. 선율이는 어디에서나 쉽게 친구들을 사귄다. 국적 불문 성별 불문 나이 불문 일단 들이대는 선율 ㅎㅎㅎ
넷째날은 일어났더니 날씨가 아주 퐌타스틱했다. 일어나자 마자 데비의 고양이와 이야길 나누고 있는 선율이. 선율이는 수환삼촌네가 키우는 망토와 엠마랑 친해지면서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강아지에게는 뭔가 모를 두려움을 아직 조금 가지고 있는 듯한데, 야옹이에게는 무척 친근하게 대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곧바로 와이키키로 향했다. 와이키키 해변 주위에서 주차료가 가장 저렴하다는 Zoo 주차장으로 가서 주차를 했다(한시간에 1$).
아내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미세먼지 체크하는 것이 가장 싫었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미세먼지 때문에 그동안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나보다. 여기 온지 4일 만에 선율이의 기침도 거의 없어졌다. '미세먼지 없는 환경에서 숨 쉴 수 있는 권리'를 헌법 개정안에 명시하고 싶을 정도로, 미세먼지는 우리의 삶을 질식시키고 있다 ㅠㅠ
이날 선율이는,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해질녘까지 엄마와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와이키키 주위에서 저녁을 먹고, 살랑이는 밤바람에 취해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 쇼핑 센터들이 꽤 많았는데, 나이키 조던 시리즈가 한국에 비해 종류도 엄청 많았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결국 이날, 선율이는 (아빠) 맘에 드는 농구화를 득템했다. 신발을 신켰는데 너무 이뻐 안구정화되는 느낌 ㅎㅎㅎ
호놀룰루를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카우아이 섬으로 향했다. 카우아이 섬은 그야말로 야생의 하와이를 느낄 수 있는 곳. 쥐라기공원과 캐리비안의 해적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 이 곳에서는 해변에 위치한 빌라를 숙소로 잡았다. 호놀룰루나 빅아일랜드와 비교했을 때 카우아이는 물가가 더 비싸다. 당연히 숙소 비용도 상대적으로 더 비싸서 예약할 때 고민을 많이 했지만, 막상 카우아이에 도착해서 코앞에 펼쳐진 절경을 보니 돈아깝다는 생각이 들지않았다.
물가가 비싸고 식당이 많지 않은 카우아이에서는 매일 아침을 직접해서 먹었다. 아내가 만든 샌드위치는 서브웨이 핸드위치보다 훨씬 맛있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아내느님.
카우아이 섬의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바다거북을 보고 놀래는 선율.
곳곳에 바다거북이가 있었고, 한동안 쉬다가 바닷 속으로 유유히 살아지곤 했다.
아이들에게는 천국이 아닌가 싶다.
카우아이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젠가부터 우리 가족은 자동차 여행을 선호해왔다.
2014년 청년장사꾼 윤규네 커플과 스페인에서 2주간 자동차 여행을 하고 나서부터 자동차여행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미주나 유럽은 생각보다 렌트카 비용이 비싸지 않고(하루에 약 4만원 정도) 기름값도 그리 비싸지 않기에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여행 중에 가고 싶은 데를 자유롭게 갈 수 있고 짐을 들고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에 시간 맞춰서 가고 예약하고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너무 좋다. 특히 짐이 많이 필요한 선율이랑 여행을 하면서 부터 렌트카는 필수가 되었다. 작년 이태리 여행 때도 2주간 렌트카를 빌렸고, 지난 연말 수환이네와의 일본 여행 때도 렌트카를 빌려 자동차 여행을 했었다.
특히 해질녘 라디오를 켜놓고 운전을 하며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그 시간 그 분위기가 참 좋다. 묘하게도 자동차 여행을 하며 운전하는 시간에는 일상에서는 잘 하지 않는 묵은지 같은 이야기들이 수면위로 떠오른다. 선율이가 잠이들고 운전을 하며 나누는 대화는 짙고 깊다.
카우아이섬을 떠나기 전날,
우리는 큰 마음 먹고 헬리곱터 투어를 신청했다.
카우아이섬의 하이라이트인 나팔리해안은 자동차로 접근이 불가능해서 보트투어나 헬기투어로만 접근이 가능한데, 보트투어는 5살 미만의 어린이는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부담스러운 가격(1인당 25만원 수준)에 고민을 했지만, 카우아이섬의 절경을 꼭 보고싶어 망설이다가 예약을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1시간 동안 카우아이섬의 절경들을 볼 수 있는 헬기투어
결과적으로 헬기투어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생각지 못했던 카우아이섬의 숨겨진 보석 같은 절경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1시간 가량 이어지는 조종사의 가이드도 재밌었다. 무엇보다 처음타는 헬기가 무척 안정감이 느껴져서 놀랬다. (짧은 비행이었지만 헬기투어 중 조종사인 현호와 동진이가 생각났다. 그들이 바라보는 지구는 내가 바라보는 지구와는 다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니 부럽기도 했고 또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길을 응원한다. 진심으로.)
내일이면 다시 빅아일랜드로 떠난다. 숙소로 가는 길에 슈퍼에 들러서 각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잔뜩산 뒤
우리만의 만찬을 준비해서 거하게 먹었다.
간만에 '생존하는 것'이 아닌,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울에 있을 때 보다
여행 기간 중의 내 모습이 더 좋다는 아내 말에,
많은 생각이 든다.
돌아가서 서울에서도 덜 날카롭게
그리고 조금 더 여유있고 부드럽게
살아갈 수 있는 내공이 쌓여져 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