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에서 협상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면세점 비즈니스는 황금알을 낳고 있는 영역이다. 단적인 예로 신라호텔의 경우 올해 예상 매출액인 5조 중에 호텔사업부 매출은 연 5000억 남짓에 불과하고 4.5조는 전부 면세점사업부에서 발생한다.
성장세에 있는 매출과 함께 마진구조도 나쁘지 않아서 많은 유통기업들이 면세시장에 뛰어들고 싶어하지만, 쿼터가 정해져있는 허가제 사업이라 아무나 접근할 수도 없다.
20조에 가까운 면세 시장에서, 1위 사업자는 롯데면세점이고, 2위는 신라면세점, 3위는 신세계면세점이다. 하지만 요근래 롯데의 MS는 점점 떨어지고 있고, 신라는 유지하는 반면, 신세계는 치고 올라오고 있다.
면세점의 매출의 90%는 중국인들, 그 중에서도 '다이고'라고 불리는 중국구매대행업자들이 싹쓸이를 해가는 구조다. 매일 아침 다이고들은 주요 면세점들을 돌며 각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제품들을 싹쓸이해간다. 국내 고객와 일본고객 합쳐봤자 10% 남짓이다. 최근 한일갈등은 면세점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각 면세점은 핵심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재고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매출에 직결된다. 하지만 베셀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는 쿼터는 한정적이다. 그 한정적 쿼터 중에 각 면세점이 얼마나 파이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아주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브랜드본사와 면세점사업자 사이에서 크리티컬한 협상이 진행된다.
다이고의 구매력에 매출을 기대는 기형적 구조는 면세점 사업자들을 불안케한다. 절대적 존재가 된 다이고들은 연합을 하여 에이전시를 만들고 당당하게 수수료를 요구한다. 이렇게되면 점차 마진 구조는 악화되고 사업의 안정성도 떨어지게 된다.
면세점 지역은 크게 서울, 제주, 부산, 공항점으로 나뉜다. 압도적인 매출은 단연 서울, 특히 명동을 중심으로하는 강북에서 발생한다. 강남은 면세점 사업에 있어서는 별볼일 없는 지역이다. 이유는 심플하다. 다이고가 인천공항에서 제일 접근성이 좋은 강북 위주로 제품을 싹쓸이하고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제주도만 타게팅하는 다이고들로 인해 무시하지 못하는 수준의 매출이 발생한다. 부산 면세점은 미미하고, 공항점은 임대료가 부담스러워 마진율이 좋지 못하다.
명품 브랜드와 면세점은 협상의 연속이다. 여기서도 '갑'브랜드가 존재하고 '을'브랜드가 존재하는데, 에르메스, 샤넬, 디올, 루이뷔통 등 대체불가능한 브랜드들은 당연히 '갑'이다. 반대로 대체가능한 브랜드들은 '을'이다. '갑'브랜드와 '을'브랜드는, 매장 위치, 매장크기, 제품사입가, 재고수량, 창고크기 등 여러가지 요소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된다.
백화점 비즈니스는 대개 매출기준의 수수료베이스 비즈니스지만, 면세점은 대부분 직접 면세점에서 브랜드 제품을 사입해서 판매한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재고부담은 크지만,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따라 제품 사입가와 재고확보수량, 부진재고소진 방식에 있어 면세점과 브랜드본사는 치열하게 협상한다.
면적당 매출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면세점 입장에서는, 단일 면적당 패션브랜드보다 수배의 매출을 발생시키는 화장품 브랜드를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예를 들어 패션브랜드가 1층 30평 기준으로 월 5억원 매출을 한다면, 8평 남짓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월 30억 매출을 발생시킨다면, 면세점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게될까.
결국 MD개편 때마다 패션브랜드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새로운 화장품 브랜드들이 면세점 자리를 꿰차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올해 면세점 시장은 전반적으로 견고한 성장세다. 하지만 영원한 시장은 없다. 새로운 면세사업자의 등장으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고, 불안한 국제 정세와 다이고의 지나친 의존도가 핵심적 리스크이다.
국내 시장이 거의 포화에 이르렀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면세점 3사는 해외 면세점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 중에서 신라 면세점은 아시아 TOP3 공항에 입점하고 있어서 해외면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강세에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일뿐 아직까지 해외 면세점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