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옥에 머물겠습니다.
제가 평상시 관심 있고 좋아하는 회사에서 딱 원하는 포지션의 채용공고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갈 거야?
그래서, 취직하시려고요?
오~ 이제 다시 직장인이 되는 건가?
요즘 같은 시기에 잘되었네. 안되더라도 한번 지원해봐~
응원합니다!! 잘하실 것 같아요~
XX는 좋겠네요. 그동안 많은 업체 뿌리친 거 아니었나요?
아니, 안 가지. 그냥 공고가 나왔다고~
누구나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중에 하나는 바로
직장생활을 너무 오래 한 것
입니다. 지금도 시간을 돌릴 수 만 있다면, 그 열정 넘치고 패기 넘치는 저에게 빨리 직장을 때려치우라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저에게 이야기해도 바로 때려치우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생활은 곧 나의 정체성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받고 자랐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커서 훌륭한 사람 되어야지~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성공해야지~
어느 누구도
공부 열심히 해서, 커서 사업해야지~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성공이지~
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남들이 다 그러하듯이 저 역시 대학생활을 마치고,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였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좋은 고과를 받고 연봉과 직급이 오르면, 엄청난 보람을 느꼈습니다. 거래처에서 팀장님, 과장님하고 불리는 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쳇바퀴 굴러가는 인생이었지만, 누구나 이런 삶을 살고 있기에 딱히 불만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아이러니한 게 제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고, 눈부신 성과를 내놓아도 제 연봉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자리만 지켜도 연봉은 깎이지 않고 오히려 매해 조금씩 올랐습니다. 문제는 모든 직장인이 그렇듯이 그 올라가는 연봉이 터무니없이 적었습니다. 매년 10% 상승도 어려운 상황에서 앞으로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을 것 같았고, 오히려 이대로 나이만 더 먹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장 내 상사들 중에서 존경심이 드는 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뛰쳐나왔습니다. 그리고, 조그마한 회사에 취직하여 다시 처음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되고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 내일부터 나오지 마! " 통보를 받고 그렇게 사회에 내던져졌습니다.
사회에 내던져지고 다시 직장을 알아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란 존재는 아무런 경쟁력이 없구나라는 것을..
그도 그럴 것이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직원이자 팀장이었지만 정작 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쌓았던 경력은 나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기는 커녕 비싼 몸값 때문에 부담만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창업을 했습니다. 네 1인 기업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직장에 있으면 절대 겪지 못한 많은 경험을 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연봉으로만 평가받는 도구였는데, 창업을 하니 한 명의 인격체로 평가받게 되었습니다. 회사 다닐 때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참 많은 취미생활을 누렸습니다. 꾸준히 나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돈은 많이 벌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빚이 늘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는 빚이라는 건 절대 생기면 안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갚을 능력만 되면 크게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수입이 꾸준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정말 크게 들어옵니다. 어느 정도냐면 직장생활을 했다면 C-level급이 되어야 하는 금액입니다. 이마저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으려고 노력하니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노력하는 만큼 제 가치가 올라가는 걸 느낍니다. 기존에는 입사지원을 해도 들어가지 못할 것 같은 회사들에서 역으로 입사 제안이 옵니다. 지금은 능력이 안되지만, 언젠가 업계 최고 연봉으로 모시겠다는 젊은 담당자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회사생활을 했다면,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걱정하며, 언제 잘릴지 두려워하며 지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현상황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시간을 자유로이 쓴다는 것 도 엄청난 장점입니다. 내일 출근하기 위해서는 잠이 안 오더라도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자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새벽에도 영화를 봅니다. 새벽 5시에 잠을 자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12시에 일어나면 되니까요~
이런 상황인데 다시 직장생활로 돌아갈 리가 없겠지요. 간혹 정말 좋아하는 회사에서 딱 원하는 포지션을 뽑는다면 일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것 역시 외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면 갈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유행했던 미생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 지옥을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리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이곳이 지옥이라면, 계속 머물겠다고..