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IT 마케터의 미국 대학 MBA 기록 ① Hi Chicago!
올해 MSTM(기술경영 석사) 과정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선발, 지원해 주셔서 정말 좋은 기회로 공부하고 있다.
이 과정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과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의 복수학위 MBA 과정으로,
총 3개 학기 중 1개 학기는 뉴욕 본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여름 3주 동안 진행되는 본교에서의 한 학기를 위해 14년 만에 미국행에 올랐고
이 시간을 잊고 싶지 않아 틈틈이 기록해 두려 한다.
28인치 캐리어를 빌렸다가 그 냉장고스런 사이즈에 놀라 결국 내 24인치에 정교한 테트리스작업을 하고 바퀴 달린 보스턴백을 추가했다. 부족하면 가서 하나 사야지.
나의 꾸러기 오리와 함께 하는 한 달의 여정, 그 시작은 12시간 비행.
비행 중에는 소음이 심해서 금방 몸이 지치기 때문에 주로 귀를 틀어막고 안대에 마스크까지 끼고 자는 편인데, 12시간 비행이라 영화 하나는 봐야지 싶어 틀었던 위키드. 배우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다음 편이 기다려지는.
식사는 밀가루, 육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해산물식으로 사전에 주문해 먹었는데, 옆자리 일반식으로 나온 묵밥이 더 땡겼다^^^ 하지만 그 이후 식사는 다 해산물식이 나았음.
베링해 남쪽 항로를 지나갈 때엔 기체 흔들림이 너무 심해서 무서웠다. 엉덩이 공중부양도 5번은 한 거 같음;;; 약 1시간은 눈을 감고 기도하는 데 보냈다. 12시간 비행 내내 거의 한숨도 못 잤다.
비행기에서 심심하면 보려고 지도를 인쇄해 왔는데 확대하려고 두 손가락을 대고 벌리고 있던 나,,,
참, 이 지도는 보스턴의 지도다.
학교는 뉴욕(이지만 맨해튼과는 기차로 2시간 거리^^^)에 있지만,
내가 또 언제 이 대륙에 오려나 싶어서 학기 전 3일, 학기 후 4일 휴가를 냈다.
두 개 도시를 거쳐 뉴욕으로 들어가는 일정.
첫 발자국은 시카고에 찍기로...!
무사히 시카고 공항에 도착!
그리 이른 아침도 아닌데, 입국심사 카운터를 2개밖에 안 열어 줘서 1시간 넘게 기다려 진을 빼야 했다...
글로벌 각자도생 시대의 천조국 F-1 비자심사를 경험하고 맞은 입국심사는 퍽 순한 맛이었다,,
왜 왔냐 ➡ 나는 MBA dual degree 프로그램 중에 있고, 여름학기를 들으러 왔다.
오 F-1 비자구나 서류 보여줘라 ➡ (I-20, 입학허가서, 재정지원서 등등 보여줌)
학교는 어디에 있냐 ➡ 스토니브룩 유니버시티,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다.
근데 왜 시카고로 들어왔냐 ➡ 나는 학기 시작 전에 시카고에서 시카고 피자를 꼭 먹어야 한다!!
얼마나 있을 거냐 ➡ about a month
뭐 공부하냐 ➡ Master of Science in Technology Management
집 어딨냐 ➡ 학교에서 가까운 호텔에서 지낸다.
언제 돌아가냐 ➡ 과정이 끝나고 8월 초에 돌아간다.
Okay cool. Welcome to Chicago.
</prologue>
<첫날 일정 시작>
ㅋㅋㅋ
시카고에서는 딱 1박 하고 이른 아침에 보스턴으로 넘어가는 일정.
시간이 제일 비싼 단기 체류자는 헐값의 우버,,(6만 원 ㅃㅇ)를 타고 시내의 호텔로 잽싸게 이동한다.
우버라고 썼지만 Lyft를 이용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매번 견적을 비교해 보고 이용했는데,
번화가에서는 리프트가 더 쌌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우버가 나았다.
호텔에 호다닥 짐을 던져놓고 향한 곳은, 다시 리프트를 타고,
Pequod's Pizza
미국 오기 전에 챗지피티(이하 내 친구 지피)에게 '나는 혼자 여행하는데, 시카고피자를 꼭 먹어야겠다. 어디 가서 먹어야 좋을까?' 물어봤더니, 이곳을 알려줬다.
중심지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퍼스널 사이즈를 판매하고 치즈 크러스트를 까맣게 태워서 내는 유니크한 특징이 있으며, 현지인들이 무척 사랑하는 집이라고. 딱 내 취향이군? 바로 여유 있는 시간으로 예약해 뒀다.
하지만 입국심사 지연으로 인해 20분이나 늦게 되었고 예약이 취소되었을까 조마조마하며 입장했는데, 너가 Jiyeon이냐며 함박웃음으로 환대해줬다.
가게 들어오기 전에 본 동네 분위기가 너무 한산해서 너무 멀리 왔나 걱정했는데, 동네 사람 다 여기 있었네? 싶은 분위기. 동양인+솔로는 나 하나였다.
대충 분위기 파악을 완료하고 메뉴를 살펴본다.
운 좋게도 오른쪽 아래 런치 스페셜이 있었다...!
과연 시카고의 페이버릿답게 사랑스러운 가격... 혼밥하는 사람들도 꽤 있나 보다 싶었다.
토핑 옵션이 많았고 다 맛보고 싶었지만, 한 번 뿐인 기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었다.
기본으로 바로 주문!
주문하면 구워서 서빙하는 데 40분이 걸린다는 사전정보가 있었기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오랜 시간 주민들의 흔적이 가득한 가게 곳곳을 둘러봤다.
그리고 30분 만에 서빙된 나의 7인치 팬 치이즈 핏쟈!
ㅎ ㅏ...
나는 체질 상 밀가루, 고기, 유제품이 맞지 않아 제한하고 있다.
입은 참 즐겁지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될 뿐더러 전반적인 컨디션이 저하된다.
하지만 시카고에서의 시카고피자라니, 이 특별함은 놓칠 수 없었다.
근데 정말 이 피자의 첫인상,, 부터 향기, 식감, 맛, 분위기 모든 것이 완벽한...
체질의 희생은 탁월한 선택이었움ㅎㅎㅎㅎ
맛있는 치즈를 태우기까지하니 맛이 없을 수가. 근데 희한하게 맛이 쓰지 않았다.
한국인의 후식 모짜렐라 치즈 잔뜩 때려 부은 볶음밥 바닥에 눌러서 구운 그 맛.
지글지글 바작바작 절레절레 박수 짝짝짝...
남은 거 포장해서 나오는데 사진도 찍어 주고 ㅜㅠ 직원들이 너무 착했다.
근데 가운데 사진 내 오른쪽다리 왜 저렇게 나왔지 무서월,,,;;
암튼 미국 땅 와서 첫 식사. 아주 좋은 시작이었다. 잘 먹고 링컨파크 쪽으로 산책을 나서 본다.
오잉. 양철 나무꾼 아조시 ㅎㅇㅎㅇ
지나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저 공원은 OZ Park였고, 곳곳에 오즈의마법사 주인공들의 동상이 있었다.
오즈의마법사 작가 프랭크 바움이 오즈의마법사를 쓰던 시절에 시카고에 살았다고.
청설모 안녕? 너무 귀엽구나.
피자집에 들르느라 도심에서 떨어진 거주구역을 많이 지나게 되었는데, 청명하고 조용한 동네였다.
시내의 웅장한 번잡함과는 거리가 있는.
그놈의 입국심사 때문에 피쿼드 지각부터 해서 모든 게 늦어져서 링컨파크는 그냥 들어가지 못하고 겉만 핥고 시내로 넘어가야 했다. 넘무 아쉬웠다...
근데 이슈가 생겨부림.
챗지피티가 NFC 기능 있는 국내 신용카드로 시카고에서 대중교통 이용할 수 있대서 아무 대비없이 버스를 타서 찍었는데, 낫 월킹,,
뒤에 있던 승객들을 우선 모두 태우고 가진 신용카드를 줄줄이 꺼내서 찍어보는데 안 된다...
울상으로 우짜냐고 나 오늘 처음 와서 몰랐다고 웅얼웅얼대며 기사님을 보는데
사람 좋은 웃음으로 괜찮다며 들여보내 주셨다. 헝 헝 ㅠ
멋쩍은 마음에 버스에 최소한으로 몸을 구겨 자리를 잡고,, 우선 배신자 챗지피티를 약간 처단함.
바로 다시 검색해서 시카고의 교통카드 Ventra를 다운받아 회원가입하고 금액을 충전하고 애플페이에 넣었다. 다음부터는 정상적으로 카드를 사용할 수 있었다.
기사님이 너무 감사했다.
호텔 직원부터 피자집 직원들, 버스 기사님들.
허둥지둥하는 나에게 웃으며 해 주셨던 말들이 너무 따뜻해서 모두 적어 두었다.
Come on in
That's okay
No problem
Don't be rush
시카고의 인심...
시내로 내려왔다.
이제 해질녘 건축 크루즈를 타기 전까지는 자유시간.
들러 보고 싶은 곳은 참 많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이 해가 떠 있는 시간 뿐.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깃발도 멋져.
그리고 그 맞은편에 바아로 시카고 미술관...!
여기도 기념품샵만 가서 티셔츠 하나 사서 나왔다.
그리고 이제 스팟 스팟 거치며 북쪽으로 업 업
시카고의 연예인 클라우드 게이트.
오기 전엔 뭐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유명한가 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특이하고 예뻤다. 기분 탓인가;; 캬캬
커플로 보이는 남자분들이 이렇게 귀여운 사진을 남겨 줬다. 옆에 꼬맹이도 귀여월.
이렇게 찍으니 하늘에서 커다란 물방울이 똑 하고 떨어져 시간과 함께 멈춘 듯한 모습.
왜 시카고 슈퍼스타인지 알겠다. 역시 뭐든 직접 느껴 보기 전엔 단정짓지 말아야지.
시카고 문화센터 앞에 있던 아기황소...
맨해튼 월스트릿에 있는 역동적인 황소와는 대조적으로 작고 연약해 보여 너무 귀여웠다.
사진 찍고 콧잔등을 몇 번 쓰다듬고 문화센터 구경을 했다.
사실 넘 피곤했어서 잘 기억이 안 나는디 ㅋㅋㅋㅋ 여행 중 잠시 쉬었다 가기에도, 건물을 구경하기에도 좋은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작정 도심을 걷던 중에 갑자기 나타난...
CHICAGO
저녁에 보러 오려 했는데 밝을 때 이렇게 먼저 마주치다니! 방갑잔아 ~ ~ ~
시카고강 너머로 보이는 Chicago Tribune
웅장한 건물 숲 사이 다리 위로 성조기와 시카고시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이 이 부근이 시카고의 중심임을 알리는 듯했다.
괜히 마음이 설레는 타국의 기
시카고기는 이번에 처음 봤는데 너무 예쁘다... 뭐라도 사올 걸, 일정의 시작이라 짐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워 안 사 온 것이 내내 아쉽다.
사실상 24시간째 깨어 있어 어안이벙벙한 상태였는데, 이런 사인을 보고는 멀리 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했다.
한 이삼일 지나면 어안이 또렷해지지 않겠나~ 했는데 아마 30일 내내 어안이벙벙했던 거 같다 ^..^ㅎ~
커피를 잘 마시지 않아 크게 관심은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 매장이래서 들러 봤다.
매장이 5개 층으로 되어 있고 바도 운영하고 있었다.
하늘색+빨간별의 시카고기를 jazzy하게 그려낸 감각 퍽발 일러스트의 컵을 안 사온 것이 그리 아수워 . . .
스벅 옥상 자리에서 본 건너편 나이키 시카고.
예뻐서 집어 봤는데 커도 너무 큰 이불 같은 유니폼
시카고 나이키가 쓰여진 티셔츠는 키즈 라인에만 있었는데, 핏과 재질이 모두 별로여서 내려놓았다.
시카고 미술관에서 사 온 티셔츠도 함 입어 보고 ㅋ.ㅋ
날이 저물어 가니 조금씩 쌀쌀해지고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환복하러 일단 호텔에 다시 돌아갔다.
가는 길에 트레이더조에서 간단히 먹거리 구입!
오랜만에 보는 납작복숭아와 오가닉 캐슈 요거트.
미국 오기 전에 걱정한 게, 그간 체질식으로 잘 관리한 몸이 밀가루 고기 가공식품에 점령당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거였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만큼 내가 고를 수 있는 옵션도 너무나 친절했다.
다시 정비하고 옷을 따뜻하게 입고(7월에 어울리는 말인지,,,) 길을 나섰다.
이번엔 북쪽에서 강 남쪽으로 향해 보이던 도시의 모습.
가끔 미국의 짧은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보다도 역사가 짧다고들 놀리는데, 그 짧은 역사에서 이뤄낸 것들을 이렇게 멋지게 지켜오는 게 어쩌면 더 의미 있어 보였다. 먼 옛 것으로도 모자라 거의 모든 걸 뒤엎어 아파트화하는 우리의 도시에 비하면...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건축 크루즈 투어 시간 19:30에 맞추어 미팅 장소 미시간 애비뉴로 갔다.
선셋 시간에 맞추어 노을과 야경을 모두 볼 수 있도록 잡은 시간.
다시 보니 이미 시카고에서부터 인상이 펴 있었구만
역시 탈서울의 힘 ^^^
두말할 것 없이 크루즈 투어는 존멋이었고
7월에 저렇게 입고 탔는데도 추웠으니 참고하시길.
감상 한 문장 :
트럼프 인생 줠라 재밌겠다
딱 어두워질 무렵에 끝났는데, 완전한 야경은 못 본 거라서 7월 초 기준 내 바로 다음 타임 20시가 가장 다양한 풍광을 누릴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다리를 지나 노을과 함께 빌딩 무리의 위용에 압도된 경험으로 충분했다.
시카고 다음에 또 가도 이건 또 탈 거다.
한 달 여정의 시작이자 벌써 시카고의 끝,
호텔로 돌아가는 걸음이 내내 아쉬웠다. 더 보고 싶은 마음, 혼자 보기 아쉬운 마음.
아쉬워야 다시 오지, 마음을 붙드니 현실감각이 돌아왔다.
아, 나 미국땅이지. 혼자 있지. 밤이지? 몸 사려야지! 화다다닥 축지법 써서 호텔행.
그래도 가기 전에 밤의 시카고 극장은 봐야지 않겠나...
무사히 들어와서 또 내일 아침 공항 갈 채비를 마쳤다.
자려고 헤롱헤롱 누웠는데 우리 팀원의 연락.
도와주세요!여도 당장에 대답할 고마운 팀원인디, 안타깝게도 나 도와주려는 연락 ㅋ.ㅋ 긁쟉긁쟉
짐 속에 꽁꽁 감춰놓은 노트북을 다시 주섬주섬 꺼내어 전달하고
왠지 모르게 벌써 반가운, 이 멀리까지 나랑 같이 와 준 바탕화면의 방랑자를 가만히 보다가
빙글빙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