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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철공소, 벤츠에 납품하다> 센트랄 스토리

올해 가장 재밌게 읽은 책_센트랄_독서후기_책추천_류재언변호사

올해 가장 재미나게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은 6.25 직후 부산 부전동 156번지에 위치한 7평짜리 구멍가게인 <신라상회>가 70년뒤 어떻게 벤츠와 테슬라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1조 기업 <센트랄>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한 센트랄의 일기장 같은 책입니다. 


센트랄의 대서사가 담긴 이 책은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의 저자인 김태훈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입니다. 스토리텔링이 워낙 탁월한 분이라, 시대적 배경과 어울어진 인물과 사건에 대한 설명이 놀라울정도로 사실적입니다. 


이 책을 위해 김태훈 작가는 센트랄에 입사를 해서 1년 넘게 센트랄 직원으로 일을하고 제조업을 몸소 체험하며 쓴 책이라고 하네요. 

이 책은 리얼한 스타트업의 이야기입니다. 


1952년 국제시장에 '신라상회'라는 간판을 내건 창업자 강이준이, 당시 불길이 일듯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사업의 거대 모멘텀을 타고 어떻게 제조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그가 무섭게 성장하던 신라상회를 매각하고 일본중앙자동차공업사와 자동차분야에서 대한민국 1호 합일 합작법인을 설립을 하게 되었는지, 

이후 2세대 경영인 강태룡 회장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의 급성장기를 어떤 관점에서 균형을 맞추며 견뎌내었는지, 그리고 자신들이 씌운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글로벌 완성차기업에게 수출을 할 수 있었는지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창업, 동업, 신뢰, 경영권분쟁, 스케일업, 투자, 합작법인, 기술개발, 대기업, 수출, 조직문화, 노사분규, 리더십 등 이 책에 등장하는 묵직한 키워드들을 센트랄이라 실사례를 통해 확인해보고 내 상황에 견주어보면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숨겨도 될 센트랄의 아픈 기억들도 모두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절했던 노사분규의 기록도, 주주간 분쟁도, 현대차와 겪었던 갈등상황도 팩트에 기반해서 모두 다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사실들이 이 책이 단순한 기업홍보자료가 아닌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보장해주는 장치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책은 신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강사장이니까 이 가격에 쳐줄게. 

딴 데는 얘기하지 마."

"좋은 물건 들어왔는데 얼마나 필요해?"

"그 물건은 아무개가 제일 잘 알아. 

그 사람 소개해 줄게."


강이준은 업계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 어차피 줘야할 돈이라면 정한 날짜에 정한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철저하게 지키려고 애썼다. 10원 이하 단위까지도 정확하게 쳐서 계산했다. "한다고 했으면 해야 하고, 준다고 했으면 줘야 한다"는게 그의 일관된 거래 태도였다.


시장에서 그가 발행한 어음은 '절대로 부도나지 않을 어음'으로 높이 평가 받았다.

아직 업계에 신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시기, 강이준은 신뢰를 자본으로 삼아 사람을 쌓아 나갔고, 그렇게 이어진 관계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습니다. 


책 곳곳에 센트랄의 창업자가 배신하거나 배신을 당할 수 있는 수많은 상황들이 기록되어있습니다.

공동창업자와의 분쟁상황, 합작법인 운영하며 겪는 갈등상황, 대우가 부도가 나던 상황 등. 그럴 때마다 센트랄은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신뢰의 편에 서는 의사결정을 합니다. 센트랄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데 각별한 기여를한 (주)대우의 부도사태 때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 두 기업이 바로 포스코와 센트랄입니다.

자본 시장에서 기업은 시장에서 받는 신뢰의 크기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센트랄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970년대 초반, 경제개발계획 등을 치밀하게 고려해 센트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한 20대 후반의 이효건 대리, 센트랄에 세무조사를 나왔다가,되려 이 기업의 엄격한 정직성에 감명받아 퇴직 후 회계고문이 된 윤동호 고문,

미국 GM본사에 가서 볼조인트 즉석 강의로 GM 임직원을 매료시켜 직수출의 결정적 물꼬를 튼 지식영업자 이희방 상무,


구멍가게를 성장시켜 자동차사업의 거대 파도위에 올려둔 강이준창업자도, 그 파도를 타고수출기업의 초석을 쌓은 강태룡회장님의 리더쉽도,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시키려하는 강상우사장도 모두 인상적이지만, 이들 리더의 곁에서 센트랄을 무섭게 성장시킨 센트랄 임직원들의 이야기가 이 책 곳곳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센트랄 창원 본사에서 강상우책임사장과 함께 @2017

개인적으로 센트랄의 3세대 경영인 강상우 사장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본사가 위치한 창원에서 한달에 한두번 서울로 올라와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고 갔는데, 그 때마다 깔끔하고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을 찾았다고 그렇게 좋아하며 김치찌개를 먹던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저런 소박하고도 검소한 모습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 궁금증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예외 없이 공통으로 추억하는 강이준 사장의 모습은 바로 '검소함'이다. 회사 특성상 일본 출장을 자주 갔는데, 그때마다 강 사장은 호텔이 아닌 여인숙이나 비즈니스호텔 같은 작고 저렴한 숙박시설을 이용했다. 직원이 동행할 때는 대체로 방을 같이 썼다. 공무 중이 아니면 식사도 검소하게 해결했는데, 역 근처에서 파는 돈부리나 에키밴 종류를 애용했다. 그 당시 돈부리 가격은 250엔 안팎이었다고 한다(163P)"


이 페이지를 읽는데 70년 전 부산 부전동에 위치한 7평짜리 <신라상회>를 창업한 강이준창업자의 생전 모습이,  <센트랄>의 3세 경영인 강상우의 모습과 오버랩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번 주 내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졌습니다. 한 기업이  써내려간 70년간의 일기장, 거기에 기록된 이야기와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상황을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곰곰히 생각해볼수 있게 만드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물 드리고 싶은 분들이 벌써 떠오르지만,

선물의 욕구를 잠시 참고,

이 책은 직접사서 읽어보시길 권해드리려합니다.


이 책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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