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마치고 나가는데 뒤쪽에 앉아계신 분이 따라 나오셨다.
건내주신 명함에 '경영학 박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익숙한 책을 꺼내시는데,
협상 바이블 책에 포스트잇이 수십장이 붙어져 있었다.
책 옆면에는 1회독 할때 마다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였다며,
지금까지 3회독을 마쳤다고 하셨다.
알고 보니 부산에서 15년간 사업을 하시다가 5년전에 사업을 접고,
부산의 D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과정을 밟으셨는데,
박사 논문을 협상을 주제로 쓰셨다고 했다.
작년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두차례 협상스쿨을 신청했는데,
코로나로 두차례다 오픈이 되지 않아서,
이번 강의를 들으러 부산에서 직접 올라오셨다고...
...
무슨 말씀을 드려야할지.
그럴 만한 책도 아니고.
그럴 만한 강의도 아닌데.
살아갈수록 말빚이 점차 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글빚도 늘고 있다.
내 책은 누군가의 지식, 누군가의 경험을 원칙화 시켜 정리한 글이고,
그 글은 앞서 협상을 연구한 지식인들에 대한 빚으로 만들어진 글인데,
내가 앞에 계신 박사님께 이런 인사를 받아도 되는지 헷갈렸다.
인사를 나누고 마무리를 하시면서,
부산 지역의 평생교육원에서 남은 생 협상을 가르치며 살고 싶다고 하셨다.
너무나 좋은 일이라고,
협상학의 저변이 더 넓어지고,
협상이 더 일상화되어야된다고,
그런 의미에서 응원드린다고 말씀드렸다.
돌아오는 길에 뒤늦게,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