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비둘기

by jaee

비둘기


출근길 자그마한 게

길 한가운데 서서는 추운지 털을 동그랗게 부풀리고 있는 게 귀여워서 가만 보다가

주머니에 오트밀 한 봉지가 있었지 꺼내서 포장을 까고 있었는데

차가 오길래

어어 설마 피하겠지 했는데

그대로 바퀴에 밟혀서 터졌어

퍽 터지는 유언에 소리는 내가 질렀어

허둥지둥 울다가

다른 차에 또 밟히게 할 수 없어서

관리실에 전화했고 금방 오신댔어

누구든 수습하러 오면 그 동그랗고 귀여운 애가

귀찮고 징그러운 게 돼버리겠지

내가 해야 했어

다시 집으로 달려가서 티셔츠랑 봉투를 가지고 왔어

내 옷으로 비둘기를 덮어 감싸고 봉투에 넣었어

우리 경비아저씨가 와서 도와주셨어

이런 걸로 그러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냐시더니

비둘기를 감싼 옷 위로 오트밀을 뿌렸더니

그거 주려다가 그랬구나

하셨어


엉뚱한 표정으로 단정한 비둘기

먹을 걸 주는 줄 알고 가만히 기다렸나

이쪽으로 걸어올 줄 알았는데

주고 싶다는 욕심에 길 한가운데 가만 뒀나

차를 피해 날아갔더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거야

나는 고작 오트밀을 못 줘서 아쉬웠을 거야

끔찍한 일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

그래 마침 옆에 다른 비둘기도 왔었지

내가 그냥 갔더라면 살았을까

왜 가만히 있었을까

고작 봉투 앞에 서서 초라한 기도를 올렸어

이제는 춥지 마 배고프지도 말고 위험하지 마

단정한 눈과 머리 보송하게 동그란 몸통

멈추고 싶던 그 순간에 여직 멈춰 붙들려 있다

동료가 무슨 일 있냐 묻는데 괜찮다고 했어

비명을 지르고 입을 가리고 돌아선 순간에도 나는 나를 먼저 생각했지

미안해

작가의 이전글말린 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